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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로

카게로: 디셉션 II (Kagero Deception Ii) · 1998 · Te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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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함정을 놓는 쪽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함정은 피해야 할 대상입니다. 던전 바닥에 깔린 가시, 천장에서 떨어지는 바위, 벽에서 튀어나오는 창. 그런데 이 게임은 그 관계를 통째로 뒤집었습니다. 플레이어가 함정을 설치하는 쪽이고, 저택에 들어온 침입자들이 그걸 밟는 쪽입니다.

발상만으로도 충분히 독특한데, 실행 방식도 만만치 않습니다. 함정은 아무렇게나 놓는 게 아니라 바닥과 벽과 천장에 각각 하나씩 배치할 수 있고, 이 셋을 연결해 침입자를 원하는 위치로 몰아넣어야 제 위력이 나옵니다. 벽에서 튀어나온 장치로 상대를 밀어내고, 그 앞에 놓인 바닥 함정으로 넘어뜨리고, 마지막으로 천장에서 무언가를 떨어뜨리는 식입니다.

카게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8)

어떤 게임인가

카게로(Kagero: Deception II)는 저택 안을 돌아다니며 함정을 설치하고, 들어온 침입자를 그 함정으로 처치하는 전략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 자신은 거의 싸우지 않습니다. 직접 무기를 휘두르는 대신, 침입자를 유인해 이미 깔아 둔 장치 위로 끌어들이는 것이 유일한 공격 수단입니다.

한 판은 침입자가 저택에 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플레이어는 방을 옮겨 다니며 함정을 미리 배치해 두고, 상대의 시야에 일부러 들어가 쫓아오게 만든 뒤 원하는 지점에서 장치를 작동시킵니다. 침입자를 전부 처리하면 판이 끝나고, 성과에 따라 새로운 함정을 만들 자원이 주어집니다.

함정을 잇는 재미

이 게임의 핵심은 하나짜리 함정이 아니라 연결입니다. 벽 함정으로 밀고, 밀린 곳에 바닥 함정이 있고, 넘어진 곳 위에 천장 함정이 있는 배치를 짜 두면 침입자 하나가 여러 장치를 연달아 맞고 쓰러집니다. 이 연결이 길게 이어질수록 얻는 점수와 자원이 크게 늘어납니다.

그래서 판이 시작되면 곧바로 유인하지 말고, 먼저 방의 구조를 살펴 어디에 무엇을 놓을지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좁은 복도는 도망갈 곳이 없어 연결이 잘 되고, 넓은 방은 상대가 옆으로 빠져나가기 쉬워 실패가 잦습니다. 처음에는 복도 위주로 판을 짜는 것을 권합니다.

유인하는 요령

함정을 아무리 잘 깔아도 상대가 그 위로 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조작 시간의 대부분은 유인에 쓰입니다. 침입자의 시야에 들어가 주의를 끈 뒤, 함정이 깔린 지점을 지나 도망치는 식입니다.

이때 거리 조절이 중요합니다. 너무 멀면 상대가 쫓아오다 멈추고, 너무 가까우면 붙잡혀 공격을 받습니다. 주인공은 체력이 약해서 몇 대만 맞아도 위험하니, 늘 한 방 맞을 거리 바깥에서 유인해야 합니다. 또 함정 작동에는 짧은 준비 시간이 있으므로, 상대가 밟기 직전이 아니라 조금 일찍 눌러 두는 감각을 익혀야 합니다.

침입자마다 다른 대응

들어오는 사람들의 성격이 제각각입니다. 갑옷을 두르고 느리게 걷는 상대는 유인이 쉬운 대신 웬만한 함정으로는 잘 안 쓰러집니다. 반대로 날렵한 상대는 잘 따라오지만 함정을 눈치채고 피하기도 합니다. 활이나 마법처럼 멀리서 공격하는 상대는 거리를 벌리는 유인 자체가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여러 명이 동시에 들어오는 후반에는 순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쪽부터 먼저 정리하고, 느린 상대는 뒤로 미루는 식입니다. 무리하게 한꺼번에 유인하면 사방에서 두들겨 맞으니, 방을 옮겨 가며 하나씩 떼어 내는 것이 정석입니다.

다른 데 없는 게임

이런 방식의 게임은 지금도 흔하지 않습니다. 액션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계획이고, 전략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행은 실시간 조작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중간에 있는 감각이 이 시리즈만의 것입니다.

분위기도 어둡고 무겁습니다. 저택은 음산하고, 이야기는 배신과 복수를 다룹니다. 밝은 게임을 기대하고 잡으면 당황할 수 있지만, 그 분위기가 함정으로 사람을 처리하는 행위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처음 몇 판은 요령을 몰라 답답하지만, 함정 세 개를 연달아 성공시키는 순간부터 이 게임이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