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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미컴 골프

골프 (Golf Europe) · 1984 · Nintend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세 번 누르는 것으로 끝나는 스윙

골프 게임의 조작이라고 하면 대개 게이지가 좌우로 움직이고, 그것을 두 번 혹은 세 번 눌러 멈추는 방식을 떠올리게 됩니다. 힘을 정하는 한 번, 임팩트의 정확도를 정하는 한 번. 지금도 골프 게임 대부분이 이 구조를 그대로 쓰고 있는데, 그 원형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이 게임입니다.

버튼 하나로 스윙의 세기와 방향과 정확도를 전부 결정한다는 발상은 대단히 경제적입니다. 조작이 단순하니 처음 잡는 사람도 몇 홀만 돌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되고, 그러면서도 게이지를 멈추는 타이밍이 몇 프레임만 어긋나도 공이 러프로 빠져 버리니 숙련의 여지가 남습니다. 40년 가까이 살아남은 인터페이스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패미컴 골프 스포츠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4)

어떤 게임인가

패미컴 골프(Golf)는 닌텐도가 패미컴 초창기에 내놓은 스포츠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18홀 코스를 돌며 최소 타수로 홀아웃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스트로크 플레이와 매치 플레이를 모두 지원하고, 두 사람이 번갈아 치는 대전도 됩니다.

티에서 그린까지의 거리, 남은 야드, 지금 든 클럽,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화면에 표시됩니다. 플레이어가 할 일은 이 정보를 보고 클럽을 고른 뒤 스윙 게이지를 세 번 멈추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스윙을 시작하고, 두 번째로 백스윙의 크기(비거리)를 정하고, 세 번째로 임팩트의 정확도를 정합니다.

패미컴 골프 스포츠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4)

바람과 라이를 읽는 재미

단순해 보이지만 계산할 것이 적지 않습니다. 바람은 매 홀 방향과 세기가 바뀌고, 맞바람에서는 비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뒷바람일 때 드라이버를 꽉 치면 반대로 그린을 넘겨 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풀스윙을 하기보다 한 클럽 짧게 잡고 안전하게 놓는 판단이 자주 필요합니다.

공이 놓인 자리, 즉 라이도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페어웨이에서 친 공과 러프에서 친 공은 같은 클럽 같은 게이지여도 날아가는 거리가 다릅니다. 벙커에 빠지면 탈출 자체가 한 타를 잡아먹습니다. 티샷을 조금 짧게 끊더라도 페어웨이 한가운데 놓는 편이 결국 타수를 줄인다는 것을, 몇 라운드 돌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됩니다.

그린 위의 다른 게임

온 그린을 하면 화면이 바뀌면서 퍼팅 모드가 됩니다. 여기서는 비거리 대신 그린의 경사와 잔디 결을 읽어야 합니다. 홀까지의 거리와 경사 정보를 보고 세기를 정하는데, 내리막에서는 살짝만 건드려도 공이 홀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굴러 내려갑니다.

티샷과 퍼팅이 사실상 다른 게임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이 게임의 리듬을 만듭니다. 앞의 두세 타는 시원하게 멀리 보내는 맛으로 치고, 마지막 한두 타는 숨을 죽이고 정밀하게 밀어 넣습니다. 파 세이브를 위해 3미터짜리 퍼팅을 남겨 놓고 게이지를 노려보는 순간의 긴장은, 화면이 아무리 단순해도 실제 골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패미컴 스포츠 게임의 출발점

이 게임은 닌텐도가 패미컴 초기에 내놓은 일련의 스포츠 타이틀 가운데 하나입니다. 야구, 테니스, 골프처럼 규칙이 이미 널리 알려진 종목을 골라, 설명 없이도 바로 이해되는 형태로 옮겨 놓은 시리즈입니다. 게임기를 처음 접하는 집에 가장 먼저 들어가기 좋은 물건이었습니다.

덕분에 이 골프 게임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닌텐도 골프 계보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화면은 정지 화면에 가깝고 코스도 단순하지만, 세 번 누르는 스윙과 바람 읽기와 퍼팅이라는 골격은 그대로 후속작들로 넘어갔습니다. 한 판이 짧고 언제든 끊을 수 있어서, 지금 잠깐 켜 보아도 몇 홀쯤은 금방 돌게 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