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지
프렌지 (Frenzy Revision ra1) · 1982 · Stern Electronic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 구석에서 웃는 얼굴의 공이 통통 튀며 다가오는데, 벽도 뚫고 지나오고 총을 쏴도 잘 죽지 않습니다. 그 이름은 이블 오토입니다. 1980년대 초 오락실에서 이 얼굴에 쫓겨 본 사람은 그 통통거리는 소리를 오래 기억합니다. 프렌지는 그 오토가 다시 등장하는 게임이고, 이번에는 드디어 총으로 죽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죽여 봐야 다시 돌아오고, 돌아올 때마다 더 빨라집니다.
프렌지(Frenzy)는 방 하나하나가 미로처럼 생긴 공간을 걸어 다니며 로봇을 쏘고 다음 방으로 넘어가는 슈팅 액션입니다. 여덟 방향으로 움직이고 여덟 방향으로 쏠 수 있지만, 쏘는 동안에는 발이 멈춥니다. 방마다 로봇이 기다리고 있고, 다 죽이든 그냥 지나치든 출구로 빠져나가면 새 방이 나옵니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고, 어디까지 살아남느냐를 겨루는 구조입니다.
전작에서 무엇이 달라졌나
이 게임은 1980년에 나온 버저크의 후속작입니다. 두 게임을 이어서 해 보면 차이가 확실히 보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벽입니다. 전작에서는 벽에 닿기만 해도 감전사했지만, 여기서는 벽에 닿아도 죽지 않습니다. 대신 벽이 두 종류로 나뉩니다.
점선처럼 생긴 벽은 총으로 쏘면 부서집니다. 즉 막다른 곳처럼 보이는 자리에 길을 직접 뚫을 수 있다는 뜻이고, 이건 도망칠 경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반대로 단단한 벽은 총알을 튕겨 냅니다. 이게 이 게임의 진짜 재미인데, 튕긴 총알이 모퉁이를 돌아 로봇을 맞히기도 하고, 로봇이 쏜 총알이 튕겨 그 로봇 자신이나 동료를 맞히기도 합니다. 정면으로 붙지 않고 각을 이용해 처리하는 방법이 생긴 것입니다.
이블 오토도 달라졌습니다. 전작에서는 손댈 수 없는 존재였지만, 여기서는 여러 번 쏘면 표정이 웃는 얼굴에서 무표정으로, 다시 찡그린 얼굴로 바뀌다가 사라집니다. 문제는 사라진 뒤 다시 나타날 때 전보다 빠르다는 점입니다. 죽이는 게 늘 이득은 아니라는 뜻이라, 쏠지 도망칠지 판단하는 재미가 붙습니다.
한 판의 흐름과 요령
방에 들어가면 먼저 출구 위치와 로봇 배치를 봅니다. 이 게임은 방을 청소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살아남는 게 목적이니, 굳이 다 죽일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로봇을 처리하면 점수가 오르고, 방을 전부 비우고 나가면 추가 점수가 붙습니다. 점수를 노릴지 안전하게 지나갈지가 매 방마다 놓이는 선택입니다.
가장 중요한 습관은 쏘는 동안 멈춘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 로봇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조준하고 있을 때 함부로 버튼을 누르면, 발이 묶인 그 순간에 맞습니다. 한 방향에서만 위협이 올 때 쏘고, 여러 방향이면 먼저 위치를 옮겨 한 줄로 세운 다음 쏘는 게 정석입니다.
오래 머물면 오토가 옵니다. 그러니 한 방에서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위험 요소입니다. 로봇을 다 잡겠다고 구석에서 버티다가 오토에게 몰리면 빠져나갈 곳이 없습니다. 방에 들어간 순간부터 나갈 방향을 정해 두고 움직이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처음 하면 대개 벽 뒤에 안전하게 숨었다고 생각하다가 죽습니다. 이 게임의 총알은 단단한 벽에서 튕기기 때문에, 벽 뒤가 반드시 안전하지 않습니다. 로봇이 쏜 총알이 벽을 두어 번 튕겨 등 뒤로 오는 일이 흔합니다.
두 번째는 좁은 통로에서의 판단입니다. 통로 한가운데서 정면으로 마주치면 먼저 쏘는 쪽이 이기는데, 발이 묶이는 만큼 실패하면 그대로 끝입니다. 통로 입구에서 살짝 물러나 로봇이 나오는 순간을 노리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총알 방향입니다. 여덟 방향으로 쏠 수 있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대각선 조준이 어긋나기 쉽다는 뜻입니다. 몸을 상대와 같은 가로줄이나 세로줄에 맞춰 놓고 쏘는 편이 훨씬 확실합니다.
그 시절 오락실과 이 게임
프렌지는 스턴 일렉트로닉스가 낸 게임이고, 전작 버저크와 함께 알란 맥닐이 설계했습니다. 이 계열이 당시에 화제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음성이었습니다. 기계가 사람 말을 흉내 내 소리치는 게 흔치 않던 시절에, 로봇이 침입자를 향해 말을 거는 연출은 그 자체로 구경거리였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화면은 단순하고 색도 적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면 지루하지 않습니다. 방이 계속 바뀌고, 총알이 튕기고, 오토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압박이 겹치면서 한 판이 짧고 급하게 굴러갑니다. 초창기 오락실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붙잡아 뒀는지 보여 주는 표본 같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