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게이드 (마스터시스템)
레니게이드 (Renegade Europe)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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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스크롤의 출발점
한 명이 여러 명을 상대로 주먹을 휘두르는 게임, 화면이 옆으로 흐르고 위아래로도 걸어 다닐 수 있는 그 구조는 지금은 너무 익숙해서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 형태를 처음 제대로 갖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게임입니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벨트스크롤 액션의 문법이 여기서 만들어졌습니다.
무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판타지 세계도 우주도 아닌, 지하철역 승강장과 부두, 뒷골목 같은 현실의 험한 장소들입니다.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몰려오고, 쇠파이프를 든 불량배가 둘러싸는 그 분위기가 당시로서는 꽤 거칠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레니게이드(Renegade)는 주인공 한 명이 거리의 불량배 무리를 상대하는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 안에서 좌우는 물론 위아래로도 걸어 다닐 수 있어서, 적을 둘러싸거나 반대로 둘러싸이는 자리 싸움이 벌어집니다.
조작은 주먹과 발차기를 중심으로 하되, 방향에 따라 나가는 기술이 달라집니다. 뒤쪽의 적을 향해 뒤돌려차기를 내고, 붙잡은 적을 무릎으로 올려치고, 쓰러진 적 위에 올라타 내리치는 동작까지 있습니다. 단순히 버튼을 연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적이 어느 쪽에 있는지 보고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자리를 잡는 싸움
이 게임의 핵심은 위치 선정입니다. 앞뒤로 동시에 둘러싸이면 한쪽을 때리는 동안 반대쪽에서 맞습니다. 그래서 화면 위쪽이나 아래쪽 끝으로 이동해 적들이 한 방향에서만 오도록 각을 만드는 것이 기본 운영입니다.
적을 붙잡는 기술이 특히 강력합니다. 붙잡은 상태에서는 상대가 반격하지 못하고, 다른 적이 다가오는 동안 잡은 놈을 그쪽으로 던져 함께 넘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여러 명에게 둘러싸였을 때 가장 확실한 탈출구가 이 잡기입니다.
쓰러진 적은 완전히 정리하지 않으면 곧 일어납니다. 다만 마무리하는 동안 다른 적에게 등을 보이게 되므로, 주변이 정리되었는지 확인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무대마다 다른 무리
지하철역에서는 좁은 승강장 위에서 싸우게 되어 물러설 공간이 적습니다. 부두 구역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화면을 가로질러 달려들기 때문에, 서 있는 자리 자체가 위험해집니다. 뒷골목에서는 무기를 든 적이 늘어나 사거리 싸움이 됩니다.
각 구역의 끝에는 그 무리를 이끄는 두목이 있습니다. 체력이 많고 잡기에도 잘 걸리지 않으며, 이쪽이 공격 동작을 하는 사이에 정확히 파고듭니다. 부하들을 먼저 정리해 일대일 상황을 만든 뒤에 붙는 것이 정석입니다.
8비트로 옮겨진 거리
마스터시스템판은 오락실판의 구성과 조작을 가정용 환경에 옮긴 이식작입니다. 동시에 나오는 적의 수는 줄었지만, 방향에 따라 기술이 달라지는 체계와 잡고 던지는 손맛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 나온 화려한 벨트스크롤 게임들에 비하면 소박해 보이지만, 그 게임들이 딛고 선 바닥이 이것이라는 점을 알고 보면 다르게 느껴집니다. 지금 해 봐도 둘러싸인 상태에서 하나를 붙잡아 던져 넘기는 순간의 손맛은 충분히 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