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크
반다이크 (Vandyke Japan) · 1990 · U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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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올라가는 칼싸움
종스크롤 화면에서 위로 올라가는 게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비행기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칼을 든 사람이 걸어서 위로 올라갑니다. 화면은 슈팅 게임처럼 아래에서 위로 흐르고, 조작감은 비행기가 아니라 사람의 것입니다. 이 어긋남이 이 게임의 첫인상을 만듭니다. 처음 몇 초 동안은 손이 슈팅 게임의 습관대로 움직이다가, 적이 코앞까지 다가와야 공격이 닿는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자세가 바뀝니다.
칼이 닿는 거리가 짧다는 사실은 이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멀리서 탄을 뿌려 길을 여는 게임이 아니라, 적이 들어올 자리를 미리 잡고 기다렸다가 베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화면이 아무리 빠르게 흘러도 실제로 하는 일은 위치 싸움에 가깝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반다이크(Vandyke)는 무사를 조작해 위로 진행하면서 몰려오는 적을 베어 넘기는 종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와 버튼 몇 개로 끝납니다. 레버로 이동하면서 공격 버튼으로 칼을 휘두르고, 점프로 지형과 적의 공격을 피합니다. 2인 동시 플레이가 되기 때문에 오락실에서는 둘이 붙어서 화면 양쪽을 나눠 맡는 그림이 자주 나왔습니다.
한 판의 흐름은 간단합니다. 화면이 위로 밀려 올라가고, 길목마다 적이 무리 지어 나타나며, 구간 끝에는 몸집이 큰 적이 버티고 있습니다. 도중에 얻는 아이템으로 공격이 강해지거나 몸을 지키는 수단이 생기는데, 맞아서 쓰러지면 그 강화분이 날아가므로 강해진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곧 실력이 됩니다.
캐릭터가 크고 잘 움직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캐릭터 그림입니다. 화면 대비 캐릭터가 큼직하고, 칼을 휘두르는 동작이 여러 장으로 쪼개져 있어서 한 번 베는 동작이 묵직하게 보입니다. 적도 마찬가지여서, 덩치 큰 적이 팔을 크게 휘두르는 예비 동작이 눈에 확실히 보입니다. 이 예비 동작이 보인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어디서 피하고 어디서 들어가야 하는지가 화면에 그대로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배경도 공을 들였습니다. 색을 많이 쓰지 않으면서도 층이 나뉘어 흐르기 때문에 깊이가 느껴지고, 구간이 바뀔 때마다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이 회사는 그 시절에도 그림과 움직임을 잘 뽑기로 이름이 있었고, 이 게임 역시 이름값을 하는 쪽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처음 잡는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이유는 앞으로 나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화면이 위로 흐르니 자연스럽게 위쪽으로 붙게 되는데, 위쪽에 붙어 있으면 새로 등장하는 적이 곧바로 내 위치에 나타납니다. 반대로 화면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적이 내려오는 동안 한 박자 여유가 생깁니다. 이 게임에서는 급할수록 뒤로 빠지는 쪽이 안전합니다.
두 번째로 자주 걸리는 것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칼은 한 방향밖에 못 베므로, 좌우에서 동시에 붙으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맞습니다. 이럴 때는 둘 사이에서 버티지 말고 한쪽으로 빠져나가 일렬로 만든 다음 앞에서부터 처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점프도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적의 줄을 넘어가 자리를 바꾸는 수단으로 쓰면 훨씬 쓸모가 있습니다.
큰 적이 나오는 구간에서는 욕심을 줄이는 것이 요령입니다. 한 번에 많이 때리려고 붙어 있으면 되돌아오는 공격에 걸립니다. 예비 동작을 보고 들어가 두어 번 베고 곧바로 빠지는 식으로 끊어 치면, 시간은 걸려도 훨씬 안정적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내용은 단단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간판을 크게 걸 만한 대작이 아니었고, 같은 시기에 훨씬 유명한 액션 게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들어왔더라도 기판을 여러 개 돌려 쓰는 구석 자리에서 잠깐 보였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해 보면 오히려 새롭습니다. 종스크롤인데 칼로 싸운다는 설정이 익숙하지 않고, 그 낯섦이 몇 판 만에 나름의 규칙으로 정리되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짧게 잡아도 한 구간 정도는 금방 넘어갈 수 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낮으면서, 위치를 잡고 기다리는 요령을 익히면 확실히 더 멀리 갈 수 있는 게임입니다. 유명한 이름들 사이에 묻혀 있던 작품을 꺼내 보는 재미로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