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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금요일

13일의 금요일 (Friday the 13th USA) · 1989 · LJ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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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한가운데 캠프장에 여섯 명의 상담원이 흩어져 있고, 오두막마다 아이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키 마스크를 쓴 살인마가 그 사이를 돌아다닙니다. 화면 어딘가에서 갑자기 음악이 바뀌면서 그가 나타나는 순간,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합니다. 무섭기보다는 당황스러워서 죽는 게임입니다.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은 같은 이름의 공포 영화를 소재로 삼은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플레이어는 크리스털 호수 캠프의 상담원 중 한 명을 조종해, 넓은 캠프장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동료를 지키고 결국 제이슨을 물리쳐야 합니다. 무대는 옆으로 스크롤되는 야외 구간, 오두막 안을 탐색하는 구간, 동굴 구간으로 나뉘고, 그 사이를 캠프 지도를 보며 오갑니다.

13일의 금요일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9)

캠프를 지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게임에는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스테이지가 없습니다. 대신 캠프장 전체가 하나의 무대이고, 플레이어는 그 안을 자유롭게 이동합니다. 화면 위쪽에 지도가 있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느 오두막에 불이 켜져 있는지를 알려 줍니다.

핵심은 경보입니다. 제이슨이 어느 오두막을 덮치면 그 위치에 표시가 뜨고, 안에 있던 아이들이 위험해집니다. 플레이어는 그때부터 그곳까지 달려가야 합니다. 늦으면 아이들이 죽고, 아이들이 다 죽으면 게임이 끝납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임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생하는 위기 상황을 시간 안에 막으러 뛰어다니는 게임입니다.

동시에 상담원 여섯 명 중 조종할 사람을 지도에서 바꿀 수 있습니다. 능력이 조금씩 달라서, 발이 빠른 인물은 먼 곳의 경보에 대응하기 좋고 체력이 높은 인물은 제이슨과 마주쳐도 조금 더 버팁니다. 죽으면 그 인물은 영영 사라지므로, 누구를 어디에 두고 누구로 위험한 구간에 들어갈지가 실질적인 전략이 됩니다.

13일의 금요일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9)

무기와 성장

시작할 때 손에 쥔 것은 돌멩이뿐입니다. 던지면 날아가긴 하지만 위력이 형편없어서, 이것만으로는 제이슨은커녕 늑대 한 마리도 버겁습니다. 오두막과 창고를 뒤지면 횃불, 도끼, 갈퀴 같은 더 나은 무기가 나오고, 이걸 주워야 비로소 싸움이 됩니다.

체력을 채워 주는 물건과 열쇠, 방어구도 오두막 안에 흩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오두막이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안에도 박쥐와 좀비 같은 것들이 돌아다니고, 좁은 실내에서 밀리면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무기를 얻으러 들어갔다가 오히려 체력만 잃고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성장 요소도 있습니다. 적을 처치하며 실력이 올라가면 인물의 능력이 조금씩 좋아지는데, 이걸 모르고 제이슨만 피해 다니면 후반에 가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초중반에 안전한 적을 상대로 꾸준히 실력을 올려 두는 것이 사실상 필수 준비 과정입니다.

제이슨과의 대면

제이슨은 예고 없이 나타납니다. 배경 음악이 갑자기 바뀌고 화면 한쪽에서 그가 걸어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정면 대결입니다. 도망칠 수도 있지만 그러면 그가 다른 곳에서 사고를 칩니다.

싸움 자체는 단순합니다. 그가 다가올 때 무기를 던지거나 휘두르고, 그가 반격 자세를 취하면 물러섭니다. 다만 무기가 나쁘면 아무리 맞혀도 체력이 안 깎이고, 반대로 이쪽은 한두 대만 맞아도 위험해집니다. 준비 없이 마주치면 이길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이 게임의 난이도는 대부분 준비 부족에서 나옵니다.

제이슨은 한 번 물리쳐도 끝이 아닙니다. 물러났다가 다시 나타나고, 그때마다 더 강해집니다. 최종적으로는 동굴 안쪽에서 결판을 봐야 하는데, 여기까지 오려면 좋은 무기와 충분한 체력, 그리고 살아남은 상담원이 몇 명은 남아 있어야 합니다. 한 명만 남은 채로 이 구간에 도달하면 사실상 실패입니다.

왜 어렵다는 말을 듣는가

이 게임은 오랫동안 어려운 게임의 대명사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 보면 손기술이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문제는 게임이 자기 규칙을 알려 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지도를 어떻게 읽는지, 무기를 어디서 구하는지, 왜 돌멩이로는 제이슨이 안 죽는지를 화면 어디에서도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규칙을 모른 채 시작하면 아무것도 못 하다가 아이들이 다 죽고 끝납니다. 반대로 무기를 챙기고 실력을 올리고 경보에 제때 대응한다는 세 가지를 알고 시작하면, 체감 난이도가 급격히 내려갑니다. 어렵다는 평판의 절반쯤은 안내 부족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남은 절반은 조작 감각입니다. 인물이 무겁게 움직이고, 공격 판정이 짧아 적과 거리를 잘못 잡으면 그냥 부딪힙니다. 실내 구간의 좁은 통로에서 이 문제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영화 원작 게임의 시절

1980년대 후반에는 인기 영화의 이름을 붙여 게임을 내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 작품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다만 당시 영화 원작 게임 상당수가 원작과 별 상관없는 내용을 담았던 것과 달리, 이 게임은 캠프장이라는 무대와 상담원이라는 설정,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살인마라는 구조를 게임 규칙으로 옮기려 한 흔적이 뚜렷합니다. 여섯 명을 번갈아 조종하는 구성이나 지도 기반의 대응 방식은 지금 봐도 나름의 발상입니다.

한국에서는 영화를 본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이 게임이 무엇을 소재로 했는지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키 마스크를 쓴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죽인다는 것 정도만 알고, 그저 무섭고 어려운 게임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제목을 그대로 옮겨 13일의 금요일이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