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봄 비 (Bomb Bee) · 1979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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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맨을 만든 사람이 그 직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게임을 보면 됩니다. 이와타니 도오루는 팩맨으로 이름을 남기기 전에 핀볼과 비디오 게임을 합치는 일에 몇 년을 썼습니다. 지비를 시작으로, 이 게임을 거쳐, 큐티 큐로 이어지는 세 작품이 그 시도의 기록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노선은 팩맨만큼 성공하지 못했지만, 화면 안에 물리적인 감각을 넣으려던 그 실험은 지금 봐도 흥미롭습니다.
봄 비(Bomb Bee)는 벽돌깨기와 핀볼을 합친 게임입니다. 화면 아래의 패들로 공을 튕겨 올려, 위쪽에 배치된 벽돌과 범퍼를 맞히며 점수를 쌓아 가는 구조입니다.
벽돌깨기에 범퍼를 넣으면
일반적인 벽돌깨기는 공이 벽돌에 맞으면 반사되어 예측 가능한 궤도를 그립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핀볼의 범퍼가 들어가 있습니다. 범퍼에 맞은 공은 튕겨 나가면서 속도가 붙고, 방향도 예측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하나의 차이가 게임의 성격을 바꿉니다. 벽돌깨기는 각도를 계산하는 게임인데, 범퍼가 끼어들면 계산이 무너집니다. 대신 범퍼 사이에 공이 갇혀 여러 번 튕기면 점수가 빠르게 쌓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목표는 벽돌을 다 깨는 것보다 공을 좋은 자리에 보내는 쪽에 가깝습니다. 범퍼가 몰려 있는 구역으로 공을 밀어 넣고, 거기서 알아서 튕기게 두는 것이 점수를 올리는 방법입니다.
공이 갇히는 순간
이 게임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공이 특정 위치에 들어가면 아주 긴 시간 동안 같은 궤도를 반복하며 점수를 계속 올리는 상태가 됩니다. 플레이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점수만 늘어납니다.
결국 게임 쪽에서 공의 방향을 바꿔 이 상태를 풀어 주는데, 이런 현상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 1979년 게임의 미완성함을 보여 줍니다. 동시에 이런 우연한 대박이 당시 손님들에게는 오히려 재미 요소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실제 플레이에서는 이 상태를 노리는 게 목표가 됩니다. 공을 위쪽 밀집 구역으로 올려 보내는 각도를 익히면, 한 번의 성공으로 몇 판치 점수를 벌 수 있습니다.
패들 하나로 하는 조작
조작은 패들 하나가 전부입니다. 좌우로 움직여 공을 받아 내고, 받는 위치에 따라 공이 나가는 각도가 달라집니다.
패들 가운데로 받으면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고, 끝쪽으로 받으면 옆으로 크게 꺾입니다. 이 차이를 이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 기본기입니다. 무작정 공 아래로 따라가서 받기만 하면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없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부분도 여기입니다. 공을 놓치지 않는 것만 신경 쓰다 보면 점수가 좀처럼 늘지 않습니다. 받을 위치를 미리 정해 두고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습관을 들이면 조준이 훨씬 안정됩니다.
남코 초창기라는 시점
1979년의 남코는 아직 지금 알려진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게임 회사로서 자기 색을 찾아가던 시기였고, 이와타니 같은 젊은 기획자가 이런 실험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당시 하드웨어로는 화면에 넣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색을 입힌 벽돌과 몇 개의 범퍼, 그리고 공 하나로 화면을 채웠습니다. 정보가 적은 만큼 규칙도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 제약 안에서 어떻게 재미를 만들지가 개발의 전부였습니다.
이 게임이 실험한 것은 결국 예측 불가능성이었습니다. 벽돌깨기의 정확한 계산에 핀볼의 무작위성을 섞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시험해 본 것입니다. 이 감각은 뒷날 팩맨에서 유령들의 움직임으로 다르게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해 보면
40년도 더 전에 나온 게임이라 화면은 단순합니다. 소리도 몇 가지 효과음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공이 범퍼 사이에서 튀는 순간의 감각은 지금 해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즉시 이해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몇 판 하기에 좋습니다. 국내에서 이 게임을 오락실에서 만난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됩니다. 국내에 오락실 문화가 자리 잡기 전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오락실 게임의 시작점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해 보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