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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과 스팀피 면도한 야크를 찾아서

렌과 스팀피 면도한 야크를 찾아서 (Quest For the Shaven Yak Starring Ren Hoek Stimpy Brazil) · 1994 · Tec T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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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부터가 정상이 아닙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신경질적인 치와와와 멍한 고양이입니다. 90년대 초 서구권에서 방영된 만화의 캐릭터인데, 그 만화 자체가 당시 어린이 만화의 상식을 뒤집은 물건이었습니다. 그림체가 갑자기 징그러울 만큼 세밀해지고, 인물들이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고, 이야기는 아무 데로나 흘러갑니다.

그 정신 나간 분위기를 게임으로 옮기려고 한 것이 이 작품입니다. 제목부터가 면도한 야크를 찾는다는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하면 곤란해지고, 그냥 다음에 무슨 이상한 것이 나올지 보는 재미로 하는 게 맞습니다.

렌과 스팀피 면도한 야크를 찾아서 액션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94)

어떤 게임인가

렌과 스팀피 면도한 야크를 찾아서(Quest for the Shaven Yak Starring Ren Hoëk & Stimpy)는 만화 속 두 캐릭터를 조종해 여러 장소를 지나가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발판을 뛰어 건너고, 적을 피하거나 물리치고, 곳곳에 놓인 물건을 모으며 스테이지 끝까지 갑니다.

조작은 간단합니다. 방향키로 움직이고, 점프하고, 공격합니다. 다만 이 게임은 정확한 손놀림보다 화면에 나오는 것들을 구경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배경과 적의 생김새가 계속 이상해지고, 스테이지마다 예상 못 한 장치가 튀어나옵니다.

렌과 스팀피 면도한 야크를 찾아서 액션 게임 화면 2 - 마스터 시스템 (1994)

스테이지가 원작 장면을 옮겨 옵니다

각 스테이지는 원작 만화의 유명한 회차나 장면에서 따온 배경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눈 덮인 곳도 있고, 실내도 있고, 아예 현실 같지 않은 공간도 나옵니다.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배경 구석에 그려진 것들을 알아보는 재미가 있고, 만화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계속 이상한 곳이 나오는 게임으로 보입니다.

적으로 나오는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병사나 괴물이 나오는 게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과 사물들이 굴러다닙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것을 만나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이 안 되고, 한 번 부딪혀 보고 나서야 대처법이 생깁니다.

중간중간 진행 방식이 바뀌는 구간도 있습니다. 평범하게 걷고 뛰다가 갑자기 다른 종류의 조작을 요구하는 곳이 나오는데, 이런 변화가 잦아서 지루해질 틈이 없습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적의 움직임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생김새로 성격을 짐작할 수 없으니,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몇 번 부딪히며 배우게 됩니다. 새로운 적이 나오면 무작정 앞으로 가지 말고 잠깐 멈춰서 한 주기 지켜보는 편이 손해가 적습니다.

두 번째는 발판 감각입니다. 점프 높이와 거리가 일정하니 그건 금방 익숙해지는데, 문제는 발판 자체가 이상하게 배치된 곳이 있다는 점입니다. 눈으로 보기에 닿을 것 같은데 안 닿거나, 반대로 멀어 보이는데 닿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 없는 도약 전에는 발판 끝까지 걸어가 최대 거리를 확보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물건 수집에 대한 욕심입니다. 화면 구석에 놓인 것을 챙기려고 위험한 곳에 발을 들이다 목숨을 잃는 일이 잦습니다. 남은 목숨이 넉넉하지 않을 때는 눈에 보여도 지나치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만화 원작 게임이라는 자리

90년대는 인기 만화가 나오면 거의 자동으로 게임이 만들어지던 시기였습니다. 대부분은 만화의 그림만 빌려 온 평범한 액션 게임이었고,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만 사는 물건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중에서 원작의 성격을 옮기려고 애쓴 편에 속합니다. 화면에 나오는 것들이 실제로 이상하고, 그 이상함이 원작을 안 본 사람에게도 전달됩니다. 만화를 몰라도 다음 화면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정도는 됩니다.

8비트로 옮기면서 원작 특유의 세밀한 그림체는 당연히 살릴 수 없었습니다. 대신 캐릭터의 실루엣과 표정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크게 그려서, 두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한눈에 들어옵니다.

지금 잡아 본다면

대단한 명작으로 남은 게임은 아닙니다. 액션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같은 기기의 다른 작품들에 밀립니다. 그런데 화면에 나오는 것들이 계속 예상을 벗어나기 때문에, 짧게 켜서 구경하는 재미는 확실합니다.

난이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처음 보는 적과 지형 때문에 초반에 여러 번 죽지만, 한 번 외우고 나면 같은 곳에서 다시 죽지는 않습니다. 스테이지가 길지 않으니 다시 시작하는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원작 만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배경과 적에 숨은 것들을 찾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만들어도 되나 싶은 게임이 실제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볼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