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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버탤리언

탱크 버탤리언 (Tank Battalion) · 1980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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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아래쪽에 벽돌로 둘러싸인 네모난 구역이 하나 있습니다. 그 안에 있는 것이 내 사령부입니다. 적 전차는 화면 위에서 계속 내려오고, 나는 내 목숨을 지키는 동시에 저 사령부도 지켜야 합니다. 내 전차가 멀쩡해도 사령부가 뚫리면 그 판은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지킬 것이 둘이라는 이 단순한 조건 하나가, 40년도 더 된 이 게임을 아직도 팽팽하게 만듭니다.

탱크 버탤리언(Tank Battalion)은 미로처럼 짜인 한 화면 안에서 전차를 몰며 적 전차를 격파하는 게임입니다. 위아래좌우로 움직이고 바라보는 방향으로 포탄을 쏘는, 그야말로 기본만 남긴 조작입니다. 화면을 채운 벽돌 블록은 포탄에 조금씩 부서지고, 그 부서진 자리가 새로운 통로이자 새로운 사선이 됩니다. 지형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총격전을 벌이는 동안 스스로 변해 간다는 점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탱크 버탤리언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0)

사령부를 지킨다는 규칙

한 판의 목표는 정해진 수의 적 전차를 모두 없애는 것입니다. 적은 화면 위쪽에서 차례로 나타나 아래로 내려오는데, 목표는 나만이 아닙니다. 내 사령부 쪽으로 곧장 파고드는 개체가 반드시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적을 쫓아 화면 위쪽으로 깊이 올라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등 뒤에서 다른 전차가 아래로 빠져 사령부 벽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도 이것입니다. 눈앞의 적을 하나 더 잡으려고 자리를 비웠다가, 뒤에서 사령부가 조용히 무너집니다. 익숙해지면 화면 위로 올라가지 않고 중간 높이에 머물면서 내려오는 적을 길목에서 끊는 쪽으로 습관이 바뀝니다. 잡는 게임이 아니라 막는 게임이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탱크 버탤리언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0)

벽돌이 곧 전술이다

이 게임의 벽돌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포탄을 막아 주는 방패이자, 내가 쏠 길을 내야 하는 장애물이고, 잘못 부수면 적에게 지름길을 열어 주는 함정이기도 합니다. 사령부 주변의 벽돌을 실수로 깎아 내면 그 틈으로 적이 바로 들어옵니다. 자기 포탄으로 자기 방어선을 허무는 일이 정말 자주 벌어집니다.

반대로 벽돌을 잘 쓰면 아주 편해집니다. 좁은 통로 하나만 남겨 두고 그 앞에 자리를 잡으면, 적은 그 길로만 나와야 하니 일대일로 상대할 수 있습니다. 넓은 데서 여러 대를 동시에 만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사령부 뒤쪽이나 옆쪽 벽을 두껍게 남겨 두는 것도 오래 버티는 요령입니다.

탱크 버탤리언 액션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0)

한 발씩 주고받는 총격전

포탄은 화면에 한 번에 많이 깔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발 한 발이 무겁습니다. 쏘고 나면 다음 발까지 짧은 공백이 생기고, 그 공백 동안은 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적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동시에 쏘면 포탄끼리 상쇄되기도 하니, 정면 대치보다는 옆에서 각을 잡고 먼저 쏘는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움직임은 격자를 따라 꺾입니다. 대각선으로 갈 수 없으니 방향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리고, 좁은 통로에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빠져나오지 못한 채 맞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스스로 들어가지 않는 것, 언제나 뒤로 뺄 길을 하나 열어 두는 것이 오래 사는 기본입니다. 판이 올라갈수록 적이 많아지고 빨라져서, 이 여유 공간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이후로 이어진 형식

한 화면 미로에서 전차를 몰고, 부서지는 벽을 방패로 쓰고, 지켜야 할 거점이 따로 있는 이 구성은 이후 전차 게임의 기본 골격이 되었습니다. 1980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이미 이 세 가지가 다 갖춰져 있었다는 점이 이 게임을 기억할 만하게 만듭니다. 당시 남코는 이런 식으로 규칙 하나를 더해 긴장을 만드는 데 능했고, 이 작품도 그 계보에 확실히 들어갑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이 원작보다 나중에 나온 비슷한 형식의 전차 게임들이 훨씬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게임을 처음 해 보면 묘하게 익숙하면서도 더 거칠고 더 빡빡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화려한 연출도 없고 배경 음악도 소박하지만, 한 판을 잡으면 사령부가 뚫릴까 봐 계속 아래를 힐끔거리게 됩니다. 그 긴장감 하나로 충분히 버티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