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워로즈

워로즈 (Warlords) · 1980 · Atari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 네 귀퉁이에 성이 하나씩 박혀 있고, 그 성을 지키는 사람도 네 명입니다. 가운데에서 불덩이가 튀어나와 아무 방향으로나 날아가고, 네 사람이 동시에 방패를 휘둘러 그것을 남의 성 쪽으로 쳐냅니다. 벽돌깨기라고 하면 보통 혼자 조용히 벽돌을 허무는 그림을 떠올리는데, 이 게임은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내가 막아 낸 공이 곧바로 옆 사람 성벽에 구멍을 내고, 그 사람이 화를 내며 되받아치는 소리가 기계 앞에서 들립니다. 혼자 하는 놀이를 네 명이 서로 물어뜯는 놀이로 뒤집어 놓은 것이 이 게임의 전부이자 핵심입니다.

워로즈(Warlords)는 아타리가 1980년에 내놓은 오락실 기판입니다. 화면 네 귀퉁이에 각각 벽돌로 쌓인 성이 있고, 그 안쪽에 왕이 한 명씩 들어앉아 있습니다. 튕겨 다니는 불덩이가 성벽을 부수고 들어가 왕에게 닿으면 그 사람은 탈락합니다. 마지막까지 왕이 살아남은 사람이 그 판을 가져갑니다. 네 자리 모두 사람이 앉을 수 있고, 빈자리는 기계가 대신 맡습니다.

워로즈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0)

방패로 막는 것과 잡는 것

조작은 회전 손잡이 하나가 전부입니다. 손잡이를 돌리면 내 성벽 바깥을 따라 짧은 방패가 호를 그리며 움직입니다. 방패에 불덩이가 닿으면 튕겨 나가는데, 여기서 각도를 어떻게 주느냐가 그대로 실력이 됩니다. 그냥 막기만 해서는 공이 아무 데나 날아가고, 최악의 경우 되돌아와서 내 성벽을 다시 갉아 먹습니다.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과 좀 해 본 사람을 가르는 것은 버튼입니다. 버튼을 누른 채로 방패에 공을 받으면 공이 튕기지 않고 방패에 붙어 있습니다. 그 상태로 손잡이를 돌려 조준한 다음 버튼을 놓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쏘아 보낼 수 있습니다. 무작정 반사하는 것과 붙잡았다가 노려서 던지는 것은 위력이 전혀 다릅니다. 잡는 조작을 익히고 나면 이 게임은 반사 신경 겨루기에서 조준 싸움으로 성격이 바뀝니다.

다만 잡고 있는 동안에는 방패가 그 자리에 묶이는 셈이라 다른 공을 막을 수 없습니다. 공이 여러 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언제 붙잡고 언제 그냥 쳐낼지를 순간순간 판단해야 합니다.

워로즈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0)

네 명이 앉으면 달라지는 것

혼자 기계를 잡으면 나머지 세 자리를 컴퓨터가 채우는데, 그때는 그저 오래 버티는 게임이 됩니다. 이 기계의 진짜 모습은 네 자리가 다 찼을 때 나옵니다. 누구를 먼저 무너뜨릴지는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그때 제일 만만해 보이는 쪽이 표적이 됩니다. 성벽에 구멍이 크게 뚫린 사람이 있으면 셋이 약속도 없이 그쪽으로 공을 몰아붙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멀쩡한 척하는 것이 전략이 됩니다. 앞쪽 벽돌이 조금 깎였다고 허둥대면 티가 나고, 티가 나는 순간 집중 공격을 받습니다. 반대로 남이 방심한 틈에 조용히 그쪽으로 각을 꺾어 보내는 재미도 큽니다. 한 명이 떨어져 나가면 남은 사람들끼리 다시 서로를 노리기 시작하는데, 조금 전까지 편을 먹던 사이가 바로 갈라지는 그 전환이 이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입니다.

워로즈 액션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0)

성벽이 줄어드는 속도

판이 시작될 때 성벽은 여러 겹으로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처음에는 공이 몇 번 들이받아도 바깥 껍질만 벗겨지는 정도라 여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벽돌이 한번 부서지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판이 진행될수록 네 성 모두 앙상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한 번 잘못 막으면 곧장 왕이 노출됩니다.

공의 속도도 시간이 흐를수록 빨라집니다. 초반의 느긋한 주고받기를 생각하고 손잡이를 느슨하게 잡고 있다가는 후반에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초반에 성벽을 아끼는 사람이 결국 유리합니다. 공을 되도록 방패 바깥쪽으로 받아 내 벽에 닿을 기회를 줄이고, 각도를 크게 꺾어 남의 진영 안쪽으로 밀어 넣는 것이 오래 사는 요령입니다.

손잡이가 만들어 낸 기계

워로즈는 손잡이를 돌려 조작하는 아타리 기계들 가운데서도 자리 배치가 독특한 쪽입니다. 화면을 눕혀 놓고 네 사람이 각 변에 둘러서서 하는 구성이 있어, 자기 성이 있는 방향에 맞춰 몸을 돌리고 앉게 됩니다. 마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가운데 두고 네 방향에서 둘러싸는 형태라, 옆 사람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그대로 보입니다.

1980년 전후의 아타리는 벽돌깨기의 규칙을 여러 방향으로 비틀어 보던 시기였고, 워로즈는 그중에서 사람을 여럿 앉히는 쪽으로 간 결과물입니다. 공 하나를 여럿이 나눠 쓰는 구조는 나중에 나온 대전형 퍼즐과 대전형 액션들이 되풀이하게 되는 발상이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잡아 봐도 규칙을 설명하는 데 십 초가 안 걸리고, 그 십 초 뒤부터 바로 서로를 노리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오래된 기계 같지 않게 잘 굴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