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아이스 하키

아이스 하키 (Ice Hockey Europe) · 1988 · Nintend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선수 체형을 직접 고르는 하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게임은 묘한 것을 물어봅니다. 선수를 뚱뚱이로 할지, 보통으로 할지, 홀쭉이로 할지 고르라는 것입니다. 네 명의 필드 선수 각각을 따로 정할 수 있어서, 전부 뚱뚱이로 채울 수도 있고 전부 홀쭉이로 채울 수도 있습니다.

이게 그냥 겉모습이 아닙니다. 뚱뚱한 선수는 느리지만 슛이 무겁고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홀쭉한 선수는 빠르게 얼음을 가르지만 부딪히면 나가떨어집니다. 보통 체형은 그 중간입니다. 그러니까 경기 시작 전 이 선택 화면이 사실상 전술 회의입니다.

아이스 하키 스포츠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8)

어떤 게임인가

아이스 하키(Ice Hockey)는 위에서 옆으로 내려다보는 시점의 얼음판에서 네 명 대 네 명으로 퍽을 주고받으며 골을 넣는 스포츠 게임입니다. 조작은 이동과 패스, 슛 두 가지가 전부에 가깝고, 상대에게 다가가 부딪히면 몸싸움이 됩니다.

경기는 세 개 피리어드로 나뉘고, 각 피리어드의 길이를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짧게 잡으면 한 판이 금방 끝나고, 길게 잡으면 제대로 된 경기가 됩니다. 골키퍼는 자동으로 움직이지만, 골대 앞을 비우고 나오는 경우가 있어 마냥 믿을 수는 없습니다.

퍽 다툼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중앙에서 심판이 퍽을 떨어뜨리면 두 선수가 스틱으로 긁어 가려고 붙는데, 여기서 이기느냐에 따라 공격권이 갈립니다. 뚱뚱한 선수를 중앙에 세워 두는 팀 구성이 여기서 유리합니다.

아이스 하키 스포츠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8)

팀을 짜는 재미

체형 조합이 이 게임을 오래 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전부 뚱뚱이로 채우면 상대를 계속 넘어뜨리며 밀고 들어갈 수 있지만, 얼음 위를 도는 속도가 느려서 역습에 취약합니다. 전부 홀쭉이로 채우면 순식간에 상대 골문 앞까지 가지만, 한 번 부딪히면 줄줄이 나가떨어져서 수비가 무너집니다.

실제로 자주 쓰이는 조합은 뒤에 뚱뚱이 둘, 앞에 홀쭉이 둘을 세우는 식입니다. 수비에서 몸으로 버티다가 퍽을 뺏으면 빠른 선수에게 길게 넘겨 단번에 넘어가는 그림이 나옵니다. 보통 체형을 섞어 균형을 잡는 사람도 많습니다.

상대 팀의 조합을 보고 내 쪽을 바꾸는 것도 됩니다. 상대가 전부 홀쭉이면 몸싸움으로 눌러 버리고, 상대가 전부 뚱뚱이면 속도로 돌아 나가는 식입니다. 이런 가위바위보 같은 관계가 있어서 매번 같은 조합을 쓰게 되지 않습니다.

몸싸움과 반칙

이 게임에서 상대를 넘어뜨리는 건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지나치면 벌칙을 받습니다. 넘어진 선수가 다시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 공격수를 한 번 밀어 두면 그 사이에 공격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싸움이 커지면 심판이 개입해 한 명이 잠시 퇴장당하기도 합니다. 한 명이 적은 상태로 버티는 구간은 이 게임에서 가장 힘든 시간입니다. 이때는 공격을 접고 자기 진영에서 퍽을 오래 돌리며 시간을 보내는 게 낫습니다.

골키퍼를 다루는 요령도 있습니다. 슛이 강하면 골키퍼가 막아 내도 퍽이 튀어 나오는데, 그 튄 퍽을 앞에 세워 둔 선수가 밀어 넣는 게 가장 확실한 득점 방법입니다. 그래서 무리해서 각도를 재기보다, 일단 강하게 때리고 앞으로 달려드는 쪽이 결과가 좋습니다.

둘이 하면 달라지는 게임

혼자 컴퓨터와 겨뤄도 재미있지만, 이 게임의 진가는 둘이 할 때 나옵니다. 체형 조합을 서로 안 보이게 정하고 시작하면 첫 몇 초 동안 상대 팀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피는 눈치 싸움이 벌어집니다. 몸싸움으로 계속 넘어뜨리다가 실제로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흔했습니다.

닌텐도가 직접 만든 초기 스포츠 게임답게 규칙이 간결하고 반응이 정직합니다. 하키를 몰라도 몇 분이면 감을 잡고, 아는 사람은 진짜 하키의 리듬이 어느 정도 살아 있다는 걸 알아봅니다.

국내에서는 복사팩 목록에서 스포츠 칸에 늘 들어 있던 게임입니다. 축구나 야구보다 익숙하지 않은 종목이었지만, 오히려 그 낯섦과 선수 체형을 고르는 독특함 때문에 한 번 해 보면 기억에 남았습니다. 지금 둘이 붙어도 그때와 똑같이 시끄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