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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 패미컴판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Europe) · 1993 ·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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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나와 게임기 앞으로

1993년 여름, 스크린 위를 걸어 다니는 공룡을 처음 본 충격은 그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잊기 어렵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차를 짓밟고, 랩터가 주방 문을 열려 하던 장면들 말입니다.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하자 거의 모든 게임기로 관련 게임이 쏟아져 나왔고, 그중 하나가 이 패미컴판입니다.

같은 제목을 달았어도 기기마다 내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이 시기 영화 원작 게임의 특징입니다. 어떤 판본은 옆으로 진행하는 액션이고, 어떤 판본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입니다. 이 패미컴판은 섬을 돌아다니며 목표를 처리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쥬라기 공원 패미컴판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3)

어떤 게임인가

쥬라기 공원 패미컴판(Jurassic Park)은 영화를 원작으로 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공룡이 통제를 벗어난 섬에 남겨진 인물이 되어, 각 구역에서 주어진 임무를 해내고 다음 구역으로 나아갑니다.

기본 목표는 흩어진 공룡 알을 찾아 회수하고, 시설의 잠긴 문을 열어 탈출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야외의 밀림 구역에서는 시야가 넓게 열려 있고, 방문자 센터나 사육 시설 같은 실내에 들어가면 좁은 통로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무기로는 마취총 계열을 쓰며 탄약이 정해져 있습니다.

쥬라기 공원 패미컴판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3)

총알을 아끼는 게임

공룡을 총으로 계속 쏴 죽이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 이 작품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탄약이 넉넉하지 않아서, 앞을 막는 모든 공룡을 상대하려 들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피할 수 있는 상대는 피해 가고, 길목을 완전히 막고 있는 상대에게만 총을 쓰게 됩니다.

랩터처럼 빠르게 달려드는 공룡은 정면으로 상대하기 까다롭습니다. 뒤로 물러서면서 거리를 벌리고, 달려드는 순간을 피해 옆으로 빠져나가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초식 공룡은 대개 위협이 되지 않으니 그냥 지나쳐도 됩니다. 무엇을 상대하고 무엇을 무시할지 고르는 판단이 곧 이 게임의 공략입니다.

섬을 익히는 일

구역은 미로처럼 얽혀 있고 목표물이 어디 있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돌아다니며 지형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느 문이 잠겨 있고 어디에 회복 아이템이 있는지를 기억해 두면, 다음 시도에서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실내 구역은 특히 답답한 편입니다. 좁은 복도에서 갑자기 공룡을 마주치면 물러설 자리가 없습니다. 대신 실내에는 필요한 열쇠나 장비가 놓여 있어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밖에서 충분히 준비를 갖춘 뒤 들어가는 것이 요령입니다.

영화 게임이라는 장르

1990년대 초중반은 흥행 영화가 나오면 반드시 게임이 뒤따르던 시기였습니다. 개발 기간이 짧고 영화 개봉에 맞춰야 하는 사정 때문에 완성도가 들쭉날쭉했지만, 좋아하는 영화의 장면 속을 직접 걸어 다닌다는 경험 자체가 큰 매력이었습니다.

이 패미컴판도 그런 시대의 산물입니다. 화면 안의 티라노사우루스는 영화의 그것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그 섬에 홀로 남아 공룡을 피해 다닌다는 상황만큼은 제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첫 화면부터 그 여름의 기분이 돌아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