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메가드라이브)
스파이더맨 (Spider Man World Sega)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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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서 거미줄이 뻗어 나가 건물 모서리에 걸리고, 그대로 몸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장면. 스파이더맨이라는 인물을 게임으로 만들 때 반드시 넘어야 하는 관문이 바로 이 동작입니다. 이 감각이 살아나지 않으면 아무리 그림이 좋아도 다른 액션 게임과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메가드라이브로 나온 이 작품은 그 점을 알고 거미줄을 게임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스파이더맨(Spider-Man)은 옆에서 본 화면을 따라 진행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을 움직여 적을 물리치고, 벽을 타고 오르거나 거미줄에 매달려 건너뛰면서 목적지까지 나아갑니다. 평범한 주먹질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자리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거미줄을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곧 실력이 됩니다.
거미줄을 다루는 법
거미줄은 크게 두 가지로 쓰입니다. 하나는 위쪽으로 쏘아 매달린 채 흔들려 건너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적을 향해 쏘아 묶어 두거나 밀어내는 것입니다. 앞의 것은 이동 수단이고 뒤의 것은 무기인 셈인데, 같은 자원을 나눠 쓰기 때문에 어디에 얼마나 쓸지 계산이 필요합니다.
거미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이 제한이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이동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쏘다 보면 정작 건너야 할 넓은 틈 앞에서 바닥이 나 버립니다. 그래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구간은 걸어가고, 거미줄은 반드시 필요한 자리에 아껴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중간중간 보충할 수 있는 지점이 있으니, 그 위치를 기억해 두면 운영이 한결 편해집니다.
벽을 타는 감각
스파이더맨답게 벽과 천장에 붙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동작은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공략에 쓰입니다. 바닥에서 적이 몰려올 때 벽으로 올라가 버리면 공격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 위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하나씩 처리할 수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이 이동을 잘 쓰지 않고 바닥으로만 다니다가 고생합니다. 바닥은 적이 가장 많이 깔리는 자리이고, 함정도 대개 바닥에 있습니다. 화면에 들어서면 먼저 위쪽에 붙을 자리가 있는지 살피는 습관을 들이면 체력 소모가 크게 줄어듭니다.
막히는 지점과 넘기는 요령
이 게임에서 어려운 구간은 대개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던집니다. 발판이 좁아 정확한 도약이 필요한데 그 위로 적이 날아다니는 식입니다. 이런 자리는 서둘러 지나가려다 오히려 아래로 떨어지기 쉽습니다. 한 발씩 끊어 가면서, 먼저 방해가 되는 적을 정리하고 나서 이동에 들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체력이 깎였을 때 회복할 수단이 넉넉하지 않은 것도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적을 다 잡을 필요는 없으므로, 굳이 싸우지 않고 벽이나 거미줄로 건너뛰어 지나칠 수 있는 자리는 그냥 지나가는 것이 이득입니다. 점수를 욕심내다 체력을 잃으면 뒤 구간에서 그 대가를 치릅니다.
원작 만화를 옮긴 방식
이 시기 만화 원작 게임들은 원작의 인물과 분위기를 화면에 얼마나 담아내느냐로 평가가 갈렸습니다. 그림체와 배경 묘사, 주인공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원작을 아는 사람의 눈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대표 동작인 거미줄 이동과 벽 타기를 조작에 제대로 넣었다는 점에서, 캐릭터를 그저 얼굴만 빌려 온 게임들과 구분됩니다.
메가드라이브는 그 시절 국내에서도 꽤 보급되어 있었고, 만화나 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들이 대여점 진열대에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은 그중에서도 이름값이 있는 축이라 한 번쯤 손에 잡아 본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 해 보면
요즘 스파이더맨 게임의 넓은 도시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감각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훨씬 좁고 정직합니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면서 주어진 자원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이라, 오히려 옛날 액션 게임의 문법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거미줄에 매달려 몸이 호를 그리며 날아가는 순간의 맛은 지금 해 봐도 살아 있습니다. 한 번에 끝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 한 구간씩 익혀 가며 거미줄을 아끼는 요령을 붙이는 쪽으로 붙잡으면 꽤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