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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ng REV E Ttl) · 1972 · At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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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흰 막대 두 개와 점 하나뿐입니다

처음 이 화면을 마주하면 누구나 잠깐 멈칫합니다. 검은 바탕에 흰 막대 두 개, 가운데를 세로로 가르는 점선, 그리고 튀어 다니는 네모난 점 하나. 설명문도 없고 시작 연출도 없고 음악도 없습니다. 소리라고는 공이 무언가에 닿을 때마다 나는 짧은 전자음 한 종류뿐입니다. 그런데 손잡이를 돌려 막대를 위아래로 움직이고 공을 한 번 받아치는 순간, 설명이 필요 없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 게임은 규칙을 읽는 게 아니라 손으로 알아채는 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보다 단순한 화면을 만들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함은 취향이 아니라 조건이었습니다. 이 기판에는 우리가 아는 의미의 프로그램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논리 소자를 배선으로 엮어 화면을 그리고 충돌을 판정하도록 짠 회로 덩어리입니다. 막대와 공이 네모난 것도, 색이 흑백인 것도, 소리가 한 종류인 것도 그 회로가 낼 수 있는 최대치였기 때문입니다.

퐁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72)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퐁(Pong)은 화면 양 끝의 막대로 공을 받아쳐 상대 쪽 벽을 뚫는 탁구 게임입니다. 목표는 아주 명확합니다. 내 막대를 지나쳐 공이 뒤로 빠지면 상대에게 점수가 가고, 반대면 내 점수가 오릅니다. 정해진 점수에 먼저 닿는 쪽이 이깁니다. 조작은 위아래 하나뿐이라, 처음 잡는 사람도 십 초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압니다.

한 판의 흐름도 간단합니다. 공이 화면 가운데에서 한쪽으로 날아가고, 벽에 맞으면 각도가 꺾이고, 막대에 맞으면 되돌아옵니다. 랠리가 길어질수록 공이 조금씩 빨라져서, 처음에는 여유롭게 따라가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손이 못 따라갑니다. 그래서 실제 승부는 대개 랠리가 열몇 번 이어진 뒤에 갈립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은 막대를 공 있는 데로만 따라다니는 습관입니다. 공을 막대 한가운데로 받으면 얌전히 돌아가지만, 막대 끝 쪽으로 받으면 각도가 크게 튀어서 상대가 따라가기 어려운 공이 됩니다. 그러니까 이건 그저 막는 게임이 아니라, 어디로 받을지를 고르는 게임입니다. 이 한 가지를 깨닫고 나면 승률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퐁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72)

두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는 게임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사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입니다. 혼자 하는 연습 모드에 해당하는 것이 마땅치 않고, 상대가 있어야 랠리가 성립합니다. 그래서 이 기계는 처음부터 두 사람이 마주 서서 하는 물건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대전 게임의 원형인 셈인데, 대전이라는 개념이 따로 있기 전에 그냥 그렇게 만들어진 것에 가깝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실력 차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잘하는 사람과 붙으면 공이 계속 막대 끝을 스치며 날아오고, 비슷한 사람끼리 붙으면 랠리가 한없이 길어지다가 손목이 먼저 지칩니다. 점수판이 위에 커다랗게 떠 있는 것도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상황을 바로 알 수 있게 하려는 배려입니다. 화면이 단순한 만큼 구경하기도 좋은 게임입니다.

퐁 액션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72)

오락실이라는 장소를 만든 기계

이 기계가 놓인 곳은 처음에는 오락실이 아니었습니다. 술집과 볼링장, 식당 구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게임기만 모아 둔 가게라는 개념 자체가 흔치 않았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한 대씩 놓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계가 동전을 워낙 잘 먹는 바람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게임기를 여러 대 놓는 것만으로 장사가 된다는 게 확인되면서, 우리가 아는 형태의 오락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만든 아타리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던 회사입니다. 이후 수많은 아류 기판이 쏟아졌는데, 회로만 베끼면 되는 구조라 복제가 쉬웠습니다. 이름만 살짝 바꾼 비슷한 기계가 여기저기 놓였고, 그 경쟁이 다시 아케이드 시장을 키웠습니다. 이후 등장하는 벽돌 깨기 계열, 각종 공놀이 게임들이 전부 이 화면 구성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지금 해 볼 만한 이유

솔직히 말하면 오늘날의 감각으로 이 게임을 오래 붙잡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위아래 이동 하나뿐이고, 화면에 새로 벌어지는 사건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몇 분만 해 보면 왜 이게 사람들을 붙잡아 뒀는지는 분명히 느껴집니다. 공이 빨라지는 감각과 막대 끝으로 각을 만드는 순간의 손맛은, 그래픽이 아무리 좋아져도 그대로 남아 있는 종류의 재미입니다.

여기서는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따로 설치할 것도, 준비할 것도 없습니다. 옆에 사람을 하나 앉히고 열 판쯤 해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다 보면 이 흰 막대 두 개가 그 뒤 반세기 동안의 게임들을 어떻게 열어젖혔는지가, 설명보다 빠르게 납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