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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록 타워

클록 타워 (Clock Tower Japan) · 1995 ·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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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수 없는 공포

대부분의 게임은 위험을 만나면 맞서 싸울 수단을 줍니다. 이 게임은 주지 않습니다. 커다란 가위를 든 존재가 저택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마주치면 할 수 있는 일은 도망치는 것뿐입니다. 무기도 없고 반격도 없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조용히 방을 뒤지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이 바뀌면서 문이 열립니다. 그 순간의 심장 뛰는 감각이 이 게임의 전부이고, 이후 수많은 공포 게임이 이 방식을 따라갔습니다.

클록 타워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5)

어떤 게임인가

클록 타워(Clock Tower)는 마우스로 화면을 가리켜 조작하는 방식의 공포 어드벤처입니다. 주인공은 저택으로 옮겨진 소녀이고, 함께 온 친구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상황에서 저택을 뒤지며 빠져나갈 길을 찾습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가고 싶은 곳을 가리키면 주인공이 걸어가고, 조사하고 싶은 물건을 가리키면 살펴봅니다. 문을 열고 서랍을 뒤지고 물건을 챙기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전투는 없습니다. 대신 추격자에게 쫓길 때는 숨을 곳을 찾아 들어가거나, 물건을 밀어 길을 막거나, 계속 달려 거리를 벌려야 합니다.

클록 타워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5)

공황 게이지

이 게임에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요소가 있습니다. 놀라거나 오래 쫓기면 상태가 나빠지고, 그러면 달리는 속도가 떨어지고 넘어지기 쉬워집니다. 상태가 심각해지면 몸이 굳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쫓기고 난 뒤에는 안전한 곳에 잠시 숨어 상태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무작정 계속 도망치면 결국 붙잡힙니다. 이 규칙 덕분에 도망친 뒤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습니다.

숨을 곳은 방마다 다릅니다. 침대 밑, 옷장 안, 커튼 뒤처럼 여러 곳이 있는데, 어떤 곳은 안전하고 어떤 곳은 곧바로 들킵니다. 저택을 돌아다니며 어디가 쓸 만한 은신처인지 기억해 두는 것이 생존에 직결됩니다.

저택을 뒤지는 일

추격이 없는 동안에는 저택을 탐색합니다. 잠긴 문을 열 열쇠를 찾고, 지하와 다락을 오가며 단서를 모읍니다. 조사할 수 있는 물건이 아주 많고, 그중 상당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하나씩 확인해 가는 과정 자체가 시간이 걸립니다.

문제는 그 탐색 도중에 언제든 추격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침착하게 방을 뒤지다가 갑자기 쫓기게 되고, 도망친 뒤 다시 돌아와 하던 일을 이어 가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진행 상황과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따라 결말이 갈립니다. 누구를 구했는지, 어디를 조사했는지, 어떤 순서로 움직였는지가 마지막 장면을 바꾸기 때문에, 한 번 끝냈다고 다 본 것이 아닙니다.

처음 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

방에 들어가면 먼저 출구를 확인하는 습관이 좋습니다. 이 방에 문이 몇 개인지, 숨을 곳이 있는지 알아 두면 갑작스러운 추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다 조사하려 들면 지칩니다. 대신 잠긴 문과 이상한 물건의 위치를 기억해 두었다가, 열쇠나 도구를 얻은 뒤 다시 찾아가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쫓길 때는 좁은 통로로 도망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막다른 곳에 몰리면 끝입니다. 여러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넓은 구간으로 유도해 거리를 벌린 뒤, 상대의 시야에서 벗어나 숨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공포 게임의 원형

이 작품은 사람이 직접 쫓아오는 공포, 그리고 맞서 싸울 수 없는 무력함이라는 두 가지를 게임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이후 등장한 여러 공포 게임이 이 구조를 가져다 썼고, 지금도 추격자에게 쫓기며 숨는 형식의 게임이 꾸준히 나옵니다.

화면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조용한 배경음 위로 발소리와 문 여닫는 소리만 들리다가, 추격이 시작되는 순간 음악이 바뀌며 화면 전체의 분위기가 뒤집힙니다. 소리로 긴장을 만드는 방식이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국내에서는 슈퍼패미컴 시절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공포 게임의 계보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이라, 지금 접해도 이 장르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