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리 3 패미컴판
이카리 3 (Ikari Iii the Rescue USA) · 1991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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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대신 주먹
이카리라고 하면 대개 총을 든 병사가 밀림을 뚫고 올라가는 화면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세 번째 작품에서 병사들은 총을 내려놓고 주먹부터 씁니다. 다가온 적을 때리고 걷어차고 집어던집니다. 시리즈를 알던 사람에게는 이 변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유는 이야기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전면전이 아니라 납치된 아이를 되찾아 오는 구출 작전이고, 몰래 들어간 병사들이 맨몸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무기는 도중에 주워 쓰는 물건이지 처음부터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게임인가
이카리 3(Ikari III: The Rescue)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위쪽을 향해 나아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은 병사가 전진하는 만큼 위로 흐르고, 사방에서 달려드는 적을 처리하며 목적지까지 올라갑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붙을 수 있어서 둘이 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싸움은 근접전이 중심입니다. 붙어서 때리고, 붙잡아 던지고, 뛰어들어 발차기를 넣습니다. 여기에 도중에 얻는 칼이나 총 같은 무기가 더해지는데, 이런 무기는 쓸 수 있는 동안만 강할 뿐 결국 다시 맨몸으로 돌아옵니다. 수류탄은 몰려 있는 무리를 한 번에 정리할 때 씁니다.
몰려오는 적의 수가 많다는 것이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한 명씩 상대하려 들면 금세 둘러싸이므로, 적이 모이기 전에 위치를 옮겨 한 방향으로만 상대하도록 만드는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오락실판과의 차이
원래 이 게임은 오락실 기계로 먼저 나왔습니다. 시리즈의 상징이던 돌리는 레버, 즉 몸의 방향과 공격 방향을 따로 잡을 수 있는 장치를 쓴 게임입니다. 가정용 기계에는 그런 레버가 없으니, 이식판에서는 버튼으로 방향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차이는 조작 감각에 그대로 영향을 줍니다. 오락실에서는 손목만 돌리면 되던 것을 여기서는 버튼을 누른 상태로 처리해야 해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원하는 쪽을 못 보고 맞는 일이 잦습니다. 대신 한 번 익히면 뒤로 물러나면서 앞을 때리는 움직임이 가능해져 생존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화면에 동시에 나오는 적의 수와 배경의 화려함은 오락실 쪽이 낫습니다. 다만 가정용판은 몇 번이고 다시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끝을 보려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어디서 막히나
가장 흔한 실패는 앞만 보고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 게임의 적은 화면 아래쪽과 좌우 끝에서도 계속 나옵니다. 위로만 밀고 올라가면 어느새 뒤가 막혀 협공을 당합니다. 조금 올라갔다 멈춰서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 올라가는 리듬을 지키는 것이 기본입니다.
무기를 손에 넣었을 때가 오히려 위험합니다. 강해졌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들어가다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기는 어려운 구간을 넘기려고 아껴 두는 물건이지, 쉬운 구간에서 쓸 물건이 아닙니다. 두 명이 함께 한다면 한 명이 앞에서 시선을 끌고 다른 한 명이 옆에서 정리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합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이카리는 밀림을 배경으로 한 첫 작품이 크게 성공하면서 시작된 시리즈입니다. 두 번째 작품에서 무대와 적의 성격이 바뀌었고, 이 세 번째 작품에서는 아예 싸우는 방식 자체를 근접전으로 옮겼습니다. 같은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도 편마다 성격이 꽤 다릅니다.
이 시기의 개발사는 이후 오락실 대전격투로 이름을 크게 알리게 됩니다. 그 흐름에서 보면, 병사에게 주먹과 던지기를 쥐여 준 이 작품은 그 회사가 근접 격투의 손맛을 다듬어 가던 과정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국내에서는 첫 작품이 오락실에서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뒤에 나온 편들도 이름값으로 관심을 받았습니다. 다만 가정용으로 접한 사람 입장에서는 돌리는 레버가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래도 둘이 앉아 번갈아 죽어 가며 위로 올라가던 감각은 그대로입니다. 화면 가득 몰려오는 적을 주먹으로 밀어내는 이 게임의 방식은, 총을 쏘던 앞선 편들과는 또 다른 종류의 손맛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