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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오브 스파이로: 새로운 시작

레전드 오브 스파이로: 새로운 시작 (The Legend of Spyro a New Beginning E Rising Sun) · 2006 · Sierra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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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새끼 용이 주인공인 게임은 원래 넓은 3차원 세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새 출발을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밝고 아기자기하던 색조가 어두워지고, 주인공이 자기 정체를 알아 가는 무거운 이야기가 앞으로 나왔습니다. 휴대용 기기로 나온 이 판도 그 방향을 그대로 따릅니다.

레전드 오브 스파이로: 새로운 시작(The Legend of Spyro: A New Beginning)은 옆에서 본 화면을 따라 진행하는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주인공을 움직여 적을 물리치고, 막힌 길을 능력으로 열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3차원이던 본가와 달리 여기서는 평면 위에서 좌우로 이동하는 구조라, 조작이 단순해지고 대신 각 구간의 설계가 촘촘해졌습니다.

레전드 오브 스파이로: 새로운 시작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어드밴스 (2006)

네 가지 숨결

이 게임의 중심은 주인공이 쓰는 네 종류의 숨결 능력입니다. 불, 얼음, 전기, 그리고 대지의 힘을 상황에 맞게 바꿔 쓰는 것이 전투의 기본이 됩니다. 적에 따라 잘 듣는 속성이 있고, 지형에는 특정 속성으로만 열리는 곳이 있어서 화면을 볼 때마다 어떤 능력을 꺼낼지 판단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하나만 손에 익혀 그것만 쓰게 되는데, 그러면 금방 벽에 부딪힙니다. 특정 적은 한 속성으로는 잘 안 넘어가고, 어떤 통로는 아예 다른 능력이 없으면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능력 전환을 귀찮아하지 않고 몸에 붙이는 것이 이 게임의 첫 번째 관문입니다.

전투에서 막히는 지점

적이 여럿 나올 때는 숨결만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숨결은 쓸수록 소모되는 자원이 있어서 무한정 뿌릴 수 없고, 다 떨어지면 근접 공격에 기대야 합니다. 그래서 강한 적을 만나기 전에 자원을 아껴 두는 운영이 필요합니다. 잡졸은 근접으로 처리하고, 까다로운 적에게만 숨결을 몰아 주는 식입니다.

또 하나 자주 걸리는 것은 공중에 있는 적입니다. 지상에서만 싸우려 하면 맞히기가 어렵고, 그러는 동안 아래쪽에서 다른 적이 붙습니다. 날개를 활용해 위치를 잡거나, 사정거리가 긴 숨결로 미리 정리해 두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화면을 채우는 분위기

이 시리즈의 재출발은 그림체와 음악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이전 작품들의 동화 같은 색감 대신 어둡고 탁한 색이 화면을 채우고, 배경에도 무너진 구조물이나 황량한 풍경이 많이 들어갑니다. 휴대용 기기의 좁은 화면에서도 이 톤은 분명하게 전해집니다.

이야기 역시 주인공이 자기가 누구인지, 왜 이런 힘을 갖고 있는지를 찾아가는 쪽으로 흐릅니다. 아이들을 겨냥한 캐릭터 게임이라고만 보기에는 무게가 있는 편이고, 원작 시리즈를 알던 사람들에게는 이 변화 자체가 화제였습니다.

휴대용 판의 몫

같은 제목으로 거치형 기기에도 게임이 나왔는데, 그쪽은 3차원으로 만들어져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휴대용 판은 처음부터 다른 팀이 다른 방식으로 만든 별개의 게임이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이야기의 뼈대는 공유하지만 진행 방식과 구간 구성이 전혀 다릅니다.

2차원으로 옮긴 것이 꼭 손해만은 아닙니다. 화면이 좁은 기기에서 3차원 공간을 다루면 방향 감각을 잃기 쉬운데, 평면으로 정리하면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늘 분명합니다. 대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해방감은 줄어들었으니, 원작에서 그 부분을 좋아했던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 붙잡아 보면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능력 전환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을 좀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 부분만 넘기면 나머지는 무난하게 흘러갑니다. 구간마다 길이 크게 헷갈리지 않고, 막힌 곳에는 대개 눈에 보이는 단서가 있어서 오래 헤매는 일은 드뭅니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가 아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시기에 캐릭터를 앞세운 액션 게임이 많았고, 그 사이에서 이름을 뚜렷이 남기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속성을 바꿔 가며 싸우는 감각 자체는 지금 해 봐도 또렷하고, 짧게 끊어 하기에 적당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