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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프루 건맨스 프루프

간프루 건맨스 프루프 (Ganpuru Gunman S Proof Japan) · 1997 · ASC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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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대신 총을 든 젤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 화면 단위로 넘어가는 필드, 마을 사람에게 말을 걸고 아이템을 모아 나가는 흐름. 이 게임을 처음 켜면 어디서 많이 본 구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손에 든 것은 칼이 아니라 권총이고, 배경은 숲과 성이 아니라 서부의 황야입니다.

이 조합이 이 게임의 전부이자 매력입니다. 근접 무기로 적을 툭툭 치는 대신 총구를 겨눠 쏘게 되면서, 익숙한 구조가 전혀 다른 리듬으로 굴러갑니다. 적과 거리를 두고 위치를 잡는 것이 중요해지고, 어떤 총을 들고 있느냐가 그 방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결정합니다.

간프루 건맨스 프루프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7)

어떤 게임인가

간프루 건맨스 프루프(Ganpuru: Gunman's Proof)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플레이어는 총을 든 주인공이 되어 섬을 돌아다니며 마을과 던전을 오가고, 적을 쓰러뜨리며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서부극의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계 존재가 얽힌 소동을 다룹니다.

기본 무기는 탄이 무한한 권총입니다. 이것만으로도 게임을 끝까지 갈 수 있지만, 진행하면서 공격력을 올려 주는 강화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적이 떨어뜨리는 특수 무기가 더해지는데, 기관총과 산탄총, 바주카, 화염방사기 같은 것들이 나옵니다. 이 무기들은 탄이 제한되어 있어 아껴 쓰게 됩니다.

간프루 건맨스 프루프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7)

무기를 고르는 재미

무기마다 성질이 뚜렷하게 다릅니다. 기관총은 연사가 빨라 단단한 적을 갈아 낼 때 좋고, 산탄총은 앞쪽으로 넓게 퍼져 여럿이 몰려올 때 유용합니다. 바주카는 한 방이 무겁지만 탄이 적고, 화염방사기는 사거리가 짧은 대신 붙어 있는 동안 계속 태웁니다.

문제는 특수 무기가 무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잡몹 구간에서 아껴 두었다가 보스 앞에서 꺼내는 것이 정석인데, 정작 아끼다가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 균형을 잡는 것이 이 게임의 판단 요소입니다. 권총만으로도 웬만한 구간은 넘어갈 수 있으니 기본기를 믿고 특수 무기는 정말 막히는 곳에서만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퍼즐보다 전투에 무게를 둔 점도 이 게임의 성격을 드러냅니다. 방마다 머리를 써서 풀어야 하는 장치를 배치하기보다, 적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맞지 않고 빠져나갈지를 묻는 쪽입니다. 그래서 진행 속도가 빠르고, 막혀서 오래 헤매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조준입니다. 주인공은 바라보는 방향으로만 총을 쏘기 때문에, 대각선에서 붙어 오는 적을 상대할 때는 몸의 방향을 계속 고쳐 줘야 합니다. 움직이면서 쏘는 것과 자리를 잡고 쏘는 것을 상황에 따라 나눠 써야 하는데, 이걸 몸에 익히기 전까지는 잔실수로 체력이 줄어듭니다.

체력 관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아서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채워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안쪽으로 파고들다가 체력이 바닥나면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오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됩니다.

일본어로만 나온 게임이라 대사를 읽지 못하면 다음 목적지를 놓치기 쉽습니다. 다만 진행 자체는 방문할 곳이 대체로 눈에 보이는 구조라, 지도를 훑으며 아직 들어가 보지 않은 곳을 찾는 식으로도 상당 부분 나아갈 수 있습니다.

슈퍼 패미컴의 끝자락에서

이 게임이 나온 시점이 특별합니다. 이미 차세대 기기가 시장을 가져간 뒤였고, 슈퍼 패미컴용 신작이 거의 나오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기에 나온 만큼 판매량이 많을 수 없었고, 일본 밖으로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늦게 나온 덕에 완성도는 높습니다. 하드웨어를 다루는 기술이 충분히 무르익은 뒤였기 때문에 도트가 곱고 움직임이 부드럽습니다. 필드가 스크롤 없이 화면 단위로 넘어가는 옛날 방식을 쓰면서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각 화면의 밀도가 잘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알려진 게임

국내에서 이 게임을 당시에 접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슈퍼 패미컴 자체가 저물어 가던 때에 일본에서만 나온 작품이니 국내 유통망에 걸릴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 게임이 알려진 것은 한참 뒤의 일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옛 게임을 다시 파헤치는 사람들이 늘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액션 어드벤처를 찾던 이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한 구조에 총이라는 하나의 변수를 넣었을 뿐인데 감각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점이, 뒤늦게 이 게임을 집어 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