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포 더 셰이븐 야크
퀘스트 포 더 셰이븐 야크 (Quest For the Shaven Yak Starring Ren Hoek Stimpy USA 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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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상할수록 게임도 이상해집니다
1990년대 초 미국 텔레비전에는 그때까지의 어린이 만화 문법을 대놓고 비트는 작품들이 나타났습니다. 렌과 스팀피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앙상한 개와 멍청한 고양이가 나와서, 예쁘지도 착하지도 않은 얼굴로 기괴한 표정을 짓는 만화였습니다. 한 장면씩 그림체가 과장되게 뒤틀리는 연출이 유명했고, 그 덕에 마니아 층이 두텁게 생겼습니다.
그런 원작을 게임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작품은 그 질문에 대한 답 중 하나입니다. 작은 휴대기기 화면에 원작의 그 지저분하고 과장된 그림을 최대한 욱여넣었고, 스테이지 구성도 상식적인 판타지가 아니라 원작처럼 엉뚱한 소재로 채웠습니다.
무슨 게임인가
퀘스트 포 더 셰이븐 야크(Quest for the Shaven Yak Starring Ren Hoëk & Stimpy)는 원작 캐릭터를 조종해 옆으로 흐르는 화면을 돌파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뛰고 올라타고 장애물을 넘으며 스테이지 끝까지 가는, 이 시기 가장 흔했던 형태의 구성입니다.
조작은 방향키와 점프, 공격 버튼으로 끝납니다. 익힐 것이 거의 없고, 그래서 처음 잡아도 바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대신 이런 게임의 난이도는 조작의 복잡함이 아니라 발판 배치와 적 배치에서 나옵니다. 잘못 뛰면 떨어지고,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올라와야 합니다.
이 시절 휴대기기 액션의 성격
1990년대 초중반 휴대기기용 횡스크롤 액션은 대체로 짧고 어려웠습니다. 담을 수 있는 용량이 작아 스테이지 수를 늘리기 어려웠고, 그래서 짧은 분량을 난이도로 메우는 방식이 흔했습니다. 목숨 수는 적고, 중간에 이어서 시작하는 지점은 인색하며, 한 번 삐끗하면 한참을 되돌아가야 합니다.
이 구조를 알고 들어가면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한 번에 끝까지 갈 생각을 하지 말고, 구간을 하나씩 외운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무엇이 튀어나오는지 기억하는 것이 곧 실력이고, 그것이 이 시절 게임을 즐기는 기본 방식이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 원인은 점프를 급하게 하는 것입니다. 발판 끝에 서서 곧바로 뛰면 대개 모자랍니다. 조금 물러선 뒤 달려가며 뛰는 습관을 들이면 실패가 확 줄어듭니다. 반대로 너무 멀리 뛰어 건너편 절벽을 지나쳐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몇 번 시도해 보며 이 게임의 점프 거리를 몸에 익히는 것이 먼저입니다.
두 번째는 화면 오른쪽 끝에서 튀어나오는 적입니다. 옆으로 흐르는 화면에서는 앞을 미리 볼 수 없으니, 전속력으로 달리면 화면에 막 들어온 적과 부딪힙니다. 처음 가는 구간은 걷는 속도로 나아가며 화면에 무엇이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길을 외운 뒤에 속도를 올리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목숨을 아끼려다 더 잃는 일입니다. 체력이나 목숨이 빠듯한 게임일수록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되는데, 지나치게 망설이면 오히려 타이밍을 놓칩니다. 위험한 구간은 오히려 한 번에 빠르게 통과하는 쪽이 맞을 때가 많습니다.
판권 게임이 많던 시절
이 무렵 휴대기기 시장에는 만화 원작 게임이 넘쳐났습니다. 아이들이 아는 얼굴을 표지에 올리면 판매가 보장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작 팬이 아니면 손댈 이유가 없는 물건도 많았고, 반대로 원작을 좋아한다면 캐릭터가 화면에서 움직인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게임도 그런 쪽입니다. 액션 게임으로서 대단히 새로운 것을 하지는 않지만, 원작의 그 특유한 그림과 분위기를 작은 화면에 옮겨 놓은 것 자체가 볼거리입니다. 국내에는 원작 만화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뭅니다. 그래서 지금 잡아 보면 잘 만든 명작을 발굴하는 기분이라기보다, 그 시절 바다 건너에서 유행하던 괴상한 감각을 구경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한 번 돌려 볼 이유는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