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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USA En Fr Es) · 2002 · Electronic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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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 1의 수명이 다 끝나가던 2002년에, 이미 플레이스테이션 2가 시장을 장악한 시점에 나온 게임입니다. 같은 제목의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 2·게임큐브·PC·게임보이 어드밴스로 각각 따로 만들어졌는데, 그중에서도 이 초대 플레이스테이션판은 아예 다른 팀이 다른 설계로 만든 별개의 게임에 가깝습니다. 폴리곤 수도 적고 텍스처도 거칠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호그와트 성의 복도가 좁고 어둡게 느껴져서 원작의 음침한 분위기와 묘하게 잘 맞는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은 소설과 영화 2편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3인칭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해리를 조종해 호그와트 성과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수업에서 새 주문을 하나씩 배우고, 그 주문으로 앞을 막고 있던 장애물을 풀어 다음 구역으로 나아가는 구조입니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2)

주문을 배워 길을 여는 구조

이 게임의 뼈대는 단순합니다. 수업에 들어가면 새 주문을 하나 가르쳐 주고, 마우스 커서를 그리듯 지팡이를 휘두르는 미니게임을 통과해야 그 주문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성 안 어딘가에 있던, 그 주문이 아니면 넘어갈 수 없던 곳이 비로소 열립니다.

그래서 진행 방식이 액션 게임보다는 옛날 방식의 어드벤처에 가깝습니다. 무기를 강화해 더 센 적을 이기는 게 아니라, 열쇠를 하나 얻어 잠긴 문을 여는 감각입니다. 물건을 밀거나 띄우는 주문, 불을 붙이는 주문, 멀리 있는 것을 끌어오는 주문 같은 것들이 그대로 퍼즐의 도구가 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막히는 곳도 여기입니다. 진행이 멈췄다면 대개는 방금 배운 주문을 아직 안 써 본 지점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새 주문을 배웠으면 지나온 길을 한 번씩 되짚어 보는 게 이 게임의 기본 요령입니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2002)

성 안을 뒤지는 재미

호그와트 성은 이 게임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큰 미로입니다. 움직이는 계단, 초상화 뒤의 통로, 잠긴 교실, 금지된 구역이 그대로 지형으로 구현되어 있어서, 목적지만 향해 달리기보다 곁길로 새는 쪽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곳곳에 숨겨진 수집 요소가 있습니다. 개구리 초콜릿 카드나 콩 사탕 같은 것을 모으면 체력이 늘거나 상점에서 쓸 수 있는 자원이 되기 때문에, 탐험 자체에 보상이 붙습니다. 이런 요소가 없었다면 성을 왔다 갔다 하는 이동이 지루했을 텐데, 모으는 재미가 그 빈틈을 메워 줍니다.

다만 지도 기능이 친절한 편은 아니어서, 처음에는 자기가 어디 있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층과 계단의 구조를 몇 번 오르내리며 몸으로 익히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편해집니다.

빗자루와 미니게임

중간중간 성 밖으로 나가는 구간이 있습니다. 빗자루를 타고 고리를 통과하며 시간을 재는 비행 구간이 대표적이고, 퀴디치 경기도 짧게나마 들어 있습니다. 걸어 다니는 구간만 계속되면 단조로웠을 텐데, 이런 대목이 리듬을 바꿔 줍니다.

비행 조작은 관성이 꽤 붙는 편이라 처음에는 고리를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방향을 급하게 꺾기보다 미리 크게 돌아 진입 각도를 잡아 두는 편이 기록이 잘 나옵니다. 이 감각을 잡느냐 못 잡느냐가 이 구간의 난이도를 거의 결정합니다.

액션의 난이도

전투는 어렵지 않습니다. 적을 향해 주문을 쏘면 되고, 조준도 어느 정도는 알아서 붙습니다. 원래 어린 독자층을 겨냥한 게임이라 실패해도 크게 잃는 것이 없고, 체크포인트도 자주 배치되어 있습니다.

대신 후반으로 갈수록 회피가 필요한 구간이 늘어납니다. 좁은 통로에서 여러 방향에서 오는 공격을 피해야 하는 곳이 있는데, 카메라가 자동으로 붙는 방식이라 시야가 답답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무리해서 뚫기보다 뒤로 물러나 하나씩 끌어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국에서의 자리

국내에서는 영화 개봉과 함께 해리 포터 열풍이 절정이던 시기라 이름값 하나로도 충분히 눈에 띄던 게임이었습니다. 다만 플레이스테이션 1은 이미 한 세대 뒤로 밀려나 있던 기종이었고, 같은 제목의 플레이스테이션 2판이나 PC판 쪽이 그래픽도 낫고 화제도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초대 플레이스테이션판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간 편입니다. 하지만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성을 직접 걸어 다니며 구석구석 뒤져 보는 경험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기보다, 책에서 읽은 장소를 하나씩 확인하는 마음으로 붙잡으면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