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해리
더티 해리 (Dirty Harry USA) · 1990 · Mi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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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간판을 달고 나온 8비트 액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매그넘을 겨누는 그 영화 시리즈가 패미컴 카트리지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에는 눈길이 갔습니다. 영화 판권을 붙인 게임이 쏟아지던 시절이었고, 대부분은 이름값만 빌려 온 물건이었습니다. 이 게임도 그 흐름 안에 있지만, 적어도 만든 사람들이 뭔가 야심을 부린 흔적은 화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주인공은 총을 들고 도시를 돌아다니는 형사이고, 화면은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입니다. 골목과 건물 사이를 걸어 다니며 덤벼드는 불량배들을 처리하는 구성인데, 배경이 제법 넓고 갈래가 많아서 처음 켜면 어디로 가야 할지부터 막막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더티 해리(Dirty Harry)는 동명의 형사 영화를 소재로 삼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형사가 되어 도시 곳곳을 수색하고, 마주치는 적을 총과 주먹으로 쓰러뜨리며,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물건과 단서를 모읍니다.
조작은 이동과 공격, 그리고 무기 전환으로 이루어집니다. 총알에는 한계가 있어서 아무렇게나 쏘다 보면 금방 바닥이 나고, 그때부터는 근접 공격에 의존해야 합니다. 그래서 총알을 아끼면서 어떤 적에게 쓸지 판단하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 리듬입니다.
한 판이 정해진 코스를 따라 흘러가는 게임이 아닙니다. 지역을 오가며 문을 열고, 건물 안팎을 드나들고, 필요한 물건을 찾아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액션 게임이라기보다는 탐색이 섞인 어드벤처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하게 막히는 이유는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지 못해서입니다. 화면 전환이 잦고 비슷하게 생긴 골목이 반복되기 때문에, 왔던 곳을 다시 돌게 되는 일이 잦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대충이라도 기억해 두면서 진행하는 편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체력 관리입니다. 적의 공격을 한두 방 맞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아서 야금야금 깎이다가 갑자기 게임 오버가 됩니다. 굳이 싸울 필요가 없는 적은 피해 지나가는 것이 정답일 때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탄약입니다. 멀리 있는 적까지 전부 총으로 상대하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쏠 것이 없습니다. 좁은 통로에서 한 명씩 오는 적은 근접으로 처리하고, 여럿이 몰려오거나 원거리에서 던져 대는 적에게만 총을 쓰는 식으로 나누어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난이도와 인상
전반적으로 인심이 후한 게임은 아닙니다. 적이 화면 밖에서 갑자기 들어와 때리는 경우가 있고, 피격 판정도 넉넉한 편이 아닙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 주지도 않아서, 초반에는 목적 없이 헤매다가 죽는 일이 반복됩니다.
다만 구조를 파악하고 나면 인상이 달라집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움직이면 진행이 훨씬 매끄러워지고, 총알을 아끼는 요령도 몸에 붙습니다. 이런 종류의 게임은 두 번째 판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시절 영화 게임들 사이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는 영화 한 편이 흥행하면 게임 판권이 따라붙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개발 기간은 짧고 예산은 빠듯한데 마감은 개봉일에 맞춰야 했으니, 결과물이 좋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 영화 게임 대부분이 비슷한 평가를 받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 게임은 그 안에서 나름대로 규모를 갖추려 한 축에 듭니다. 단순히 옆으로 걸으며 적을 때리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넓은 무대와 탐색 요소를 넣었습니다. 완성도가 고르지는 않지만 성의 없이 만든 물건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내에서는 정품 카트리지보다 여러 게임이 함께 들어간 복사팩에 섞여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목만 보고 총 쏘는 게임인 줄 알고 골랐다가, 시작하자마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 볼 수 있으니, 그때 못 넘겼던 구간을 다시 붙잡아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