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셔
퍼니셔 (The Punisher 930422 Etc) · 1993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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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스테이지에 들어서면 우리에서 코끼리가 뛰쳐나오고, 항구에서는 컨테이너가 머리 위로 떨어지고, 마지막에는 그 거구의 킹핀이 직접 주먹을 쥐고 달려듭니다. 마블 만화를 옮긴 게임 중에 이렇게까지 험하고 직설적인 손맛을 가진 작품은 흔치 않았습니다.
퍼니셔(The Punisher)는 캡콤이 파이널 파이트로 다져 놓은 벨트스크롤 액션의 문법 위에 총을 얹은 게임입니다.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며 몰려드는 적을 때려눕히는 구조인데, 바닥에 떨어진 권총이나 산탄총을 주우면 한동안 화면이 사격전으로 바뀝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습니다
1인 플레이의 주인공은 가족을 잃고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고 다니는 프랭크 캐슬, 퍼니셔입니다. 2인 플레이에서는 안대를 한 닉 퓨리가 함께 들어오는데, 두 캐릭터의 성능이 크게 다르지 않아 누구를 잡아도 부담이 없습니다. 대신 체격과 모션이 달라서 잡기 연출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기본 공격은 짧은 콤보로 이어지고, 마지막에 상대를 붙잡아 던지거나 무릎으로 찍는 마무리가 붙습니다. 체력을 깎아 쓰는 필살기가 있어서 포위당했을 때 탈출용으로 쓰는데, 이 판단을 언제 하느냐가 오래 버티는 요령이었습니다.

총을 들면 게임이 바뀝니다
캡콤 벨트스크롤 중에서도 퍼니셔가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총 때문입니다. 권총, 산탄총, 기관총, 유탄 발사기가 스테이지마다 놓여 있고, 이걸 들면 근접 공격 버튼이 사격으로 바뀝니다. 탄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던져 버리고 다시 맨손으로 돌아옵니다.
중간에는 아예 화면이 배경 쪽을 향하는 사격 구간이 따로 끼어들기도 합니다. 헬기나 트럭을 상대로 조준선을 움직여 쏘는 장면인데, 계속 걷고 때리기만 하던 흐름을 끊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무기를 아껴 뒀다가 보스 앞에서 꺼내는 것이 정석 공략이었습니다.

킹핀에게 가는 길
스테이지는 뒷골목과 폐건물에서 시작해 동물원, 항구, 열차, 그리고 킹핀의 빌딩으로 이어집니다. 중간중간 마블 세계관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스로 나오는데, 원작을 몰라도 생김새만으로 충분히 인상적이라 낯설지 않습니다.
배경 오브젝트를 부수는 재미도 컸습니다. 드럼통, 소화전, 자판기, 유리창이 죄다 부서지고 그 안에서 회복 아이템이 나오니 화면에 보이는 건 일단 다 때려 보게 됩니다. 캡콤이 CPS 기판에서 벨트스크롤을 한창 잘 만들던 시기의 작품이라 캐릭터 도트와 타격 연출이 지금 봐도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