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키 패미컴판
토키 (Toki USA) · 1991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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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뱉는 원숭이
주인공이 원숭이입니다. 그것도 저주에 걸려 원숭이가 된 전사인데, 무기가 침입니다. 입에서 동그란 것을 퉤 하고 뱉어 적을 맞히는 게 이 게임의 기본 공격입니다. 처음 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몇 판 하다 보면 이 뱉기의 거리와 낙하 궤적을 재는 게 게임의 전부라는 걸 알게 됩니다.
표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맞으면 눈이 튀어나오고, 죽을 때는 요란하게 넘어집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지나가다 화면만 보고도 무슨 게임인지 기억하게 만드는 강한 그림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토키(Toki)는 저주로 원숭이가 된 주인공이 연인을 구하러 정글과 동굴을 지나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오락실 기판으로 먼저 나왔고, 이 판본은 그것을 패미컴으로 옮긴 것입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오른쪽으로 나아가며 달려드는 적을 침으로 맞히고, 구덩이와 가시를 점프로 넘고, 스테이지 끝의 보스를 잡습니다. 조작은 이동과 점프, 뱉기가 전부고 대각선 위아래로도 뱉을 수 있어서, 어느 각도로 쏘느냐가 실력을 가릅니다.
중간중간 아이템이 나와 무기가 바뀝니다. 여러 갈래로 퍼지는 것, 곧게 멀리 나가는 것, 화면을 관통하는 것 등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원래 침으로 돌아갑니다. 강한 무기를 얻었을 때 얼마나 멀리 나아가느냐가 그 판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한 대만 맞아도 죽는다
이 게임의 난이도를 만드는 건 체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무엇이든 한 번 닿으면 그대로 목숨 하나가 날아갑니다. 적의 몸에 스쳐도, 천장에서 떨어진 것에 맞아도 끝입니다. 그래서 진행이 조심스러워지고, 화면 끝에서 새 적이 나오는 순간마다 손이 굳습니다.
대신 적을 미리 없애는 방법이 있습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위치가 정해져 있으므로, 어디서 무엇이 나오는지 외우면 나타나기 전에 그 자리로 침을 던져 둘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을 잘하는 사람의 플레이가 유난히 매끄러워 보이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스테이지와 보스
정글에서 시작해 동굴과 얼음 지대, 물속 구간을 지납니다. 물속에서는 움직임이 느려지고 관성이 붙어서 지상과 감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서 처음 하는 사람이 많이 죽습니다.
보스는 하나같이 화면을 크게 차지하고 생김새가 기괴합니다. 대부분 정해진 순서로 공격을 반복하므로, 첫 대면에서 그 순서를 눈에 넣고 두 번째부터 자리를 잡으면 됩니다. 무리해서 딜을 넣기보다 안전한 위치에서 꾸준히 맞히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점프의 궤적이 조금 무거운 편이라 착지 지점을 미리 재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발판이 좁은 구간에서는 뛰기 전에 한 박자 서서 거리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이식판의 사정
오락실 기판은 색이 풍부하고 캐릭터가 큼직했는데, 패미컴판은 그것을 기기 사정에 맞춰 줄였습니다. 캐릭터가 작아지고 배경도 단순해졌지만, 침을 뱉는 동작과 원숭이의 우스꽝스러운 몸짓 같은 이 게임의 인상은 남겨 두었습니다.
적 배치와 스테이지 구성에도 손을 댔습니다. 원작 그대로였다면 이 기기에서 감당하기 어려웠을 구간들을 다시 짜서, 이식판만의 흐름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오락실에서 해 본 사람도 이쪽을 잡으면 처음 보는 배치를 만나게 됩니다.
그 시절의 기억
국내 오락실과 문방구 앞에서도 이 게임을 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원숭이가 침을 뱉는다는 설정이 아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좋았고, 한 대만 맞아도 죽는 매몰찬 규칙 때문에 동전이 빠르게 사라지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같은 시기의 횡스크롤 액션들과 견주면, 이 게임은 이야기보다 그림과 감촉으로 승부한 쪽입니다. 무기가 침이라는 것 하나로 다른 어떤 게임과도 헷갈리지 않는 인상을 만들어 냈고, 그 덕분에 수십 년이 지나서도 이름을 대면 화면이 떠오르는 게임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