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사커 94
드림 사커 94 (Dream Soccer 94 Japan Imperfect Sound and Graphics) · 1994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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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축구 게임의 진짜 재미는 화면이 아니라 기계 앞에 있었습니다. 네 명이 한 대에 붙어 서서 어깨를 부딪히며 소리를 지르는 그 풍경 말입니다. 드림 사커 94는 그런 상황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혼자 해도 축구 게임이지만, 넷이 붙으면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됩니다.
드림 사커 94(Dream Soccer 94)는 여덟 개 팀 중 하나를 고르고 여덟 가지 포메이션 중 하나를 정한 뒤, 일곱 상대를 차례로 꺾어 세계 정상에 오르는 아케이드 축구 게임입니다. 조작은 8방향 조이스틱과 버튼 두 개로 단순하게 정리되어 있어, 축구 게임을 처음 잡는 사람도 몇 분이면 패스와 슛을 구분해 쓸 수 있습니다.
아케이드 축구의 문법
가정용 축구 게임과 오락실 축구 게임은 목표가 다릅니다. 가정용은 실제 축구를 얼마나 잘 흉내 내는지가 중요하지만, 오락실 축구는 짧은 시간 안에 몇 번이나 통쾌한 장면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경기 시간은 짧고, 공은 빠르게 움직이며, 골도 자주 납니다.
버튼이 두 개뿐이라는 것도 그런 설계의 결과입니다. 짧게 누르면 패스, 길게 누르면 강한 킥이나 슛이 되는 식으로 하나의 버튼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합니다. 복잡한 기술을 외울 필요 없이 방향과 세기만 조절하면 되므로, 옆 사람이 설명해 주면 바로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수비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태클과 선수 전환이 단순하게 묶여 있어서, 공을 가진 상대 쪽으로 방향을 잡고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대부분의 수비가 해결됩니다. 다만 이 단순함 때문에 무작정 누르다 파울을 내는 일이 잦습니다.
넷이 붙었을 때
네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두 명씩 편을 갈라 붙으면 팀플레이가 생깁니다. 한 사람이 공을 몰고 한 사람이 앞으로 뛰어 들어가 패스를 받는 식의 호흡이 실제로 통하고, 그게 되기 시작하면 재미가 몇 배로 뜁니다.
동시에 사고도 늘어납니다. 같은 편끼리 공을 서로 뺏으려다 상대에게 넘겨주는 일, 아무도 수비를 안 봐서 텅 빈 골문을 내주는 일이 계속 벌어집니다. 오락실에서 축구 게임을 하다 옆 사람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대부분 이런 데서 나왔습니다.
처음 넷이 붙는다면 역할을 대충이라도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한 명은 뒤를 보고 한 명은 앞으로 나가는 식으로 정해 두면, 실력 차이가 있어도 경기가 굴러갑니다.
포메이션과 팀 선택
시작할 때 포메이션을 고르게 되어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체감이 큽니다. 수비적인 배치를 고르면 실점이 줄지만 공격 기회를 만들기가 답답해지고, 공격적인 배치는 그 반대입니다. 짧은 경기 시간 안에 승부를 내야 하므로, 한 골 차로 앞서고 있을 때와 뒤지고 있을 때 필요한 선택이 다릅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균형 잡힌 배치를 권합니다. 아케이드 축구는 한 번 흐름이 넘어가면 순식간에 두세 골을 내주는 일이 흔한데, 수비가 아예 비어 있으면 그 흐름을 끊을 방법이 없습니다.
아이렘의 마지막 무렵
이 게임을 만든 아이렘은 슈팅으로 이름을 남긴 회사입니다. 알타입 계열의 슈팅과 개성 있는 액션 게임들로 기억되는데, 드림 사커 94는 그 회사가 아케이드 사업을 정리하기 직전 무렵에 내놓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슈팅으로 유명한 회사가 마지막 즈음에 축구 게임을 내놓았다는 점이 조금 뜻밖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1994년은 월드컵이 열린 해이기도 해서, 그해 오락실에는 축구 게임이 여러 대 놓였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축구 게임은 혼자 조용히 하는 종류가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이 동전을 올려놓고 끼어드는 종류였습니다. 여럿이 붙을 수 있는 기계는 그만큼 사람이 몰렸고, 순서를 기다리는 줄도 길었습니다. 드림 사커 94는 그런 자리에 놓이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