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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베케이션 어드벤처

바비 베케이션 어드벤처 (Barbie Vacation Adventure USA) · 1994 · Hi Tech Expres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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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되지 못한 채 남은 게임

이 게임에 대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 게임이 원래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1994년 발매를 목표로 만들어졌지만 어떤 사정인지 정식 출시가 취소됐고, 완성된 롬은 한참 뒤에야 유출된 형태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는 정식 패키지도, 당시의 잡지 광고도, 오락실이나 문방구에서 이걸 해 본 사람의 기억도 거의 없습니다. 카트리지로는 존재한 적이 없는데 플레이는 가능한, 조금 기묘한 위치의 게임입니다.

메가드라이브에는 이런 식으로 완성 직전에 엎어진 라이선스 게임이 적지 않았습니다. 16비트 시대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 판권물의 수익성이 떨어졌고, 유통사가 계약을 접으면 개발이 끝난 게임도 창고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작품은 그 사례 가운데 하나이면서, 프로토타입이 온전한 상태로 남아 지금도 실제로 굴러간다는 점에서 운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바비 베케이션 어드벤처 액션 게임 화면 1 - 메가 드라이브 (1994)

바비 인형이 여행을 떠나는 게임

바비 베케이션 어드벤처(Barbie Vacation Adventure)는 미국 마텔의 인형 브랜드 바비를 소재로 만든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바비가 되어 미국 각지의 휴가지를 돌아다니면서, 각 장소마다 주어지는 과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총싸움이나 격투는 전혀 없고, 화면을 좌우로 움직이며 목표한 물건을 찾아 모으고 제한 시간 안에 정해진 일을 끝내는 구성입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스테이지가 시작되면 화면 위쪽에 이번에 해야 할 일이 제시되고, 바비를 조작해 그 조건을 채우면 됩니다. 걷고 뛰고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기본 조작에, 물건을 집어 드는 동작이 붙는 정도입니다. 게임 패드 버튼 두 개면 충분히 다 다룰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서, 액션 게임을 거의 해 보지 않은 사람도 몇 분이면 조작을 익힙니다.

목표를 읽는 것이 곧 공략입니다

이 게임에서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헤매는 지점은 의외로 액션이 아니라 목표 파악입니다. 화면에 나오는 지시문이 영어인 데다, 무엇을 몇 개 모아야 하는지가 눈에 잘 안 들어오면 스테이지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시작하자마자 화면 상단의 표시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대부분의 막힘이 풀립니다.

두 번째로 걸리는 것은 시간입니다. 각 과제에는 제한 시간이 걸려 있고, 지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들어가면 시간을 다 쓰고 실패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만 이 게임은 실패에 대한 벌칙이 가혹하지 않아서, 한 번 지형을 익힌 뒤 다시 들어가면 대체로 여유 있게 끝납니다. 첫 시도는 지도를 외우는 정찰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돌아다니는 편이 낫습니다.

세 번째는 낙하와 지형입니다. 점프 거리가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발판 간격이 벌어진 구간에서는 가장자리까지 붙어서 뛰어야 넘어갑니다. 무리하게 달리면서 뛰기보다 한 걸음씩 위치를 잡고 뛰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어린 이용자를 겨냥한 난이도

전체 난이도는 낮게 잡혀 있습니다. 적에게 부딪혀도 즉사하지 않고, 실수를 몇 번 해도 판이 곧장 끝나지 않습니다. 이건 만듦새가 허술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겨냥한 이용자층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인형을 가지고 놀 나이의 어린이가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된 게임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액션 게임의 잣대로 재면 시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조작이 서툰 사람과 함께 앉아서 가볍게 돌려 보기에는 부담이 없습니다. 화면 색감도 밝고 배경도 관광지풍이라 보고 있기 편안한 편입니다.

캐릭터 게임이라는 장르의 그 시절

1990년대 초중반에는 인형,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긴 작품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게임성보다 브랜드 인지도로 파는 상품이었고, 개발 기간과 예산도 짧게 잡히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이 작품 역시 그 흐름 속에 있고, 원작 브랜드의 이미지를 화면에 옮겨 놓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 반면 게임 자체의 깊이는 얕은 편입니다.

한국 사정으로 보면 이런 계열의 게임은 오락실보다 가정용 쪽 이야기였습니다. 메가드라이브가 국내에 정식 유통되던 시절에도 여아를 겨냥한 캐릭터 게임은 수입 목록에서 뒤로 밀렸고, 이 작품은 아예 발매 자체가 취소됐으니 국내에서 실물을 본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 이 게임을 만나는 것은, 30년 전에 나오려다 만 물건을 뒤늦게 꺼내 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지금 해 볼 만한 이유

이 게임은 명작 목록에 오를 작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발매 취소된 롬이 온전히 남아 실제로 돌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고, 16비트 시절 캐릭터 라이선스 게임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보여 주는 표본으로도 값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설치나 별도 프로그램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서 몇 분 안에 어떤 게임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짧게 돌려 보고 그 시절의 공기를 느끼는 정도로는 충분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