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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매니아 (메가드라이브)

팩매니아 (Pac Mania USA Europe) · 1991 · Tengen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팩맨이 점프를 배운 날

팩맨 시리즈에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저는 망설임 없이 "점프"라고 답합니다. 1980년의 원조 팩맨부터 이 게임 직전까지, 팩맨은 언제나 평면 미로를 옆으로 위로 기어다니는 존재였습니다. 유령이 앞을 막으면 파워 쿠키를 먹거나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 게임의 팩맨은 유령 머리 위로 폴짝 뛰어넘습니다. 그 순간 미로 게임의 문법 자체가 달라집니다.

여기에 화면까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던 정면 시점이 아니라, 45도쯤 틀어 놓은 쿼터뷰입니다. 그래서 미로가 입체적으로 보이고, 점프한 팩맨이 공중에 떠 있는 게 눈으로 읽힙니다. 팩맨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처음에는 방향 감각이 흔들립니다.

팩매니아 (메가드라이브) 액션 게임 화면 1 - 메가 드라이브 (1991)

어떤 게임인가

팩매니아(Pac-Mania)는 남코가 1987년 아케이드로 내놓은 팩맨 시리즈의 쿼터뷰 편이고, 이 페이지에서 즐기는 것은 그 이식판입니다. 미로 안의 쿠키를 전부 먹으면 다음 면으로 넘어가고, 유령에게 닿으면 잔기가 하나 줄어드는 기본 규칙은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점프 버튼이고, 다른 하나는 화면이 미로 전체를 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미로가 화면보다 크기 때문에 팩맨을 따라 화면이 스크롤됩니다. 원조 팩맨은 유령 넷의 위치를 한눈에 파악하고 계산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화면 밖에서 무엇이 다가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불안감이 이 게임 특유의 긴장을 만듭니다.

팩매니아 (메가드라이브) 액션 게임 화면 2 - 메가 드라이브 (1991)

점프를 언제 쓰느냐가 전부

점프는 무적기가 아닙니다. 뛰어오른 팩맨은 착지할 때까지 방향을 크게 바꾸지 못하고, 착지 지점에 다른 유령이 서 있으면 그대로 잡힙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유령이 눈앞에 왔을 때가 아니라, 유령이 오기 한 박자 전에 미리 뜁니다.

더 중요한 건 뛰어넘을 수 없는 유령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스테이지가 올라가면 자기도 점프하는 유령이 나옵니다. 이 녀석 앞에서 습관처럼 점프 버튼을 누르면 공중에서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어떤 유령이 뛰고 어떤 유령이 안 뛰는지 구분하는 게 후반 공략의 핵심입니다.

파워 쿠키를 먹은 뒤 유령을 쫓아가 먹는 반격 구간도 여전합니다. 다만 시점이 비스듬해서 거리 감각이 왜곡되기 때문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쫓아갔다가 시간이 끊겨 반대로 쫓기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팩매니아 (메가드라이브) 액션 게임 화면 3 - 메가 드라이브 (1991)

네 개의 놀이공원

스테이지는 몇 개의 테마 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블록 장난감 같은 색색의 미로, 모래시계와 시계가 늘어선 구역, 우주를 배경으로 한 구역처럼 배경 그림과 음악이 통째로 바뀝니다. 구역이 바뀔 때마다 미로 구조도 다시 짜여서, 같은 게임을 계속하는데도 새 게임을 시작하는 기분이 듭니다.

뒤로 갈수록 미로는 넓어지고 통로는 좁아지며 유령 수가 늘어납니다. 결국 점프로 빠져나갈 수 있는 폭이 점점 줄어들어, 어느 순간부터는 점프보다 경로 설계가 중요해집니다. 쿠키를 남긴 채 안전한 구역을 계속 돌면서 유령을 유인해 두었다가 한 번에 훑는 식의 운영이 필요합니다.

이식판으로 남은 기억

한국에서 이 게임은 오락실에서 본 사람보다 가정용 기기로 접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원조 팩맨만큼 널리 깔리지는 못했지만, 쿼터뷰와 점프라는 조합이 워낙 인상적이라 한 번 해 본 사람은 오래 기억합니다.

팩맨을 잘한다고 자신하던 사람이 이 게임에서 초반부터 무너지는 광경도 흔했습니다. 익숙한 판단이 통하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게 이 게임이 시리즈에 남긴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