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사커
VS. 사커 (Vs Soccer) · 1985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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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 들어간 패미컴
1980년대 중반 닌텐도는 묘한 장사를 했습니다. 집에서 쓰는 패미컴의 부품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동전 투입구를 달고 오락실에 내놓은 것입니다. 이것이 VS.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기판이고, 이 축구 게임도 그 줄에 서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미 만들어 둔 게임을 새 하드웨어에 맞춰 다시 짤 필요가 없었고, 오락실 업주는 익숙한 그림을 손님에게 보여 줄 수 있었습니다. 대신 화면은 가정용 티브이 수준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기 다른 회사들이 훨씬 화려한 전용 기판을 밀고 있었으니, 이 게임의 그림이 소박해 보이는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
무슨 게임인가
VS. 사커(Vs Soccer)는 말 그대로 축구를 하는 게임입니다. 화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필드가 펼쳐지고, 양 팀이 공을 쫓아다니며 골을 넣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상대보다 많이 넣으면 이깁니다. 규칙이라고 할 것이 이게 거의 전부입니다.
요즘 축구 게임처럼 포메이션을 짜거나 선수를 영입하는 요소는 없습니다. 스루패스, 오버래핑, 세트피스 전술 같은 개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공을 가진 선수를 조작해 앞으로 몰고 가다가 골문 앞에서 차는 것, 그 단순한 왕복이 한 판을 이룹니다.
조작은 두 개뿐
버튼이 두 개라는 점이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공을 갖고 있을 때 한 버튼은 패스, 다른 버튼은 슛입니다. 공이 없을 때는 같은 버튼이 태클이나 수비 동작으로 바뀝니다. 방향키로 달리고, 두 버튼을 상황에 맞게 눌러 주는 것이 조작의 전부입니다.
처음 잡으면 대개 두 가지에서 헤맵니다. 하나는 조작 대상이 자동으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공이 상대에게 넘어가면 내가 조종하던 선수가 아니라 공에 가까운 다른 선수로 지휘권이 옮겨 갑니다. 이걸 모르면 엉뚱한 방향으로 달리는 선수를 보며 당황하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슛 거리입니다. 버튼을 길게 누를수록 세게 차는 식이라, 감을 잡기 전에는 골문을 한참 넘겨 버리거나 골키퍼 품에 얌전히 안겨 버리기 일쑤입니다. 몇 판만 해 보면 어느 정도 눌러야 골대 구석으로 깔리는지 손이 기억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잡을 요령
초보가 가장 쉽게 점수를 내는 길은 측면입니다. 가운데로 밀고 들어가면 수비가 몰려들어 공을 뺏기지만, 옆줄을 타고 골라인 근처까지 내려간 뒤 중앙으로 꺾어 넣으면 골키퍼가 반응하기 전에 빈 곳이 생깁니다.
수비할 때는 공을 쫓아 달려드는 것보다 상대가 가려는 길목에 미리 서 있는 편이 낫습니다. 태클은 성공하면 시원하지만 빗나가면 그 선수는 잠시 아무것도 못 합니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몸으로 막다가 상대가 실수했을 때 한 번에 뺏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혼자서 기계를 상대로 하는 것도 되지만, 이 게임이 제일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둘이 붙었을 때입니다. 옆 사람과 나란히 앉아 서로 골을 주고받는 구도야말로 이런 초기 스포츠 게임이 노린 그림입니다.
그 시절 축구 게임의 자리
1980년대 중반은 축구 게임이 아직 형태를 찾아가던 때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 선수는 몇 픽셀짜리 인형이고, 선수 이름도 실제 팀 이름도 없습니다. 나중에 등장하는 사선 시점 축구 게임이나 실제 리그 라이선스를 붙인 작품들과 견주면 뼈대만 남은 축구입니다.
그래도 이 뼈대는 오래갔습니다. 공을 몰고, 패스로 수비를 흔들고, 각이 나올 때 차는 흐름은 지금 축구 게임에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화려한 연출을 걷어 내고 축구 게임이라는 장르가 처음에 무엇을 담으려 했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면, 이런 초기작만큼 분명한 표본도 드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이 계열보다 조금 뒤에 나온 축구 게임들이 훨씬 널리 놓였습니다. 그래도 닌텐도가 오락실에 직접 기계를 들이밀던 시기의 공기를 느껴 보기에는 충분한 한 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