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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랜드 패미컴판

팩랜드 (Pac Land Japan) · 1985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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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맨이 다리를 얻었다

미로 속을 떠다니던 노란 동그라미에게 어느 날 팔다리가 생겼습니다. 모자를 쓰고 신발을 신고, 옆으로 스크롤되는 세계를 두 발로 걸어 다닙니다. 처음 이 화면을 본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이 갑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게임이 나온 시점입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보다 먼저 세상에 나온 옆 스크롤 액션 게임이고, 배경이 여러 겹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르는 연출도 여기서 먼저 보여 줬습니다. 오늘날 당연하게 여기는 플랫폼 액션의 문법 상당 부분이 이 작품에서 정리됐습니다.

팩랜드 패미컴판 액션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5)

어떤 게임인가

팩랜드(Pac-Land)는 남코가 만든 옆으로 진행하는 액션 게임이고, 이 작품은 그 패미컴 이식판입니다. 길을 잃은 요정을 요정 나라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한 세트의 목표입니다.

조작이 독특합니다. 십자키로 걷는 것이 아니라, 좌우 이동 버튼을 각각 눌러 나아가고 같은 방향을 연달아 누르면 달립니다. 점프는 별도 버튼입니다. 오락실 원판이 버튼 세 개로 조작하는 기기였던 탓인데, 이 방식 때문에 처음에는 손이 꼬이지만 익숙해지면 가속과 감속을 세밀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팩랜드 패미컴판 액션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5)

유령을 피하는 법은 여전하다

원조 팩맨의 유령 넷은 여기서도 나옵니다. 자동차를 타고 쫓아오거나 하늘에서 떨어지고, 소화전 뒤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옵니다. 미로가 아니라 길거리로 무대가 바뀌었을 뿐 그들의 성격은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파워 쿠키도 그대로입니다. 이것을 먹으면 잠깐 동안 팩맨이 무적이 되고, 유령들이 파랗게 변해 도망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유령을 밟아 점수를 올리는 것이 이 게임에서도 가장 짜릿한 순간입니다. 미로 게임의 핵심 규칙 하나를 다른 장르로 온전히 옮겨 온 셈입니다.

팩랜드 패미컴판 액션 게임 화면 3 - 패미컴 (1985)

요정의 신발과 숨은 것들

요정 나라에 도착하면 보답으로 신발을 받습니다. 이 신발을 신으면 공중에서 한 번 더 떠오를 수 있어, 돌아가는 길에서는 높은 곳을 넘나들며 진행하게 됩니다. 갈 때와 올 때의 플레이가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배경 곳곳에 숨은 요소가 많습니다. 나무 그루터기 위에서 뛰거나 특정 자리에서 멈추면 보너스가 나타나고, 선인장이나 소화전에 숨은 점수 아이템도 있습니다. 급히 달려 나가면 전부 놓치게 되니, 점수를 노린다면 코스를 외우고 숨은 자리를 하나씩 확인하며 가야 합니다.

시대를 앞서간 작품

팩랜드의 그림은 미국에서 방영되던 팩맨 애니메이션의 화풍을 따랐습니다. 밝은 색과 만화적인 배경 덕분에 지금 봐도 눈이 편합니다. 여러 겹으로 흐르는 배경, 캐릭터의 가속감, 구간마다 바뀌는 지형은 이후 수많은 플랫폼 게임의 참고 대상이 됐습니다.

패미컴판은 오락실판의 버튼 조작을 그대로 옮겨서 호불호가 갈립니다. 방향키로 걷는 데 익숙한 사람에게는 낯설지만, 이 게임이 어떤 감각으로 설계됐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이쪽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장르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