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MVP (Mvp SET 2 Us fd1094 317 0143) · 1989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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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야구 게임에는 집에서 하는 야구 게임과 다른 긴장이 있습니다. 시즌도 없고 육성도 없고, 동전을 넣은 그 한 판이 전부입니다. 한 이닝 한 이닝이 곧 남은 시간이라 볼카운트 하나에도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뒤에 사람이 서 있으면 더 그렇습니다. 이 게임도 그 계열입니다. 복잡한 설정을 걷어내고 던지고 치는 것만 남겨 둔 대신, 그 두 가지를 반복해서 겨루게 만들어 둔 구성입니다.
MVP는 세가가 1989년에 내놓은 야구 게임입니다. 공격 차례에는 타자를 잡고 투수가 던지는 공을 노려 치고, 수비 차례에는 투수를 잡아 구종과 코스를 정해 던집니다. 공이 맞아 나가면 야수를 움직여 잡고 주자를 잡아내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야구를 아는 사람이면 설명 없이도 첫 타석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한 판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기본 뼈대는 실제 야구를 그대로 축약한 것입니다. 정해진 이닝 동안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고, 점수가 많은 쪽이 이깁니다. 오락실 야구 게임 대부분이 그렇듯 이닝 수는 실제 경기보다 짧게 잡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 판이 너무 길어지면 뒤에 기다리는 손님이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반에 점수를 내주면 만회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고, 한 번의 큰 이닝이 그대로 승부가 되는 일이 흔합니다.
타석에서 하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배트를 낼지 말지를 정하고, 낸다면 어느 높이로 낼지를 정합니다. 오락실 야구는 조작 버튼이 몇 개 되지 않아서 이 두 판단만으로 결과가 갈립니다. 마운드에서는 반대로 구종과 들어가는 코스를 고릅니다. 던지고 나서도 공이 날아가는 동안 방향을 조금 손볼 수 있게 되어 있는 게 이 시기 야구 게임들의 공통된 방식이었고, 이 미세한 조정이 실은 승부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많이 겪는 문제는 배트가 자꾸 헛도는 것입니다. 화면 속 공은 실제보다 훨씬 짧은 거리를 날아오는 것처럼 보이는데,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누르면 이미 늦습니다. 투수가 손을 떠나는 순간에 맞춰 누르는 감각을 몇 타석 들여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타이밍만 잡히면 그다음부터는 안타가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수비에서는 반대로 지나치게 좋은 공을 던지려다 손해를 보는 일이 많습니다. 변화가 큰 공을 계속 낮게 넣으면 헛스윙은 늘어나지만 볼도 같이 늘어나고, 볼넷으로 내보낸 주자는 안타로 내보낸 주자보다 훨씬 뼈아픕니다.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 두고 유리해진 다음에 유인구를 쓰는 순서가 결국 가장 잘 통합니다.
타구를 처리하는 것도 처음에는 헷갈립니다. 야수를 공 쪽으로 몰고 가는 것까지는 되는데, 잡은 다음 어느 베이스로 던질지를 순간적으로 고르지 못해 주자를 살려 주는 일이 잦습니다. 공을 잡기 전에 어디로 던질지 미리 정해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1989년의 세가와 오락실
세가는 이 시기에 오락실에서 가장 폭넓게 기계를 내던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좌석에 앉아 화면이 움직이는 체감형 기계로 이름을 알렸지만, 동시에 평범한 세워 놓는 기계용 게임도 꾸준히 만들었습니다.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물은 그런 라인업에서 빠지지 않는 종목이었습니다. 규칙을 새로 설명할 필요가 없고, 둘이 앉아 붙으면 저절로 재미가 나기 때문입니다.
1989년 무렵의 오락실은 대전 격투가 판을 뒤집기 직전의 시기였습니다. 아직은 벨트 스크롤 액션과 슈팅, 그리고 스포츠 게임이 자리를 나눠 갖고 있었고, 야구 게임은 그중에서도 둘이 붙을 상대만 있으면 한참을 잡아 두는 종류였습니다. 혼자 하면 컴퓨터를 상대로 담담하게 이닝을 넘기는 게임이지만, 옆에 사람이 앉는 순간 성격이 달라집니다.
다른 야구 게임과 견주면
오락실 야구 게임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선수와 팀을 잔뜩 넣고 숫자로 차이를 만드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던지고 치는 손맛 자체에 집중하는 쪽입니다. 이 게임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복잡한 관리 요소가 없는 대신 한 구 한 구의 판단이 곧바로 결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문턱이 낮은 편입니다. 아웃카운트와 볼카운트만 알면 나머지는 하면서 배우게 됩니다. 반대로 야구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담을 수 있는 전술이 많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오락실 기계라는 그릇에 맞춰 덜어낼 것을 덜어낸 결과이고, 짧게 붙었다 헤어지는 자리에서는 그쪽이 오히려 맞는 선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