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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언리미티드 닌텐도64판

007 언리미티드 (007 the World Is Not Enough USA) · 2000 · Electronic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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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이의 그림자 아래에서

닌텐도64로 나온 007 게임에는 피할 수 없는 비교 대상이 하나 있습니다. 몇 년 앞서 나온 골든아이가 콘솔 1인칭 슈팅의 기준을 세워 버린 탓입니다. 이 작품은 그 뒤를 이어 같은 기기에서 같은 주인공으로 만들어졌고, 그래서 처음 잡는 순간부터 그 비교를 의식하게 됩니다.

다행히 제 몫은 합니다. 영화의 장면들을 스테이지로 옮겨 놓았고, 총만 쏘는 게 아니라 잠입하고 장비를 쓰는 첩보물의 색깔을 담으려 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임무를 하나씩 지워 나가는 재미가 분명히 있습니다.

007 언리미티드 닌텐도64판 액션 게임 화면 1 - 닌텐도 64 (2000)

어떤 게임인가

007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는 제임스 본드가 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1인칭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은 본드의 시점이고,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목표를 순서대로 달성하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목표는 단순히 적을 다 없애는 것이 아니라, 문서를 확보하거나 인질을 구하거나 폭탄을 해체하는 식으로 다양합니다.

무기는 권총부터 소총, 저격총까지 갖춰져 있고, 여기에 본드다운 장비가 더해집니다. 문을 여는 도구, 감시 카메라를 무력화하는 장치 같은 것들이 특정 구간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총을 쏘는 것만으로는 클리어할 수 없는 구간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스테이지는 영화의 흐름을 따라 이어집니다. 도시에서 시작해 설원과 시설 내부로 옮겨 가고, 마지막에는 좁은 공간에서의 결전으로 마무리됩니다.

007 언리미티드 닌텐도64판 액션 게임 화면 2 - 닌텐도 64 (2000)

조용히 갈 것인가

이 게임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소음기입니다. 소음기를 단 권총으로 경비를 처리하면 주변 적이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다음 구역까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요란하게 쏘기 시작하면 경보가 울리고 사방에서 지원 병력이 몰려옵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기 전에 문틈으로 상황을 보고, 경비가 몇 명이고 어느 쪽을 보고 서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급하게 뛰어들면 십중팔구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맞습니다.

다만 잠입만으로 끝나는 구간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정면 총격전이 벌어지는데, 이때는 벽 모서리를 끼고 들락날락하며 한 명씩 정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열린 공간에서 마주 서서 쏘면 체력이 빠르게 깎입니다.

난이도가 하는 일

난이도를 올리면 적이 강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테이지마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늘어납니다. 낮은 난이도에서는 그냥 지나쳤던 방에 들어가 무언가를 챙겨야 하고, 시간 제한이 붙기도 합니다. 같은 스테이지를 다시 도는데도 경로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한 번 클리어하고 끝나지 않습니다. 스테이지 지리를 다 외운 상태에서 높은 난이도로 다시 들어가면, 어디서 시간을 아끼고 어디서 조용히 갈지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처음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목표를 확인하지 않는 것입니다. 임무 목록을 열어 보지 않고 진행하다 보면, 지나쳐 온 방에서 챙겼어야 할 물건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됩니다. 새 구역에 들어갈 때마다 남은 목표를 한 번씩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탄약 관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강한 무기의 탄이 넉넉하지 않아서, 잡졸에게 아까운 총알을 쏟아부으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권총만 남습니다. 쓰러뜨린 적이 떨어뜨린 것을 그때그때 주우면서 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민간인을 쏘면 임무가 실패로 처리되는 구간도 있습니다. 사람이 뛰어나올 만한 곳에서는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한 박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닌텐도64 1인칭 액션으로서

아날로그 스틱으로 시점을 돌리고 이동하는 방식은 이 시기 콘솔 1인칭 게임이 함께 다듬어 가던 조작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시점 회전이 느리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좁은 통로에서 모퉁이를 도는 리듬이 오히려 편안합니다.

국내에서는 닌텐도64 자체가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오락실 게임처럼 누구나 아는 물건은 아니었고, 기기를 가진 소수나 게임 잡지의 소개 기사로 접한 쪽이 많았습니다. 영화 007을 좋아했다면 그 장면들이 게임으로 어떻게 옮겨졌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따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