철권 태그
철권 태그 토너먼트 (Tekken Tag Tournament World teg2 Ver c1 SET 1) · 1999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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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을 데리고 싸운다는 발상
격투 게임에서 캐릭터를 고른다는 것은 곧 그 캐릭터의 약점까지 함께 짊어진다는 뜻입니다. 리치가 짧으면 접근에 애를 먹고, 몸이 가벼우면 한 번 잡히는 순간 크게 잃습니다. 어떤 캐릭터를 잡든 자기가 불리한 거리와 불리한 상황이 반드시 생기고, 대전 격투의 실력이란 결국 그 불리한 구간을 어떻게 버티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철권 태그 토너먼트는 그 전제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고르고, 싸우는 도중에 언제든 바꿔 넣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불리한 거리에 몰렸을 때 그 거리를 잘 다루는 다른 캐릭터로 갈아타면 그만이라는 뜻이니, 캐릭터 하나에 묶여 있던 판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덕분에 캐릭터를 고르는 일이 조합을 짜는 일로 바뀌었습니다. 파고드는 데 강한 쪽과 거리를 두고 견제하는 쪽을 붙여 놓으면, 상대가 거리를 좁히려 할 때 교대해 버리면 됩니다. 혼자였다면 그대로 끌려갔을 상황을 사람을 바꿔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한 판의 흐름
체력 게이지가 두 개 있고, 둘 중 한 명이라도 쓰러지면 그 판은 끝납니다. 두 명이 있으니 두 배로 버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약한 쪽이 잡히면 그대로 지는 것이라, 위험해진 캐릭터를 언제 뒤로 빼느냐가 승부를 가릅니다.
뒤로 물러난 캐릭터는 체력이 조금씩 차오릅니다. 다만 회복된 체력은 옅은 색으로 표시되고, 다시 나와서 맞으면 그 부분부터 깎여 나갑니다. 즉 완전히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셈입니다. 이 규칙 때문에 교대를 함부로 쓰지 못하게 되고, 지금 바꿀지 조금 더 버틸지가 계속 고민거리로 남습니다.
교대에는 태그 버튼을 누르는 방법 말고도 몇 가지가 있습니다. 특정 기술을 맞히는 도중에 바꿔 넣어 두 사람이 이어서 때리는 태그 콤보가 대표적입니다. 잘 이어 붙이면 한 번의 기회로 상대 체력을 크게 가져올 수 있어서, 상급자들의 대전에서는 이 콤보를 얼마나 정확히 넣느냐가 실력 차이로 드러납니다.
또 하나 알아 둘 것은 교대하는 순간이 빈틈이라는 점입니다. 캐릭터가 들어오고 나가는 사이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므로, 상대가 그 순간을 노리고 있으면 오히려 크게 맞습니다. 그래서 교대는 상대 공격이 끝난 직후처럼 안전이 확보된 때를 골라서 해야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두 명을 다뤄야 하니 외울 것이 두 배로 늘어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 명만 제대로 익히고, 다른 한 명은 위급할 때 대신 맞아 주는 역할로만 쓰는 편이 낫습니다. 교대 자체가 곧 방어 수단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쓸모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몸에 익혀야 할 것은 물러서기입니다. 철권은 뒤로 빠르게 물러나는 동작이 강한 편이라, 무작정 앞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계속 카운터를 맞습니다. 상대 기술이 끝나는 순간을 보고 들어가는 습관을 들이면 그때부터 판이 달라집니다.
앉아서 내는 공격을 어떻게 다루느냐도 중요합니다. 서서 막는 자세로는 아래를 노린 공격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가 무엇을 쓰는지 보고 자세를 바꿔야 합니다. 이 판단이 늦으면 아무리 좋은 조합을 짜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1999년은 오락실 대전 격투가 한창 뜨거울 때였고, 철권은 이미 3편으로 자리를 굳힌 뒤였습니다. 태그 토너먼트는 시리즈의 정식 후속편이라기보다 그동안의 캐릭터를 한자리에 모아 놓고 새 규칙으로 다시 놀게 한 작품에 가깝습니다. 세대를 건너뛴 얼굴들이 한 화면에 서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모였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도 대전대가 꾸준히 돌았습니다. 두 명을 고르는 구조라 서로의 조합을 두고 이야기가 오갔고, 같은 캐릭터를 써도 뒤에 누구를 붙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싸움이 나왔습니다. 한 사람이 자리를 잡고 계속 이기면 뒤에 줄이 서는 풍경도 흔했습니다.
뒤에 이어진 가정용 이식판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이 더 늘었습니다. 오락실에서 몇 판 해 본 사람도, 집에서 오래 붙잡고 있던 사람도 같은 조합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