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오브 디스트럭션
링 오브 디스트럭션 (Ring of Destruction Slammasters Ii 940902 Euro) · 1994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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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게임이 격투 게임이 되었다
전작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이 게임의 첫인상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여럿이 링 위를 뛰어다니며 뒤엉키던 게임이, 이번에는 한 명씩 마주 보고 서서 체력 게이지를 깎는 대전 격투 게임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화면 구성도 상대와 마주 선 정통 격투 게임의 그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면 레슬링의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로프에 튕겨 돌아오는 공격, 상대를 붙잡고 벌이는 힘겨루기, 던져서 바닥에 꽂는 마무리까지 링 위의 문법이 격투 게임 위에 얹혀 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링 오브 디스트럭션(Ring of Destruction: Slam Masters II)은 프로레슬러를 골라 1대1로 겨루는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전작의 벨트 스크롤식 난투를 정리해 정통 대전 형식으로 바꿔 낸 작품입니다.
기본 조작은 익숙한 격투 게임 그대로지만, 잡기의 비중이 훨씬 큽니다. 상대에게 붙잡히면 레버를 흔들어 빠져나와야 하고, 여기서 밀리면 그대로 큰 기술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거리를 재는 방식이 다른 격투 게임과 완전히 다릅니다.
링이라는 무대
무대가 링이라는 점이 전략을 만듭니다. 로프 쪽으로 밀린 캐릭터는 튕겨 나오면서 무방비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그 반동을 이용해 돌진 공격을 걸 수도 있습니다. 코너 포스트 위로 올라가 뛰어내리는 공격도 있어서, 무대의 높낮이를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링 밖으로 나가는 상황이나 심판의 존재 같은 요소들이 화면을 프로레슬링답게 만들어 줍니다. 배경의 관중이 기술이 들어갈 때마다 들썩이는 연출도 분위기를 살립니다.
파이널 파이트에서 건너온 시장
출전 선수 중에는 다른 캡콤 게임에서 건너온 얼굴이 있습니다. 파이널 파이트에서 딸을 구하러 직접 거리로 나섰던 시장이 프로레슬러 출신이라는 설정을 살려 이 링에 올라와 있습니다. 벨트 스크롤 액션에서 보던 기술들이 대전 격투 게임의 문법으로 다시 정리되어 있는 걸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 밖에도 가면을 쓴 루차도르, 거구의 파워형 선수, 동양 무술을 쓰는 선수 등 프로레슬링 흥행에 나올 법한 인물들이 골고루 갖춰져 있습니다.
잊혀졌지만 단단한 게임
같은 시기 캡콤이 내놓은 다른 격투 게임들이 워낙 유명했던 탓에, 이 게임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도 자리를 오래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잡기 중심의 대전 격투 게임을 찾는 사람에게는 지금도 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큼직한 캐릭터 도트와 시원한 기술 연출, 로프를 쓰는 특유의 공방은 다른 게임에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