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 존
브릭 존 (Brick Zone v6 0 Joystick) · 1992 · S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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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기판이 만든 벽돌깨기
오락실 벽돌깨기라고 하면 대개 일본이나 미국 게임을 떠올리지만, 이 게임을 만든 곳은 국내 업체인 선아전자입니다. 1990년대 초 국내에는 자체 기판을 설계해 오락실 게임을 만들어 내던 회사가 몇 곳 있었고, 선아는 그중 꾸준히 물건을 낸 축에 듭니다. 이 게임에는 조이스틱으로 조작하는 판과 다이얼로 조작하는 판이 따로 있었는데, 같은 게임을 캐비닛 사정에 맞춰 두 가지로 내놓았다는 점에서 그 시절 국내 업소 상황이 그대로 읽힙니다.
화면을 켜면 알록달록한 벽돌이 빽빽하게 깔려 있고 아래쪽에 받침대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규칙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익숙한 것이지만, 이 게임은 그 익숙한 틀 위에 그 시절 국산 게임 특유의 과감한 색감과 요란한 연출을 얹어 놓았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브릭 존(Brick Zone)은 화면 아래의 받침대를 좌우로 움직여 공을 받아 튕기고, 그 공으로 위쪽 벽돌을 하나씩 지워 나가는 벽돌깨기입니다. 벽돌을 다 지우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고, 공을 받지 못해 아래로 흘리면 남은 목숨이 하나 줄어듭니다. 목숨이 다하면 끝입니다.
조작은 좌우 두 방향뿐입니다. 그래서 처음 잡는 사람도 십 초면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압니다. 대신 화면이 넘어갈수록 벽돌 배치가 고약해지고 공이 빨라지므로, 쉬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뒤로 갈수록 손이 바빠집니다.
벽돌 중 일부를 깨면 아이템이 아래로 떨어집니다. 받침대로 받으면 공이 여러 개로 늘거나 받침대가 길어지는 식으로 유리해지고, 반대로 받으면 손해가 되는 것도 섞여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점수를 크게 벌려면 아이템을 고르는 눈이 필요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초보자가 가장 답답해하는 순간은 벽돌이 몇 개 안 남았을 때입니다. 넓게 깔려 있을 때는 아무렇게나 튕겨도 맞지만, 구석에 두세 개만 남으면 공이 그 자리로 가 주지를 않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각도 조절입니다. 공은 받침대의 어느 지점에 맞느냐에 따라 튕겨 나가는 각도가 달라집니다. 가운데로 받으면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고, 끝쪽으로 받을수록 옆으로 크게 꺾입니다. 남은 벽돌이 왼쪽 구석에 있다면 공을 받침대 왼쪽 끝으로 받아 각을 눕혀 보내는 식입니다.
두 번째로 막히는 지점은 공이 여러 개로 늘었을 때입니다. 유리한 상황인데도 오히려 여기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을 다 쫓아다니려다 하나도 못 받기 때문입니다. 요령은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가장 아래에 있는 공 하나만 보고 받침대를 대고, 나머지는 흘려보내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오래 삽니다.
공이 위쪽 벽돌 사이에 갇혀 저 혼자 튀어 다니는 시간도 생깁니다. 이때는 손을 쉬면서 받침대를 화면 가운데로 옮겨 두는 게 좋습니다. 공이 언제 어느 쪽으로 내려올지 모르니, 가운데가 어느 쪽으로든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같은 장르 안에서의 자리
벽돌깨기는 오락실에서 가장 오래된 형식 중 하나이고, 아이템을 떨어뜨려 받침대를 강화하는 방식은 이미 1980년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게임도 그 틀을 그대로 따릅니다.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낸 게임은 아닙니다.
대신 이 게임이 가진 것은 화면의 인상입니다. 배경 그림과 벽돌 색을 세게 쓰고 효과음을 아끼지 않아서, 조용한 원조 벽돌깨기들보다 훨씬 시끌벅적합니다. 그 시절 국내 오락실 게임들이 대체로 그랬습니다. 아이가 지나가다 화면을 보고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고, 그 목적에는 잘 맞는 만듦새입니다.
지금 해 보면
이 게임은 오래 붙잡고 파고드는 종류가 아니라 잠깐씩 여러 판 하는 쪽에 어울립니다. 한 판이 짧고, 죽어도 아깝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데 아무 준비가 필요 없습니다. 규칙을 읽을 필요도 없으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넘겨 주기도 쉽습니다.
국산 아케이드 게임이 어떤 물건이었는지 궁금하다면 이런 게임부터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완성도로 일본 대작과 겨루기는 어렵지만, 좁은 시장에서 자체 기판을 굴려 가며 물건을 뽑아내던 그 시기의 흔적이 화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