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덕 2
딕덕 2 (Dig Dug Ii Japan) · 1986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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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고 들어가 적을 펌프로 부풀려 터뜨리던 게임이 있었습니다. 그 후속작은 놀랍게도 땅을 파지 않습니다. 대신 무대가 섬 위로 올라왔고, 주인공은 곡괭이 대신 착암기를 들고 섬 자체를 쪼개 바다에 빠뜨립니다. 전작을 기억하는 사람일수록 첫 화면에서 당황하게 되는데, 같은 주인공이 나오는데도 하는 일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 과감한 방향 전환이 이 게임을 기억에 남게 만든 가장 큰 이유입니다.
딕덕 2(Dig Dug II)는 남코가 만든 액션 퍼즐 게임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작은 섬 위를 주인공이 뛰어다니며, 쫓아오는 적들을 펌프로 부풀려 터뜨리거나 섬의 일부를 통째로 무너뜨려 바다에 빠뜨립니다. 한 판의 목표는 화면 안의 적을 모두 없애는 것이고, 그 방법을 어떻게 고르느냐가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섬을 쪼갠다는 발상
섬 곳곳에는 말뚝처럼 생긴 지점이 박혀 있습니다. 주인공이 그 위에 서서 착암기를 작동시키면 그 자리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금이 섬의 가장자리에서 가장자리까지 이어지면 그 사이의 땅덩어리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 가라앉습니다. 그때 그 조각 위에 서 있던 적들은 함께 물에 빠집니다.
핵심은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 하나를 펌프로 잡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다른 적에게 둘러싸이기 쉽지만, 땅을 잘라 내면 그 위의 적이 몇 마리든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그래서 실력이 붙은 사람은 적을 일부러 좁은 쪽으로 유인한 다음 그쪽을 잘라 냅니다.
다만 이 방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섬을 자를수록 자기가 뛰어다닐 땅도 줄어듭니다. 욕심을 내서 크게 잘라 놓고 나면 남은 좁은 땅에서 적에게 몰려 도망칠 곳이 없어집니다. 얼마나 잘라 내고 얼마를 남길지가 매 판의 계산입니다.
두 가지 무기, 두 가지 사고방식
펌프는 전작에서 그대로 넘어온 무기입니다. 적에게 붙어 여러 번 눌러 부풀리면 터집니다. 확실하지만 느리고, 그동안 발이 묶입니다. 한두 마리만 남았거나 착암기 지점이 마땅치 않을 때 쓰는 수단입니다.
착암기는 이 게임의 얼굴입니다. 작동시키는 동안 주인공은 그 자리에 묶이고, 금이 반대편까지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적이 가까이 오면 중간에 끊길 수 있으므로, 적과 거리가 벌어진 순간을 노려야 합니다. 즉 착암기는 쓰는 순간이 아니라 쓰기 전 위치 잡기가 승부입니다.
숙련되면 자연스럽게 두 무기를 섞습니다. 가까이 붙은 한 마리를 펌프로 밀어 두고, 그 틈에 착암기로 뒤쪽을 잘라 나머지를 정리하는 식입니다. 무기 하나만 고집하면 어느 쪽으로든 금방 한계가 옵니다.
판이 올라갈수록 조여 오는 것
초반 판은 섬이 넓고 적이 적어 여유가 있습니다. 착암기 지점도 넉넉해서 원하는 대로 잘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판이 올라가면 두 가지가 동시에 바뀝니다. 적의 수가 늘고 움직임이 빨라지며, 섬의 모양 자체가 잘라 내기 까다롭게 변합니다.
가장 곤란한 상황은 적이 흩어져 있을 때입니다. 한곳에 모여 있으면 한 번에 잘라 낼 수 있지만, 사방에 퍼져 있으면 어느 쪽을 잘라도 한두 마리밖에 못 잡고 땅만 줄어듭니다. 이럴 때는 급하게 착암기를 쓰기보다 한동안 도망치며 적들을 한쪽으로 몰아 놓는 편이 낫습니다. 적은 주인공을 쫓아오는 성질이 있으므로, 원을 그리듯 돌면 자연스럽게 뒤로 줄을 서게 됩니다.
또 하나 조심할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잘라 낼 조각 위에 자신이 서 있으면 안 됩니다. 금이 완성되는 순간 자기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지는 일이 반복됩니다.
전작과의 거리
전작은 흙을 파며 길을 만드는 게임이었습니다. 파 놓은 길이 곧 자기 동선이자 적의 동선이었고, 바위를 떨어뜨려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잡는 것이 고득점의 핵심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 구조를 통째로 갈아엎었습니다. 땅을 파는 대신 땅을 없애고, 화면은 지하 단면에서 섬을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두 게임이 같은 계열로 느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적을 직접 상대하기보다 지형을 이용해 한꺼번에 처리한다는 발상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바위가 땅덩어리로 바뀌었을 뿐, 노림수의 성격은 이어져 있습니다.
이런 과감한 변화는 당시 남코가 속편을 대하던 태도와도 통합니다. 잘된 게임의 화면만 다시 쓰는 대신, 같은 캐릭터로 완전히 다른 게임을 만들어 내놓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 결과 호불호가 갈렸지만, 개성만큼은 확실히 남았습니다.
국내에서의 자리
국내에서는 전작의 이름이 훨씬 널리 알려졌습니다. 땅을 파고 적을 부풀려 터뜨리는 그 화면은 오락실과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장면입니다. 반면 이 후속작은 그만한 인지도를 얻지 못했고, 가정용 기기로 접한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게임을 처음 켜는 사람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익숙한 주인공이 나오는데 하는 일이 전혀 다르다는 데서 오는 신선함입니다. 규칙은 몇 판이면 손에 잡히고, 한 판이 짧아 잠깐씩 붙잡기에 좋습니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전작만 기억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확인해 볼 만합니다. 같은 이름을 달고도 이렇게까지 다른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볼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