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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게이트

섀도우게이트 (Shadowgate Europe) · 1989 · Ke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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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쉽게 죽는 게임

섀도우게이트를 해 본 사람이 가장 먼저 기억하는 것은 죽음입니다. 문을 열었더니 죽고, 횃불이 꺼져서 죽고, 함부로 만진 물건 때문에 죽습니다. 그때마다 죽음의 신이 나타나 짧은 문장으로 비아냥거리는데, 이 장면을 몇 번이나 보게 되는지가 이 게임의 첫인상을 만듭니다.

섀도우게이트(Shadowgate)는 화면에 보이는 방을 살펴보고 명령을 골라 진행하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원래 컴퓨터용으로 나온 작품을 패미컴에 맞게 옮긴 것이며, 마왕의 부활을 막기 위해 저주받은 성에 들어간 주인공이 되어 방마다 놓인 수수께끼를 풀어 갑니다.

섀도우게이트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9)

보고, 집고, 쓴다

조작은 명령 목록에서 하나를 고르고 대상을 지정하는 방식입니다. 살펴보기로 방 안의 물건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집어서 가방에 넣고, 필요한 곳에서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번거롭지만 익숙해지면 리듬이 생깁니다.

중요한 습관은 무엇이든 일단 살펴보는 것입니다. 벽에 걸린 그림, 바닥의 양탄자, 책상 위의 잡동사니까지 확인해야 다음 방으로 가는 열쇠가 나옵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결정적인 물건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대충 지나치면 몇 방 뒤에서 반드시 막힙니다.

섀도우게이트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9)

횃불이라는 제한

이 게임에는 독특한 압박 장치가 있습니다. 횃불입니다. 성 안은 어두워서 횃불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데, 이 횃불은 시간이 지나면 꺼집니다. 꺼진 채로 두면 어둠 속에서 그대로 죽습니다.

그래서 여유롭게 방을 뒤지는 동안에도 마음 한구석은 계속 조급합니다. 곳곳에서 여분 횃불을 찾아 챙겨 두어야 하고, 새 횃불로 갈아 끼우는 것을 잊으면 애써 온 진행이 날아갑니다. 이 장치 하나가 탐색 어드벤처에 긴장감을 더해 줍니다.

성 안의 수수께끼

성은 여러 구역으로 나뉩니다. 지하 묘지, 서재, 거울의 방, 마법진이 그려진 제단 같은 곳을 오가며 물건을 모으고 조합합니다. 어떤 문은 특정 주문을 외워야 열리고, 어떤 방은 물건을 정해진 자리에 놓아야 통과됩니다.

힌트는 대체로 그 방의 글귀나 그림에 숨어 있습니다. 곧바로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앞서 지나친 방의 문장을 다시 떠올려 보면 실마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작정 이것저것 써 보다가 죽는 것도 결국 정보가 되니, 죽음을 지도 삼아 나아가는 게임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와 인상적인 음악, 그리고 죽음의 신이 남기는 문장들 덕분에 이 게임은 오래 기억됩니다. 액션 실력이 아니라 관찰력과 끈기로 진행하는 게임이라, 지금 다시 해도 그 매력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