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쉬 앤 더 보이즈
크래쉬 앤 더 보이즈 (Crash N the Boys Street Challenge USA) · 1992 · Tech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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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이 없는 육상 대회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상대를 때려도 되고, 허들 경기 중에 발로 걷어차도 됩니다. 이 게임의 육상 대회에는 심판이 없습니다. 열혈 시리즈 특유의 뭉툭한 캐릭터들이 다섯 팀으로 나뉘어 도시 한복판에서 벌이는 무법 올림픽이고, 종목마다 승부의 절반은 기록이 아니라 상대를 얼마나 방해했느냐로 갈립니다.
크래쉬 앤 더 보이즈(Crash 'n the Boys: Street Challenge)는 열혈 시리즈의 운동회 계열 작품을 서구권용으로 옮긴 스포츠 액션 게임입니다. 원작은 일본에서 나온 열혈 신기록 계열의 작품이고, 이 판본에서는 등장인물 이름과 배경이 미국 도시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개 종목을 차례로 치르며 점수를 쌓아 최종 순위를 가리는 구성입니다.
다섯 종목의 성격
종목 구성은 육상 경기의 이름을 빌려 왔지만 내용은 전부 액션 게임입니다. 허들 경기는 장애물을 넘는 것뿐 아니라 옆 레인의 상대를 밀어 넘어뜨리는 것이 핵심이고, 투척 종목은 힘 조절과 각도 조절이 함께 걸립니다. 수영 종목은 물속과 물 위를 오가며 진행하는데, 다른 선수와 몸이 겹치면 그대로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도심 건물 옥상을 넘어 다니는 종목과, 아예 대놓고 격투로 승부를 보는 종목입니다. 앞의 것은 발판을 짚어 가며 최대한 멀리 나아가는 방식이라 점프 타이밍 하나로 결과가 크게 갈리고, 뒤의 것은 사실상 일대일 대전 격투에 가까워서 이 게임이 스포츠가 아니라 액션 게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종목마다 조작 감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에 익숙해졌다고 전체가 쉬워지지 않습니다. 대신 못하는 종목이 하나 있어도 다른 종목에서 점수를 크게 벌면 뒤집을 수 있어서, 자기가 강한 종목을 확실히 만들어 두는 전략이 통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첫 관문은 연타 감각입니다. 달리기 계열 종목에서 속도를 내려면 버튼을 빠르게 번갈아 눌러야 하는데, 이 리듬을 잡지 못하면 컴퓨터 상대에게 시작부터 크게 뒤처집니다. 무작정 빠르게 누르는 것보다 일정한 박자로 두 버튼을 교대하는 편이 실제로는 더 잘 나옵니다.
두 번째는 공격 타이밍입니다. 상대를 때리는 동작에는 자기 자신도 멈추는 시간이 붙기 때문에, 아무 때나 휘두르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상대가 장애물 앞에서 자세를 잡는 순간처럼 회복 시간이 긴 지점을 노려야 한 번의 공격이 순위 역전으로 이어집니다.
세 번째는 각 종목의 규칙을 모른 채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종목 설명을 친절하게 해 주지 않아서,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점수가 되는지조차 모르고 한 판을 날리기 쉽습니다. 종목마다 한 번씩 져 보며 구조를 파악하는 과정을 각오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열혈 시리즈 안에서의 위치
이 작품은 다운타운 열혈 계열에서 뻗어 나온 운동회 갈래에 속합니다. 같은 계열의 대표작이 팀 대항 구기 종목이나 격투 대회를 다뤘다면, 이쪽은 개인 종목 위주의 육상 대회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한 판이 짧게 끊어지고 종목마다 성격이 달라서, 여럿이 번갈아 잡기에 특히 잘 맞습니다.
서구권 이식 과정에서 캐릭터 설정이 바뀐 것은 이 시리즈에서 흔한 일이었습니다. 일본 학원물 배경이 미국식 거리 문화로 옮겨지면서 이름과 옷차림이 달라졌고, 그 결과 원작과 이 판본을 각각 다른 게임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게임의 뼈대와 조작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둘이서 할 때가 진짜입니다
혼자 하면 컴퓨터 상대의 패턴을 외우는 게임이 되지만, 둘이 붙으면 완전히 달라집니다. 상대를 때려도 된다는 규칙이 사람 대 사람으로 바뀌는 순간, 기록 경쟁이 아니라 서로 방해하기 대회가 됩니다. 결승선 직전에 밀어 넘어뜨려 순위를 뒤집는 장면이 이 게임의 핵심 재미입니다.
국내에서는 열혈 시리즈 자체가 문방구 오락기와 복사 카트리지를 통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도 정식 이름보다는 그 계열 게임 중 하나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뭉툭한 캐릭터가 나오는 다른 열혈 게임들과 뭉뚱그려 이야기되곤 했습니다.
지금 해 볼 만한가
30년 가까이 지난 게임이지만 한 종목이 몇 분 안에 끝나는 구조라 지금 잡아도 부담이 없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므로 설치 과정 없이 눌러서 시작할 수 있고, 종목 하나만 골라 짧게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권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혼자서 다섯 종목을 한 바퀴 돌며 각 종목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확인하고, 그다음에 사람을 불러 같은 종목을 다시 하는 것입니다. 규칙을 알고 나서 붙는 두 번째 판부터가 이 게임의 본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