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오브 에버모어
시크릿 오브 에버모어 (Secret of Evermore USA) · 1995 ·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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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옆에 개가 붙어 다닙니다
이 게임의 동료는 사람이 아니라 개 한 마리입니다. 낡은 영화관에서 놀던 소년이 개를 따라가다 폐허가 된 연구소의 장치를 건드리고, 둘은 함께 이상한 세계로 빨려 들어갑니다.
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직접 싸우고, 냄새로 숨은 것을 찾아내며, 세계가 바뀔 때마다 모습까지 변합니다. 선사시대 구역에서는 털이 덥수룩한 늑대처럼, 미래 도시에서는 금속 몸체의 기계 개로 바뀝니다. 주인 곁을 지키는 개의 존재가 이 게임 특유의 정서를 만듭니다.
어떤 게임인가
시크릿 오브 에버모어(Secret of Evermore)는 스퀘어가 슈퍼패미컴으로 내놓은 액션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미국 지사에서 개발한 작품으로, 소년과 개가 에버모어라는 인공 세계에 떨어져 돌아갈 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무기를 휘두르며 싸웁니다. 공격은 게이지가 차오른 뒤에 내야 위력이 온전히 나오는 방식이라, 마구 두드리기보다 박자를 맞추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재료를 섞는 연금술
이 게임에는 마법 대신 연금술이 있습니다. 소금, 재, 기름, 이슬, 광물 같은 재료를 모아 정해진 조합으로 섞으면 불꽃이 나가거나 몸이 회복되거나 방어막이 생깁니다.
중요한 건 재료가 유한하다는 점입니다. 마나가 자동으로 차오르는 게 아니라 상점에서 재료를 사거나 필드에서 주워야 하므로, 강한 연금술을 아무 때나 쓸 수 없습니다. 어디에 무엇을 쓸지 아끼며 계산하는 감각이 이 게임의 긴장감을 만듭니다.
또 같은 연금술을 반복해 쓸수록 그 기술의 숙련도가 올라 효과가 좋아집니다. 그래서 자기가 자주 쓰는 조합이 자연스럽게 주력이 되고, 사람마다 다른 육성 결과가 나옵니다.
네 개의 시대를 도는 여행
에버모어는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 전혀 다른 시대와 문명을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공룡이 있는 선사시대 정글, 고대 문명풍의 사막 도시, 중세 유럽풍의 성과 마을, 그리고 미래 도시입니다.
구역이 바뀔 때마다 배경, 적, 무기, 심지어 화폐까지 통째로 달라집니다. 선사시대에서는 뼈다귀 방망이를 들고 다니다가 중세에서는 검을, 미래 구역에서는 광선 무기를 쓰게 됩니다. 한 게임 안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를 네 번 여행하는 셈입니다.
각 구역에는 그 세계를 지배하는 인물이 있고, 이들이 왜 이 인공 세계에 남게 되었는지가 후반에 하나로 이어집니다.
성검전설과 자주 비교되는 작품
북미에서 성검전설 2가 시크릿 오브 마나라는 제목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 게임은 그 후속작으로 오해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실제로는 전혀 다른 팀이 만든 별개의 작품입니다.
독특한 음악도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멜로디 중심이 아니라 환경음에 가까운 어두운 사운드가 깔려서, 낯선 세계에 홀로 떨어진 분위기를 강하게 살립니다. 국내에서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고 영문 화면으로 접해야 했지만, 연금술 시스템과 개 동료 덕분에 해 본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 기억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