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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샷

패싱 샷 (Passing Shot World 2 Players fd1094 317 0080) · 1988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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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테니스를 친다는 것

스포츠 게임이 오락실에서 살아남으려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한 판이 짧아야 합니다. 실제 테니스처럼 세트를 다 치르게 만들면 동전 하나로 십오 분이 넘게 자리를 차지하니, 업소 입장에서도 곤란하고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지칩니다. 그래서 이 시기 테니스 게임들은 하나같이 경기를 잘라 냈습니다. 게임 수를 줄이고, 랠리를 짧게 끝나도록 판정을 매섭게 다듬었습니다.

패싱 샷은 그 정리를 꽤 깔끔하게 해낸 축입니다. 한 포인트가 서너 번 오가면 결판이 나고, 다음 서브가 곧바로 이어집니다. 앉아 있는 내내 손이 쉬지 않습니다.

패싱 샷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8)

어떤 게임인가

패싱 샷(Passing Shot)은 코트를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화면에서 선수를 조작해 상대와 공을 주고받는 테니스 게임입니다. 혼자서 컴퓨터를 상대할 수도 있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붙을 수도 있습니다. 복식 경기를 지원하는 구성도 있어서, 여럿이 한 대에 매달리는 그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조작의 핵심은 방향을 잡는 레버와 스윙 버튼입니다. 공이 오는 지점으로 선수를 옮긴 다음, 치고 싶은 방향으로 레버를 기울인 채 버튼을 누릅니다. 누르는 타이밍과 레버 방향이 함께 공의 궤적을 만듭니다. 이 두 가지만 몸에 붙으면 나머지는 반복 속에서 저절로 늘어납니다.

패싱 샷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8)

처음 잡았을 때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공만 보고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화면 속 선수는 생각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공이 떨어질 자리에 미리 가 있지 않으면 라켓이 닿아도 힘없이 넘어갑니다. 공이 상대 라켓에 맞는 순간 어디로 갈지 짐작하고 미리 발을 옮기는 습관을 들이면 승률이 확 올라갑니다.

두 번째로 막히는 곳은 서브입니다. 서브는 게임에서 유일하게 상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시작할 수 있는 순간인데, 여기서 강하게 넣는 것만 신경 쓰면 실패가 잦아집니다. 세게 넣어 한 번에 점수를 노리기보다, 안정적으로 넣고 다음 공에서 주도권을 잡는 편이 컴퓨터 상대로는 훨씬 낫습니다.

제목이 된 패싱 샷은 테니스 용어로, 그물 앞에 나와 있는 상대의 옆을 스쳐 지나가게 치는 공을 말합니다. 이 게임에서도 상대가 앞으로 나왔을 때 좌우 구석으로 찔러 넣는 것이 가장 시원한 득점 방법입니다. 상대가 앞에 나온 순간을 알아채고 각을 벌리는 감각, 그것이 이 게임에서 배우는 전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난이도가 튀는 구간

초반 상대는 공을 한가운데로만 보내 줍니다. 여기서 이겼다고 방심하면 다음 상대부터 확 달라집니다. 좌우로 크게 흔들어 놓고 반대쪽을 찌르는 식으로 발을 쓰게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무작정 강하게 치는 습관이 곧바로 실점으로 돌아옵니다.

이 구간을 넘기는 요령은 욕심을 줄이는 것입니다. 무리한 각도로 결정타를 노리다 그물에 걸리느니, 안전하게 가운데로 되돌려 놓고 상대가 먼저 실수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컴퓨터 상대는 사람과 달리 지치지 않지만, 대신 정해진 패턴 안에서 움직이므로 몇 판만 관찰하면 어떤 공을 어디로 보내는지 눈에 들어옵니다.

세가와 그 시절 오락실

1988년의 세가는 아웃런과 애프터버너 같은 체감형 대작으로 오락실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던 회사였습니다. 큼직한 기체에 앉아서 하는 게임들이 간판을 맡는 동안, 그 옆자리에는 이 게임처럼 평범한 크기의 기판에 들어간 작품들이 채워졌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붙는 스포츠 게임은 그런 자리에 잘 어울렸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시기 스포츠 게임의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축구나 야구처럼 이름이 익숙한 종목은 손님을 끌었지만, 테니스는 그보다 한 걸음 밀렸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또렷이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대개는 격투 게임이나 슈팅을 기다리다가 자리가 비어서 한두 판 해 본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오히려 그 짧은 호흡이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규칙을 설명받을 필요도 없고, 몇 초 안에 첫 포인트가 끝나며, 지더라도 곧바로 다음 판입니다. 오래된 스포츠 게임이 무엇을 덜어 내서 오락실에 맞췄는지 확인해 보기에 좋은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