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로픽스
스타트로픽스 (Startropics Europe) · 1990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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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상자 안에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의 패키지에는 게임 속 인물이 보낸 편지 한 장이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게임 중반, 어떤 장면에서 특정 숫자를 입력하라는 요구가 나오는데, 그 숫자는 게임 안 어디에도 없습니다. 편지를 물에 적시면 나타나는 숨은 글씨에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임기 밖의 물건을 게임 진행에 끌어들인 이 장치는 당시 화제였고, 편지를 잃어버린 사람은 거기서 막혀 버렸습니다. 지금 봐도 대담한 발상이고, 그 시절 닌텐도가 무엇까지 시도했는지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스타트로픽스(StarTropics)는 닌텐도가 패미컴 계열 기기로 내놓은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주인공 마이크 존스는 고고학자인 삼촌 스티브의 초청으로 남태평양의 섬으로 오지만, 도착해 보니 삼촌은 사라져 있고 섬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마을을 돌고 던전에 들어가는 구성이라 젤다의 전설이 자연히 떠오릅니다. 다만 던전 안에서는 이동이 타일 단위로 이루어져서, 발판을 한 칸씩 건너뛰는 감각이 강합니다. 주 무기는 요요이며, 나중에 여러 무기와 도구가 추가됩니다.
요요와 타일 던전
이 게임의 전투는 요요를 앞으로 던지는 단순한 방식입니다. 사거리가 짧아서 적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던전 바닥이 한 칸씩 끊어진 발판이라 마음대로 접근할 수도 없습니다. 어느 칸으로 이동하며 어느 타이밍에 던질지가 곧 실력입니다.
발판 중에는 밟으면 무너지는 것,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 특정 순서로 밟아야 하는 것이 섞여 있습니다. 적을 피하는 문제와 발판을 푸는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어서, 한 방 한 방이 작은 퍼즐처럼 느껴집니다.
무기도 늘어납니다. 사거리가 긴 것, 여러 방향으로 나가는 것 등 상황에 맞춰 바꿔 쓸 수 있고, 회복 아이템과 특수 도구를 챙겨 두면 던전 깊은 곳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섬을 옮겨 다니는 모험
무대는 하나의 섬이 아닙니다. 잠수함을 얻고 나면 여러 섬을 오가며 이야기가 이어지고, 각 섬마다 마을 사람들의 사연과 던전이 있습니다. 남태평양이라는 배경 덕분에 정글, 해변, 화산, 유적 같은 풍경이 차례로 나옵니다.
이야기는 삼촌 실종에서 출발해 점점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고고학 발굴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훨씬 큰 스케일로 확장되는데, 이 전환이 이 게임을 단순한 젤다 아류로 남지 않게 만듭니다.
서양 시장을 겨냥해 만든 닌텐도 게임
스타트로픽스는 닌텐도가 처음부터 서양 시장을 겨냥해 만든 드문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고, 북미와 유럽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미국 소년이 주인공이고 대사 분위기도 서양식 농담이 섞여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정식 유통으로 접하기는 어려웠고, 나중에 알음알음 알려진 편입니다. 하지만 한 번 해 본 사람들은 요요를 던지며 발판을 건너던 그 특유의 감각을 잘 잊지 못합니다. 젤다의 그늘 아래 있으면서도 분명히 다른 맛을 내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