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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타이틀

메이저 타이틀 (Major Title World) · 1990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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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 골프장이 들어왔을 때

동전을 넣으면 화면 가득 초록 잔디가 펼쳐지고, 저 멀리 깃발이 하나 꽂혀 있습니다. 슈팅과 격투가 대부분이던 오락실에서 이 화면은 유난히 조용하고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한 홀을 쳐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게이지가 왔다 갔다 하는 그 짧은 순간에 손끝이 떨리고, 공이 벙커에 빠지는 순간 옆 사람까지 같이 한숨을 쉽니다. 골프가 왜 오락실에 어울리는지는 한 번 쳐 보면 알게 됩니다.

메이저 타이틀(Major Title)은 이렘이 1990년에 내놓은 골프 게임입니다. 코스를 한 홀씩 돌면서 정해진 타수 안에 공을 홀에 넣는 것이 목표이고, 스코어가 기준에 못 미치면 그 자리에서 게임이 끝납니다. 슈팅 게임의 잔기 대신 타수가 목숨 역할을 하는 셈이라, 겉보기와 달리 꽤 조마조마한 게임입니다.

메이저 타이틀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0)

한 홀을 돌아 나가는 순서

한 타를 치기까지의 과정은 실제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먼저 홀까지 남은 거리와 지형을 보고 클럽을 고릅니다. 멀리 보내야 하면 우드, 그린 근처에서는 아이언과 웨지, 그린 위에서는 퍼터를 씁니다. 그다음 공을 어느 방향으로 보낼지 정하고, 마지막에 게이지로 힘과 정확도를 결정합니다.

게이지는 두 번의 판단을 요구합니다. 먼저 얼마나 세게 칠지를 정하고, 이어서 정확히 맞히는 타이밍을 잡아야 합니다. 힘 조절에서 실수하면 거리가 모자라거나 넘어가고, 임팩트에서 어긋나면 공이 좌우로 휘어 나갑니다. 이 두 번이 다 맞아떨어져야 원하는 자리에 공이 떨어집니다.

바람도 계속 신경 써야 합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무시하고 정면으로 겨냥하면, 잘 맞은 공이 그대로 옆으로 밀려 나가 러프에 처박힙니다. 처음에는 바람을 반쯤만 계산에 넣다가, 몇 홀 지나면 자연스럽게 조준을 미리 틀어 놓게 됩니다.

공이 놓인 자리도 다음 타에 그대로 영향을 줍니다.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놓였을 때와 러프에 잠겼을 때는 같은 클럽으로 쳐도 날아가는 거리가 다릅니다. 그래서 잘 친 한 타의 가치는 거리가 아니라 다음 타를 얼마나 편하게 만들어 주느냐에 있습니다. 이 점을 알고 나면 무조건 멀리 보내려던 습관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메이저 타이틀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0)

그린 위에서 갈리는 승부

의외로 어려운 쪽은 장타가 아니라 퍼팅입니다. 그린은 평평해 보여도 경사가 있고, 그 경사를 읽지 못하면 짧은 거리에서 두세 타를 그냥 버리게 됩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기울기를 보고 홀보다 위쪽을 겨냥해 굴려 보내는 감을 익히는 것이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기술입니다.

벙커와 물도 타수를 크게 깎아먹습니다. 특히 벙커에 들어가면 거리가 확 줄어들기 때문에, 애초에 벙커를 피해 돌아가는 안전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스코어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무리해서 한 번에 그린을 노리다가 두 타를 더 쓰는 것보다, 확실한 자리에 놓고 다음 타를 편하게 치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을 위한 요령

초반 홀에서 타수를 벌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뒤로 갈수록 코스가 길고 장애물이 많아지기 때문에, 쉬운 홀에서 기준 타수보다 덜 치고 넘어가야 후반에 여유가 생깁니다. 반대로 앞에서 헤매면 뒤에서 만회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또 하나는 클럽을 아끼지 말라는 것입니다. 초보자는 습관적으로 가장 멀리 나가는 클럽만 쓰는데, 거리가 애매할 때는 한 단계 짧은 클럽으로 확실히 놓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게이지를 끝까지 채우지 않고 중간에서 끊어 거리를 조절하는 방법도 익혀 두면 쓸 곳이 많습니다.

이렘이 만든 골프

이렘은 슈팅과 액션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가 만든 골프라 그런지, 이 게임은 한가한 스포츠 시뮬레이션보다는 한 타 한 타가 목숨인 아케이드 게임에 가깝습니다. 타수 제한과 컷오프가 계속 압박을 주고, 실수 한 번이 곧바로 게임 오버로 이어집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런 골프 게임이 늘 한두 대씩 구석에 놓여 있었습니다. 대전 게임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이 심심풀이로 앉았다가, 정작 자기 차례가 와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광경이 자주 보였습니다. 그림이 깔끔하고 조작이 단순해서, 지금 처음 잡아 보는 사람도 몇 홀만 돌면 요령이 생깁니다.

둘이서 번갈아 치는 것도 이 게임의 재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같은 홀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략하는 것을 보게 되고, 상대가 벙커에 빠질 때마다 괜히 신이 납니다. 스포츠 게임이 대개 그렇듯 실력 차이가 크게 벌어져도 한두 홀에서 뒤집히는 일이 있어서 끝까지 긴장이 유지됩니다.