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어태커
에이스 어태커 (Ace Attacker Japan System 16a fd1094 317 0060) · 1988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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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스포츠 게임 중에 배구는 유난히 드문 종목입니다. 축구와 야구는 매년 새 판이 나왔고 농구도 꾸준히 있었지만, 배구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공을 세 번 안에 넘겨야 한다는 규칙 자체가 게임으로 옮기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리시브와 토스와 공격이 서로 다른 조작이면 복잡해지고, 전부 한 버튼으로 묶으면 배구다운 맛이 사라집니다. 이 게임은 그 사이에서 나름의 답을 찾아 본 작품입니다.
에이스 어태커(Ace Attacker)는 세가가 만든 오락실 배구 게임입니다. 코트를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화면에서 팀을 조작해 상대 코트에 공을 떨어뜨리면 점수가 납니다. 서브로 시작해 리시브, 토스, 공격으로 이어지는 배구의 기본 흐름이 그대로 들어 있고, 네트 앞에서의 공격과 블로킹 싸움이 한 점의 승부를 가릅니다.
세 번의 터치
이 게임의 골격은 배구 규칙 그 자체입니다. 공이 넘어오면 받아 올리고, 올린 공을 공격하기 좋은 자리로 보내고, 마지막에 강하게 때려 넘깁니다. 세 번을 다 쓰지 않고 바로 넘길 수도 있지만 그러면 약한 공이 되어 상대가 편하게 받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득점은 제대로 된 토스 뒤에 나오는 공격에서 나옵니다.
중요한 건 첫 번째 터치입니다. 리시브가 엉뚱한 곳으로 뜨면 그다음이 전부 무너집니다. 급하게 올린 공은 네트에서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 때릴 자리가 안 나오고, 결국 억지로 넘기다 상대에게 기회를 줍니다. 초보자가 계속 실점하는 이유는 대개 공격이 약해서가 아니라 첫 터치가 흔들려서입니다.
네트 앞의 싸움
공격과 블로킹이 만나는 순간이 이 게임에서 가장 긴장되는 장면입니다. 때리는 쪽은 상대 블로커가 없는 방향을 노려야 하고, 막는 쪽은 공격수가 뛰는 타이밍에 맞춰 손을 올려야 합니다.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블로킹이 허공을 가르거나, 반대로 공격한 공이 블로커에 맞고 그대로 자기 코트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공격을 늘 세게만 때리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블로커가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을 때는 힘을 빼고 뒤쪽 빈 공간으로 살짝 넘기는 편이 점수로 이어집니다. 강한 공격과 약한 공격을 섞어 상대가 어느 쪽을 대비해야 할지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 이 게임에서 오래 버티는 방법입니다.
화면을 읽는 법
비스듬한 시점은 코트 전체를 보여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이 지금 얼마나 높이 떠 있는지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화면에서의 위치는 앞뒤 이동과 공중 높이를 동시에 나타내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공 아래에 제대로 서지 못하고 한 발씩 어긋나게 됩니다.
이걸 넘기는 방법은 공 자체보다 그림자와 낙하 지점을 보는 것입니다. 공이 그리는 곡선을 눈으로 따라가는 대신 어디에 떨어질지를 먼저 정하고 그 자리로 미리 이동하면, 서두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몇 판만 하다 보면 서브가 떨어지는 지점이 몇 군데로 정해져 있다는 것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럿이 붙는 재미
이 기판은 여러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서, 한 대 앞에 사람이 여럿 모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혼자 할 때는 다소 뻣뻣하게 느껴지는 조작도, 옆 사람과 실점 하나를 두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집니다. 스포츠 게임이 오락실에서 살아남은 방식이 대체로 이랬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이 흔하게 보이는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기의 세가 기판에는 훨씬 이름난 작품들이 있었고, 배구라는 종목 자체가 오락실 손님을 끌어모으기에 유리한 편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간판 타이틀이라기보다, 있는 가게에서만 볼 수 있던 종류였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이 요즘 스포츠 게임처럼 부드럽지는 않습니다. 대신 배구라는 종목의 리듬 — 받고, 올리고, 때리는 세 박자 — 을 오락실 게임으로 옮기려 한 시도가 분명하게 보입니다. 한 점이 나기까지의 과정이 짧지 않아서, 공 하나가 코트에 떨어질 때의 느낌이 의외로 묵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