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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우스의 미궁

마성전설 II: 갈리우스의 미궁 (Maze of Galious the) · 1987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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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가 없는 거대한 성

이 게임을 처음 켜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성문 앞에 서 있고, 좌우로도 위아래로도 길이 열려 있습니다. 안내도 없고 화살표도 없습니다. 그냥 걸어 들어가서 부딪히며 알아내야 합니다. 1980년대 후반에 이 정도로 넓고 자유로운 구조를 가정용 기기에 담았다는 사실이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갈리우스의 미궁(The Maze of Galious)은 마왕에게 아이를 빼앗긴 부부가 거대한 성으로 쳐들어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옆으로 보는 화면에서 뛰고 공격하며 나아가는데, 정해진 순서로 스테이지를 넘어가는 게 아니라 성 전체가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갈리우스의 미궁 액션 게임 화면 1 - MSX (1987)

두 주인공을 바꿔 가며

주인공은 두 명입니다. 남자 쪽은 칼을 휘두르고 몸이 튼튼해서 정면 싸움에 강합니다. 여자 쪽은 활을 쏘아 멀리서 적을 처리하고, 몸이 가벼워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이 둘은 언제든 바꿀 수 있고,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는 곳이 있어서 상황에 맞춰 계속 교체해야 합니다.

특히 물이 찬 구역에서는 여자 쪽이 아니면 진행 자체가 어렵고, 단단한 적이 몰려 있는 곳에서는 남자 쪽이 훨씬 편합니다. 두 사람의 능력을 언제 쓰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입니다.

모아야 열리는 길

성 안에는 잠긴 문과 부술 수 없는 벽, 건널 수 없는 구덩이가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곳은 대부분 특정 아이템이 있어야 지나갈 수 있습니다. 벽을 부수는 망치, 물 위를 걷게 해 주는 신발, 높이 뛰게 해 주는 아이템, 어둠을 밝히는 등불 같은 것들이 성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진행 방식이 독특합니다. 막힌 곳을 만나면 되돌아가서 다른 길을 뒤지고, 거기서 아이템을 얻어 아까 막혔던 곳으로 돌아옵니다. 이 왔다 갔다 하는 구조가 이 게임의 뼈대이고, 나중에 나온 여러 탐험형 액션 게임들이 물려받은 형태이기도 합니다.

세계 여덟 개와 보스

성 안에는 문이 여러 개 있고, 각 문 너머에는 독립된 세계가 펼쳐집니다. 각 세계의 안쪽에는 보스가 있고, 보스를 쓰러뜨리려면 그냥 때리는 걸로는 안 됩니다. 보스마다 정해진 방법이 있어서, 특정 무기를 들고 있거나 특정 조건을 채워야 피해가 들어갑니다.

이 조건은 성 안에 흩어진 비석과 힌트에서 알아냅니다. 무언가를 읽고 그 내용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써먹는 구조라서, 종이에 적어 가며 하던 사람이 많았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 시작하면 상당히 오래 헤매게 됩니다.

이 게임에는 기도라는 특이한 요소가 있습니다. 특정 장소에서 기도하면 체력이 회복되거나, 힌트를 얻거나, 막혀 있던 것이 풀립니다. 다만 아무 데서나 되는 건 아니고, 정해진 자리에서만 반응합니다.

적을 잡으면 경험치가 쌓이고, 일정 이상 모이면 체력 최대치가 올라갑니다. 초반에 무리해서 안쪽으로 들어가기보다 바깥쪽에서 적을 잡으며 몸을 키워 두면 훨씬 수월합니다. 액션 게임이면서 성장 요소가 붙어 있어서, 실력이 부족해도 시간을 들이면 진도가 나갑니다.

지금 해 보면

난이도는 높은 편이고, 특히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는 점이 요즘 게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낯설 수 있습니다. 대신 막혀 있던 문이 열리는 순간의 성취감은 그만큼 큽니다.

지금도 이 게임을 다시 만들거나 이어 만든 팬 게임이 나올 만큼 구조 자체가 잘 짜여 있습니다. MSX 시절 작품 중에서 지금 기준으로도 설계가 살아 있는 몇 안 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