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게임보이컬러)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USA Europe En Fr de Es It Pt Nl Sv Da) · 2002 · Electronic Art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책이 영화가 되고 게임이 되던 때
2000년대 초반, 해리 포터는 책에서 영화로 넘어가며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영화가 나올 때마다 그에 맞춘 게임이 거의 모든 기종으로 동시에 발매됐습니다. 같은 제목을 달고 있지만 기종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던 것이 이 시기 영화 원작 게임의 특징입니다.
큰 기기에서는 3차원으로 호그와트를 돌아다니는 게임이 나왔고, 작은 휴대용 기기에서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으로 같은 이야기를 다시 구성했습니다. 여기 올라온 판본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화면은 소박하지만, 원작을 아는 사람이 보면 어느 장면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호그와트를 돌아다니는 게임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은 주인공을 조작해 학교와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이야기가 정해진 순서로 흐르고, 각 대목마다 해야 할 일이 주어집니다.
게임의 뼈대는 주문입니다. 수업을 통해 주문을 하나씩 배우고, 배운 주문을 써서 앞을 막고 있던 것을 치웁니다. 어떤 주문은 물건을 움직이고, 어떤 주문은 불을 붙이고, 어떤 주문은 상대를 잠시 멈춰 세웁니다. 새 주문을 배우면 이전에 지나쳤던 자리가 갑자기 갈 수 있는 길로 바뀝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진행은 단순한 전진이 아닙니다. 막히면 새로 배운 주문을 떠올려 이미 가 본 곳을 다시 살펴보는 순환이 반복됩니다. 어드벤처 게임의 기본 구조를 어린 나이대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풀어 놓은 셈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막힘은 주문을 잊는 것입니다. 새 주문을 배운 직후에는 그 주문을 쓰는 구간이 바로 나오므로 헷갈리지 않지만, 몇 시간 지나면 어떤 주문이 무엇을 하는지 뒤섞입니다. 앞으로 못 나아갈 때는 가지고 있는 주문 목록을 처음부터 다시 훑어보는 것이 답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지도를 안 보는 습관입니다. 학교 안은 층과 복도가 얽혀 있어서, 목적지를 감으로 찾으려 하면 같은 자리를 몇 번씩 돕니다. 어디로 가라는 지시가 나왔을 때 지도에서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움직이면 시간이 절반으로 줍니다.
세 번째는 수집 요소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런 게임에는 곳곳에 숨겨진 물건들이 있고, 그중 일부는 진행에 필요합니다. 방을 하나 지날 때 구석을 한 번씩 훑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필요한 것이 없어 되돌아가는 일이 줄어듭니다.
영화 원작 게임이라는 것
영화 원작 게임은 오랫동안 평이 좋지 않았습니다. 영화 개봉 일정에 맞춰 짧은 기간에 만들어야 했고,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게임으로서의 짜임이 뒤로 밀리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리 포터는 그중에서도 사정이 나은 편이었습니다. 원작 자체가 학교와 마법이라는, 게임으로 옮기기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업에서 능력을 하나씩 배우고 그 능력으로 새 길을 연다는 설정은 게임 규칙과 거의 그대로 맞물립니다. 소재의 덕을 크게 본 경우입니다.
그 시절 한국에서
한국에서도 해리 포터는 책과 영화 양쪽으로 크게 유행했습니다. 원작을 읽은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게임을 처음 켜도 등장인물과 장소가 이미 익숙했습니다. 영어로 되어 있어도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친구들끼리 어디까지 갔는지 이야기하며 막힌 구간을 서로 알려 주는 일도 흔했습니다. 공략 정보가 지금처럼 쉽게 구해지지 않던 때라, 한 사람이 찾아낸 길이 교실 전체로 퍼지는 식이었습니다.
휴대용 기기용 판본은 특히 손이 자주 갔습니다. 큰 게임기가 없는 집에서도 이 카트리지 하나면 호그와트를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화면은 소박하지만, 복도를 걷고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의 기대감이 조금 되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