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팩맨
주니어 팩맨 (Jr Pac Man 11 9 83) · 1983 · Bally Mid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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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밖으로 이어지는 미로
팩맨을 해 본 사람이라면 미로 전체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어디에 점이 남았는지, 유령이 어디로 오는지 한눈에 보이는 것이 그 게임의 기본이었습니다. 주니어 팩맨은 바로 그 전제를 깨뜨립니다. 미로가 화면보다 가로로 넓어서, 플레이어를 따라 화면이 좌우로 움직입니다.
이 하나의 변화가 게임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화면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기억과 예측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안전해 보이는 방향으로 달렸는데 화면이 밀려 나오면서 유령이 바로 앞에 나타나는 순간이 이 게임의 긴장 그 자체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주니어 팩맨(Jr. Pac-Man)은 미로 속의 점을 전부 먹으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팩맨 계열 액션입니다. 유령에게 닿으면 잔기가 하나 줄고, 미로 곳곳의 큰 점을 먹으면 잠시 동안 유령을 거꾸로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기본 규칙은 원작 그대로입니다.
조작은 4방향 레버 하나뿐입니다. 버튼이 없기 때문에 배울 것이 전혀 없고, 처음 앉은 사람도 곧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신 잘하려면 미로의 생김새와 유령의 습성을 몸으로 익혀야 합니다.
넓어진 미로 때문에 한 판을 클리어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원작보다 깁니다. 남은 점 몇 개를 찾아 미로 반대편까지 다시 건너가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는데, 이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삼륜차와 점의 변화
이 게임에는 미로를 돌아다니는 보너스 아이템이 나옵니다. 이것이 지나간 자리의 작은 점들이 커다란 점으로 바뀌고, 커진 점은 먹을 때 점수를 더 줍니다. 대신 커진 점을 먹으면 이동 속도가 잠깐 느려집니다.
점수를 노리는 사람에게는 이 커진 점들을 어떻게 모으느냐가 중요한 판단이 됩니다. 무작정 따라가서 먹으면 느려진 상태로 유령과 마주치게 되고, 아예 무시하면 점수가 크게 벌어지지 않습니다. 위험과 이득을 저울질하는 이 요소가 원작에는 없던 재미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가장 큰 함정은 화면 가장자리입니다. 스크롤 때문에 진행 방향 앞쪽은 잘 보이지만, 이제 막 지나온 뒤쪽은 화면 밖으로 사라집니다. 뒤에서 따라오던 유령이 어디쯤 있는지 놓치기 쉬우니, 방향을 바꿀 때는 항상 되짚어 올 유령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두 번째는 큰 점을 쓰는 시점입니다. 유령이 아직 멀리 있을 때 먹어 봐야 효과가 끝날 때까지 하나도 잡지 못합니다. 유령이 어느 정도 가까이 몰려왔을 때 먹어야 여러 마리를 연달아 잡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마무리입니다. 점이 몇 개 안 남았을 때 미로 전체를 헤매게 되는데, 이때는 이미 유령이 빨라져 있습니다. 초반부터 한쪽 방향을 정해 차근차근 훑어 두면 마지막에 허둥댈 일이 줄어듭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팩맨 시리즈는 원작 이후 여러 후속작이 나왔고, 그중 상당수가 원작의 미로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주니어 팩맨은 스크롤이라는 확실한 변화를 준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원작을 좋아하던 사람 중에는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 화면을 답답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도 팩맨 계열은 꾸준히 놓여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던 것은 역시 원작과 미즈 팩맨 쪽이었습니다. 이 후속작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입니다. 그래도 규칙이 익숙한 데다 구조 하나만 달라져 있어서, 팩맨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새삼 신선하게 느끼는 게임입니다.
왜 아직도 재미있는가
팩맨 계열의 게임은 규칙이 지극히 단순합니다. 점을 먹고 유령을 피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규칙이 사십 년이 지나도록 낡지 않는 이유는, 매 순간의 판단이 명확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갈림길에서 어느 쪽으로 꺾을지 정하는 그 짧은 순간에 게임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주니어 팩맨은 여기에 시야의 제한이라는 한 가지 조건을 더했습니다. 볼 수 있는 정보가 줄어들면 판단은 더 어려워지고, 그만큼 잘 해냈을 때의 만족도 커집니다. 화면 밖에서 다가오던 유령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낼 때의 기분은 원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레버 하나로 시작해서 몇 시간이고 붙잡게 되는 게임이라, 지금처럼 짬을 내서 하는 환경에도 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