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킥
프리 킥 (Free Kick ns6201 a 1987 10) · 1987 · Nihon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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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깨기인데 축구입니다
처음 화면을 보면 잠깐 어리둥절해집니다. 아래쪽에는 분명 벽돌깨기의 그 막대가 있는데, 화면 위쪽에 늘어선 것은 벽돌이 아니라 축구 선수들이고, 그것도 가만히 있지 않고 좌우로 움직입니다. 공을 튕겨 올려 선수들을 맞혀 없애거나, 골대 쪽으로 정확히 밀어 넣어 골을 넣는 것이 이 게임이 요구하는 일입니다. 벽돌깨기의 조작에 축구의 목표를 얹어 놓은, 꽤 뻔뻔하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 발상입니다.
움직이는 표적을 노린다는 점 하나로 게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고정된 벽돌 더미를 무너뜨리는 벽돌깨기는 각도 계산의 게임이지만, 이쪽은 상대가 어디로 갈지 예측해서 미리 그 자리로 공을 보내야 하는 타이밍의 게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프리킥(Free Kick)은 아래쪽 막대로 공을 튕겨 화면 위의 표적을 처리하는 볼 앤 패들 계열 게임입니다. 레버로 막대를 좌우로 옮기고, 공이 막대의 어느 지점에 맞느냐에 따라 튀어 나가는 각도가 달라지는 기본 규칙은 벽돌깨기와 같습니다. 다만 표적이 축구 선수이고, 스테이지를 넘기는 조건이 화면 정리 또는 일정 득점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공을 아래로 흘리면 목숨이 줄어드는 것도 이 장르의 규칙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한 판의 흐름은 늘 두 가지를 동시에 계산하는 일이 됩니다. 공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그리고 그 공을 어디로 보낼 것인가입니다.
막대의 어디에 맞히느냐가 전부입니다
이 장르를 처음 하는 사람은 공을 놓치지 않으려고 막대 한가운데로만 받으려 합니다. 그런데 한가운데로 받으면 공은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서, 정작 맞히고 싶은 선수 근처에는 가지 않습니다. 실력은 일부러 막대 끝으로 받아 각도를 만드는 데서 갈립니다.
막대 왼쪽 끝으로 받으면 왼쪽 위로, 오른쪽 끝으로 받으면 오른쪽 위로 크게 꺾여 나갑니다. 이 각도 조절을 몸에 익히면, 화면 구석에 남아 잘 안 맞던 표적도 두세 번이면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끝으로 받는 것은 공을 놓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라, 목숨이 하나 남았을 때는 욕심을 접고 안전하게 받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벽 반사입니다. 좌우 벽을 한 번 거치게 보내면 정면으로는 닿지 않는 자리도 노릴 수 있습니다. 오래 하는 사람들은 표적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벽에 맞은 뒤의 궤적을 상상하며 각도를 잡습니다.
어디서 막히는가
가장 흔히 막히는 지점은 표적이 몇 개 남지 않았을 때입니다. 처음에는 아무 데나 튕겨도 뭔가는 맞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가 화면 끝에서 좌우로 왔다 갔다 하기 시작하면, 공은 자꾸 빗나가고 시간만 흘러갑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세게 치는 게 아니라, 표적이 왕복하는 주기를 몇 번 지켜보고 그 도착 지점으로 공을 미리 보내는 인내입니다.
두 번째는 공이 빨라지는 구간입니다. 대부분의 볼 앤 패들 게임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거나 스테이지가 올라가면 공 속도가 붙습니다. 속도가 붙으면 막대를 크게 움직이는 습관이 독이 되므로, 공의 궤적을 보고 미리 자리를 잡아 두는 쪽으로 조작을 바꿔야 합니다.
볼 앤 패들 장르의 한복판에서
1986년 아르카노이드가 크게 성공한 뒤로, 여러 회사가 벽돌깨기에 자기만의 변주를 얹은 게임을 쏟아냈습니다. 아이템으로 막대를 늘리고 공을 여러 개로 쪼개는 방향이 주류였는데, 프리킥은 조금 다른 길을 갔습니다. 표적 자체를 움직이게 만들어서, 아이템이 아니라 예측으로 난이도를 만든 것입니다.
만든 곳은 니혼 시스템입니다. 크게 이름을 남긴 회사는 아니지만 이 시기에 여러 기판용 게임을 내놓았고, 프리킥은 그중 비교적 널리 돌아다닌 작품입니다. 훗날 국내에서 이 게임을 본떠 만든 아류작도 나왔을 만큼, 발상 자체가 손쉽게 눈길을 끄는 종류였습니다.
한국 오락실과 문방구에서
한국에서 이런 게임의 자리는 대개 오락실 안쪽보다 문방구 앞이나 동네 구멍가게 옆이었습니다.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고, 지나가다 100원 넣고 몇 분 하고 갈 수 있는 게임이 그 자리에 어울렸기 때문입니다. 축구공과 선수라는 소재도 아이들에게 즉시 통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화면은 소박하지만 손맛은 여전합니다. 막대 끝으로 각도를 만들어 마지막 하나를 정확히 맞혔을 때의 만족감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서, 그 한 번의 정확한 튕김을 다시 확인해 보기 좋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