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패미컴판 팩맨
팩맨 (Pac Man Europe) · 1993 · Namc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40년이 지나도 규칙이 그대로인 게임
게임을 켜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노란 동그라미를 움직여 점을 먹고, 유령을 피합니다. 이 한 문장이 전부이고,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이 규칙을 개선하지 못했습니다. 조작은 방향키 네 개, 버튼은 하나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몇 판만 하다 보면 손바닥에 땀이 납니다. 마지막 점 하나를 남겨 두고 유령 두 마리가 양쪽에서 다가올 때의 긴장은, 화려한 그래픽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게임 디자인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때 항상 첫 줄에 놓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슈퍼패미컴판 팩맨(Pac-Man)은 미로 안의 점을 모두 먹으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미로에는 네 마리의 유령이 돌아다니고, 이들에게 닿으면 목숨이 하나 줄어듭니다.
미로 네 귀퉁이에는 큰 점, 이른바 파워 쿠키가 놓여 있습니다. 이걸 먹으면 잠시 동안 상황이 뒤집혀 유령들이 파랗게 변하고 도망칩니다. 그동안 유령을 잡아먹으면 점수를 얻는데, 연속으로 잡을수록 배점이 올라갑니다. 쫓기다가 쫓는 쪽으로 바뀌는 이 몇 초가 팩맨의 핵심입니다.
네 유령의 성격
유령은 넷 다 다르게 움직입니다. 빨간 유령은 팩맨을 곧장 따라오는 추격형이고, 분홍 유령은 팩맨이 향하는 앞쪽을 노려 길목을 막습니다. 파란 유령은 다른 유령의 위치까지 계산해 움직여 예측이 어렵고, 주황 유령은 가까워지면 오히려 물러나는 변덕스러운 행동을 보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플레이가 달라집니다. 무작정 도망치는 게 아니라, 어느 유령이 어느 방향에서 올지를 예상하고 길을 고르게 됩니다. 미로 양옆의 워프 통로를 언제 쓰느냐도 중요한 판단입니다.
점수를 올리는 방법
미로 가운데에는 일정 시간마다 과일이 나타납니다. 체리에서 시작해 딸기, 오렌지로 이어지며 판이 올라갈수록 배점이 커집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걸 챙기느냐가 고득점의 갈림길입니다.
숙련자들은 파워 쿠키를 아껴 두는 방식을 씁니다. 유령 넷이 몰려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큰 점을 먹고 한꺼번에 잡아 점수를 극대화하는 겁니다. 반대로 초반에 급히 써 버리면 후반에 도망칠 수단이 없어 몰리게 됩니다. 단순한 규칙 위에 이런 전략이 쌓이는 게 이 게임의 깊이입니다.
오락실 밖으로 나온 팩맨
팩맨은 오락실 기판으로 시작해 거의 모든 가정용 기기로 옮겨졌습니다. 기종마다 화면 비율과 성능이 달라 미로 크기나 유령의 움직임에 미묘한 차이가 생겼고, 어느 판본이 원작에 가까운지를 두고 이야기가 오갈 정도입니다.
슈퍼패미컴 시기의 이 판본은 원작의 감각을 살리면서 화면을 깔끔하게 정리한 쪽입니다. 짧게 몇 판만 해도 손이 기억하는 게임이라, 오랜만에 켜 봐도 곧바로 예전의 리듬을 되찾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