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쏜 메가드라이브판
블랙쏜 (Blackthorne USA) · 1994 · Inter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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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돌아 쏘는 액션
횡스크롤 액션에서 뒤를 보고 쏜다는 발상이 흔치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등에 산탄총을 메고 있고, 버튼 하나로 몸을 돌려 화면 뒤쪽으로 쏩니다. 게다가 배경 벽에 등을 붙여 몸을 숨길 수 있습니다. 총알이 날아오면 벽에 붙어 흘려보내고, 지나가면 나와서 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총격전은 뛰어다니며 난사하는 그림이 아닙니다. 서로 엄폐물 뒤에 숨어 상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느리고 팽팽한 싸움에 가깝습니다. 같은 시기의 빠릿한 액션 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른 리듬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블랙쏜(Blackthorne)은 빼앗긴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지하 광산과 요새를 거쳐 나아가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싸움과 함께 길을 여는 문제 풀이가 큰 비중을 차지해서, 액션 게임이면서 퍼즐의 성격도 강합니다.
한 스테이지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오르내리며 열쇠와 도구를 찾고, 스위치를 눌러 문을 열고, 지키고 선 적을 처리하며 출구로 갑니다. 지도가 없어서 어디를 갔고 어디를 안 갔는지 기억해 두는 게 중요합니다.
동작 하나하나가 무겁습니다. 걷고 뛰고 매달리는 애니메이션이 촘촘한 대신 반응이 즉각적이지 않아서, 위험을 보고 나서 반응하면 늦습니다. 미리 자리를 잡고 움직이는 게 이 게임의 기본입니다.
엄폐와 도구
벽에 붙는 동작이 이 게임의 중심입니다. 붙어 있는 동안에는 대부분의 총격이 지나가고, 그 사이에 적의 발사 간격을 셀 수 있습니다. 적도 같은 짓을 하기 때문에, 서로 벽에 붙어 눈치를 보다가 먼저 나온 쪽이 맞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도구도 여럿 있습니다. 던져서 시간이 지나면 터지는 폭탄, 잠깐 몸을 지켜 주는 물건, 체력을 회복하는 약 같은 것들입니다. 폭탄은 벽을 부수거나 멀리 있는 적을 처리하는 데 쓰는데 수가 적으니 아껴야 합니다. 눈앞의 적 하나를 없애려고 폭탄을 쓰면 정작 벽을 못 부수고 되돌아 나와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막히는 지점
처음 하면 대개 성급함 때문에 죽습니다. 새 방에 들어서자마자 앞으로 나가면 대기하고 있던 적에게 그대로 맞습니다. 문을 지나기 전에 총을 준비하고, 들어가자마자 벽에 붙는 습관을 들이면 초반 사망이 크게 줄어듭니다.
길을 못 찾아 헤매는 것도 흔합니다. 스테이지가 위아래로도 이어져 있어서, 내려가는 사다리 하나를 못 보고 같은 층을 계속 돌기 십상입니다. 막혔다 싶으면 지나온 방들의 위아래를 다시 확인하는 게 빠릅니다.
갇힌 사람을 풀어 주는 요소도 있습니다. 이들이 문을 열어 주거나 아이템을 주므로,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길이 막힙니다. 화면 구석에 서 있는 인물은 일단 말을 걸어 보는 게 좋습니다.
그림과 만듦새
동작이 유난히 매끄러운데,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애니메이션을 썼기 때문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만든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동작이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 무게가 이 게임의 분위기와 잘 맞습니다.
배경은 어둡고 황량합니다. 광산의 갱도와 붉은 하늘, 기계 장치가 돌아가는 요새가 이어지는데, 밝은 색을 거의 쓰지 않아서 화면 전체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밝고 빠른 게임이 주류였던 시기에 이런 분위기는 그 자체로 눈에 띄었습니다.
여러 기기로 나온 게임
이 게임은 컴퓨터로 먼저 나온 뒤 여러 가정용 기기로 옮겨졌고, 메가드라이브판도 그중 하나입니다. 기기마다 색수와 소리, 스테이지 구성에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진 게임은 아니지만, 한 번 잡아 본 사람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반사신경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자리를 잡고 순서를 재는 액션이라, 빠른 게임에 지친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 종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