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백 북미판
플래시백 (Flashback the Quest For Identity USA)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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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움직이는 주인공
처음 이 게임을 켜고 주인공을 한 칸 걷게 해 보면, 다른 게임과 뭔가 다르다는 걸 바로 느낍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즉시 튀어 나가는 게 아니라,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무게를 옮긴 다음에야 발이 떨어집니다.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촬영해 한 장씩 옮겨 그리는 로토스코프 기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 그렇습니다.
덕분에 조작감이 묵직하고, 처음에는 답답하다고 느끼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무게감이 곧 이 게임의 규칙입니다. 낭떠러지 앞에서 멈추려면 미리 손을 떼야 하고, 뛰어넘을 거리를 눈으로 재고 나서 도움닫기를 잡아야 합니다. 반사신경이 아니라 계획으로 푸는 액션인 셈입니다.
기억을 잃은 남자
플래시백(Flashback the Quest for Identity)은 정글 한복판에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청년 콘래드 B. 하트가 자기 정체와 지구를 노리는 존재의 정체를 함께 밝혀 나가는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옆에서 보는 화면을 걸어 다니며 총을 쏘고, 상자를 밀고, 스위치를 눌러 길을 여는 방식입니다.
시작 지점에서 주우는 홀로큐브를 재생하면 과거의 자기 자신이 나타나 남긴 말을 들려줍니다. 이 짧은 영상이 이야기의 출발점이고, 이후로도 게임은 컷신을 아껴 쓰면서 필요한 순간마다 상황을 던져 줍니다.
총과 방패, 그리고 계단식 진행
콘래드가 쓰는 무기는 기본 광선총입니다. 여기에 에너지를 소모해 앞을 막는 방패를 펼칠 수 있어서, 적의 사격을 정면으로 받아 내며 거리를 좁히는 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으니 방패를 언제 켜고 언제 끌지가 곧 실력입니다.
적과 마주쳤을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몸을 낮춰 앉은 자세로 쏘는 것입니다. 서서 쏘면 상대 탄에 그대로 맞지만, 앉으면 대부분의 사격이 머리 위를 지나갑니다. 이 한 가지만 익혀도 초반 사망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또 하나 익혀 둘 동작은 매달리기입니다.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 때 가장자리를 붙잡고 매달렸다가 놓으면 낙하 거리가 줄어 죽지 않습니다. 위험해 보이는 수직 구간은 대부분 이 방법으로 통과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글에서 시작해 외계로
무대는 티탄의 정글에서 출발합니다. 이곳에서 홀로큐브를 찾고 탈출한 뒤에는 뉴 워싱턴이라는 도시로 넘어가는데, 여기서는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직업소개소에서 일감을 받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필요한 것을 사서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액션 게임 중간에 낀 짧은 심부름 파트지만, 세계가 살아 있다는 인상을 주는 대목입니다.
이어지는 TV 쇼 스테이지는 이 게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구간입니다. 목숨을 걸고 함정투성이 코스를 통과하는 방송에 출연자로 참가해, 정해진 시간 안에 결승선까지 가야 합니다. 재미와 긴장이 동시에 걸린 이 무대를 넘기면 이야기는 지구를 떠나 외계로 향합니다.
마지막 구간은 앞선 스테이지들과 비교해 확실히 난도가 올라갑니다. 길을 외우고, 스위치 순서를 정리하고, 남은 탄과 방패 에너지를 계산하는 어드벤처의 성격이 짙어집니다.
여러 기종으로 퍼진 프랑스산 명작
이 작품은 프랑스 개발진이 만든 게임이고, 앞서 나온 어나더 월드와 자주 나란히 언급됩니다. 두 게임 모두 옆에서 보는 화면, 사실적인 움직임, 말수가 적은 연출을 공유하지만 만든 곳은 다릅니다. 플래시백 쪽이 조작할 것이 더 많고 게임으로서의 분량도 넉넉한 편입니다.
당시 이 게임은 상당히 많은 기종으로 옮겨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메가드라이브판은 색감과 반응이 좋아 오래 기억하는 분이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잡지 소개와 친구 집 카트리지를 통해 접한 경우가 많았고, 첫인상부터 남달라 한 번 본 사람은 제목을 잊지 않는 게임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