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디그 더그 II

디그 더그 II (Dig Dug Ii Trouble in Paradise USA) · 1989 · Bandai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땅을 파고 들어가 몬스터에게 바람을 넣어 터뜨리던 그 게임의 속편인데, 이번에는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주인공 디그 더그는 섬 위에 올라서 있고, 손에는 곡괭이가 아니라 착암기가 들려 있습니다. 섬 곳곳에 박힌 말뚝에 착암기를 대고 돌리면 섬에 금이 가고, 금이 이어지면 섬의 한 조각이 통째로 바다에 빠집니다. 그 위에 적이 서 있었다면 함께 가라앉습니다.

디그 더그 II(Dig Dug II)는 남코가 만든 디그 더그의 속편으로, 패미컴판은 미국에서 반다이가 트러블 인 파라다이스라는 부제를 붙여 냈습니다. 전작이 흙 속을 파고드는 종스크롤 화면이었다면 이번에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하나의 섬이 무대이고, 그 섬을 부수는 것이 곧 공격 수단이라는 발상 하나로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었습니다.

디그 더그 II 액션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9)

섬을 부수는 규칙

화면 안에는 작은 섬 하나가 통째로 들어 있고, 그 위에 주인공과 적들이 섞여 돌아다닙니다. 섬 가장자리 근처에는 말뚝이 여러 개 박혀 있습니다. 말뚝 위에 서서 버튼을 누르면 착암기가 돌아가고, 잠시 뒤 그 말뚝에서 균열이 생깁니다. 균열은 다른 말뚝이나 해안선까지 직선으로 뻗어 나갑니다.

균열 두 개가 섬의 한 부분을 완전히 갈라내면 그 조각이 잘려 나가 바다로 가라앉습니다. 여기에 적이 올라가 있었다면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없앨 수 있습니다. 대신 섬이 작아지므로 다음 라운드에는 쓸 수 있는 공간과 말뚝이 줄어듭니다. 크게 잘라내면 편해 보이지만 자기가 서 있을 자리도 함께 사라지는 셈입니다.

기본 공격도 남아 있습니다. 전작처럼 펌프로 바람을 넣어 적을 부풀려 터뜨릴 수 있는데, 이건 한 번에 한 마리씩이고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실제 플레이는 잔챙이는 펌프로 처리하고, 적이 한쪽에 몰렸을 때 섬을 잘라 한 방에 정리하는 두 가지를 섞는 형태가 됩니다.

디그 더그 II 액션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9)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적들

적으로는 전작에서 넘어온 익숙한 얼굴들이 나옵니다. 둥근 몸에 안경을 쓴 것과 불을 뿜는 것, 두 계열이 주축입니다. 이들은 주인공을 향해 다가오다가도 방향을 틀고, 시간이 지나면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이 게임의 난이도는 대부분 자리 싸움에서 나옵니다. 착암기를 돌리는 동안 주인공은 그 자리에 묶여 있습니다. 그동안 적이 다가오면 그대로 맞습니다. 그래서 아무 때나 말뚝을 돌릴 수 없고, 적들이 반대편으로 몰려간 순간을 노려 재빨리 돌리고 빠져나와야 합니다.

여기에 조각이 떨어지는 타이밍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균열이 이어지고 조각이 실제로 가라앉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는데, 그 사이에 적이 조각 밖으로 걸어 나가 버리면 헛수고입니다. 반대로 자기가 잘려 나갈 조각 위에 남아 있으면 함께 빠집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신경 쓰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긴장감입니다.

라운드가 넘어갈수록

섬은 라운드마다 모양이 다르게 주어집니다. 넓고 둥근 섬이 나오면 잘라낼 여지가 많아 편하고, 좁고 길쭉한 섬이 나오면 한 번만 잘못 잘라도 도망칠 공간이 사라집니다. 라운드가 올라가면 적이 늘고 빨라져서, 여유롭게 말뚝을 고르던 초반과 달리 계속 쫓기게 됩니다.

효율적으로 하려면 섬을 아껴야 합니다. 적 한 마리 잡자고 큰 조각을 떼어내면 다음 라운드에 자기 목을 조르는 꼴이 됩니다. 그래서 숙련자들은 되도록 작은 조각으로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정리하는 각을 찾고, 그렇지 않으면 펌프로 참을성 있게 하나씩 처리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균열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하지 못한 채 말뚝을 돌리는 것입니다. 균열은 대체로 직선으로 다음 말뚝까지 뻗으므로, 돌리기 전에 그 말뚝과 이어질 다른 지점이 어디인지 눈으로 한 번 그려 보는 습관이 붙으면 실수가 크게 줄어듭니다.

속편으로서의 위치

디그 더그는 남코를 대표하는 초기 대표작 중 하나였고, 팩맨과 갤러그가 그랬듯 속편에 대한 부담도 컸을 것입니다. 이 게임은 전작의 상징이던 땅파기를 통째로 버리고 완전히 다른 규칙을 들고 왔습니다.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평가도 갈립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참신하고 한두 판만 해 봐도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반면 전작의 그 조마조마한 굴 파기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다른 게임을 붙잡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오늘날까지 이름이 널리 남은 쪽은 여전히 1편입니다.

국내에서는 오락실보다 패미컴 복사팩과 문방구 게임기를 통해 접한 사람이 많습니다. 여러 게임이 한 팩에 들어간 모음집 속에서 마주치면, 제목만 보고 아는 그 디그 더그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착암기와 갈라지는 섬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해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몇 판 하다 보면 나름의 재미가 붙어서, 결국 끝까지 붙잡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그만큼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