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퀘스터

퀘스터 (Quester Japan) · 1987 · Namc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벽돌깨기라는 장르는 1980년대 중반에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났습니다. 1976년 아타리의 브레이크아웃 이후 십 년 가까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형식을, 1986년 타이토의 아르카노이드가 아이템과 보스와 스테이지 구성을 붙여 되살려 놓은 것입니다. 그 성공은 곧바로 경쟁작을 불렀고, 남코가 이듬해 내놓은 대답이 이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대답을 설계한 사람이 팩맨을 만든 이와타니 도루라는 사실이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퀘스터(Quester)는 화면 아래쪽의 받침대를 좌우로 움직여 공을 튕겨 올리고, 위쪽에 깔린 벽돌 무리를 전부 부수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아케이드 벽돌깨기입니다. 조작이라고 할 것은 좌우 이동과 발사뿐이라 처음 보는 사람도 십 초면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알아차립니다. 다만 그 단순한 규칙 위에 얹힌 판 설계와 아이템 체계가 실제 난도를 결정합니다.

퀘스터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7)

공은 손이 아니라 각도로 다룹니다

벽돌깨기를 처음 하는 사람은 공을 쫓아다닙니다. 공이 왼쪽으로 가면 받침대를 왼쪽 끝까지 데려가고, 오른쪽으로 오면 다시 오른쪽으로 달립니다. 이렇게 하면 공이 늘 받침대 한가운데에 맞고, 한가운데에 맞은 공은 들어온 각도 그대로 되돌아갑니다. 결과적으로 공이 같은 궤도만 왕복하면서 부술 것을 못 부수고 시간만 흘러갑니다.

이 게임에서 실력이 갈리는 지점은 받침대의 어디에 공을 맞히느냐입니다. 받침대 가장자리에 맞은 공은 그쪽으로 크게 꺾여 나가고, 가운데에 가까울수록 되돌아가는 각이 얌전해집니다. 남은 벽돌이 화면 왼쪽 구석에 몰려 있다면 일부러 받침대 왼쪽 끝에 공을 받아 예각으로 쏘아 올리는 식입니다. 공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받침대를 살짝 밀어 각을 만드는 이 감각을 익히면 판이 눈에 띄게 빨리 끝납니다.

또 하나 익혀 두면 좋은 것이 벽돌 무리 위쪽으로 공을 올려 보내는 요령입니다. 벽돌 벽과 화면 천장 사이의 좁은 틈으로 공이 들어가면, 공이 그 안에서 튕겨 다니며 벽돌을 알아서 쓸어 담습니다. 한쪽 끝에 세로로 구멍을 뚫어 그 통로를 여는 것이 벽돌깨기의 정석이고, 이 게임에서도 그대로 통합니다.

퀘스터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7)

아이템은 축복이자 함정입니다

어떤 벽돌은 부수면 아이템을 떨어뜨립니다. 받침대를 길게 늘려 주는 것, 화면 아래쪽에 방벽을 깔아 공이 빠져나가는 것을 한 번 막아 주는 것, 건드리면 여러 개의 공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 등이 있습니다. 받침대 확장과 방벽은 어려운 구간을 넘길 때 목숨값을 하고, 공이 여럿으로 늘어나는 것은 남은 벽돌이 흩어져 있을 때 판을 단숨에 정리해 줍니다.

다만 아이템이 늘 이득만은 아니라는 점을 일찍 배워 두는 편이 좋습니다. 공이 여러 개로 늘어나면 화면이 갑자기 바빠지고, 어느 공을 받을지 정하지 못하는 사이에 전부 놓치는 일이 흔합니다. 공이 여럿일 때는 욕심내지 말고 가장 아래에 있는 공 하나만 시선으로 붙잡는 쪽이 안전합니다. 나머지는 살면 사는 것이고 놓쳐도 판은 계속됩니다.

떨어지는 아이템을 받으려고 받침대를 크게 움직이다가 정작 공을 놓치는 것도 흔한 실수입니다. 아이템은 공을 안정적으로 다루고 있을 때만 주우러 가는 것이고, 공의 낙하 지점과 아이템의 낙하 지점이 반대편이면 그냥 포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판을 읽는 눈이 실력입니다

스테이지가 넘어갈수록 벽돌 배치가 까다로워집니다. 몇 번을 맞혀야 깨지는 단단한 벽돌, 아예 부술 수 없어 지형처럼 서 있는 벽돌, 공을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 내는 배치가 섞여 들어옵니다. 부술 수 없는 벽돌은 성가신 장애물처럼 보이지만, 각도를 계산해 공을 그쪽으로 일부러 쏘면 손이 닿지 않던 구석까지 공을 보내 주는 반사판이 되기도 합니다.

판이 잘 안 풀릴 때는 무작정 공을 올려 보내지 말고 남은 벽돌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 몇 개가 화면 구석에 남으면 그것을 지우느라 시간이 크게 늘어지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앞에서 말한 받침대 가장자리 활용입니다. 남은 벽돌의 위치를 먼저 정하고, 거기로 보내려면 공을 받침대 어디에 받아야 하는지를 역산하는 순서입니다.

남코가 만든 벽돌깨기라는 것

남코는 1980년대 내내 자체 기판 위에서 특유의 밝고 정갈한 화면을 만들어 온 회사입니다. 이 게임에도 그 색깔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같은 시기 다른 벽돌깨기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화면이 산만하지 않고 벽돌과 공의 대비가 뚜렷합니다. 벽돌깨기처럼 공 하나를 계속 눈으로 좇아야 하는 게임에서 이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부분입니다.

출시 직후에는 남코가 발행하던 간행물의 독자들이 직접 만든 판을 모아 넣은 특별판도 따로 나왔습니다. 판 설계가 곧 콘텐츠인 장르라는 점을 만든 쪽도 잘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게임은 일본 내수로만 풀렸기 때문에, 한국 오락실에서 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벽돌깨기라고 하면 대개 아르카노이드 쪽이었고, 이쪽은 뒤늦게 발견하는 숨은 이름에 가깝습니다.

잠깐씩 하기 좋은 게임입니다

벽돌깨기의 미덕은 한 판이 짧고 규칙 설명이 필요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라, 처음 잡은 사람도 곧바로 공을 튕기며 놀 수 있고 익숙해질수록 자기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 눈으로 보입니다. 공을 받침대 어디에 받을지 의식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오래 붙잡고 씨름하기보다 몇 판씩 끊어 가며 하기에 알맞은 게임입니다. 팩맨을 만든 사람이 벽돌깨기를 만들면 어떤 물건이 나오는지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눌러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